자산 규모가 큰 부모들 사이에서 "아파트를 한 자녀에게 통째로 증여하지 말고 여러 자녀에게 지분으로 나눠주면 국세청 감정평가를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꽤 널리 퍼져 있다. 감정평가사업이 원래 기준시가 10억원 이상 비주거용 부동산부터 시작해 최근 몇 년 사이 초고가 아파트까지 확대되면서, 지분을 쪼개 신고가액을 낮추면 선정 기준 아래로 내려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상담에서 반복적으로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방법으로는 감정평가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국세청이 선정 여부를 판단하는 단위는 증여받는 지분이 아니라 아파트 한 채 전체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분을 나눠 여러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 자체는 감정평가와 무관하게 세금을 줄이는 효과가 분명히 있으므로, 이 둘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국세청은 신고가액과 추정시가를 지분이 아니라 부동산 전체 단위로 비교해 감정평가 대상을 선정한다. 지분을 여러 자녀에게 나눠도 이 비교값은 그대로이므로 감정평가 자체는 피할 수 없다. 다만 여러 자녀에게 나눠 증여하면 공제와 누진세율 구조 덕분에 실제 납부세액은 줄어든다.
국세청은 어떤 기준으로 고가 아파트를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하나
상속·증여재산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에 따라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현재의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아파트처럼 유사매매사례가 풍부한 부동산과 달리, 초고가 아파트나 호화 단독주택은 비교할 만한 거래 사례 자체가 드물어 공시가격(기준시가)으로 신고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0년 비주거용 부동산(꼬마빌딩, 나대지 등)부터 감정평가사업을 시작했고, 2025년부터는 대상을 주거용 부동산까지 넓혔다.
확대 배경은 단순하다. 초고가 아파트일수록 공시가격이 실제 매매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중형 아파트보다 대형 초고가 아파트의 증여세가 오히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국세청은 유사매매사례 등으로 추정한 시가와 납세자의 신고가액을 비교해, 그 차이가 5억원 이상이거나 차액의 비율이 10% 이상이면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비했다.
선정된 부동산은 국세청이 둘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에 감정을 의뢰하고, 그 감정가액을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가로 확정한다. 신고 당시 기준시가로 신고했더라도, 이후 감정가액이 시가로 인정되면 그 차액만큼 증여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지분을 여러 자녀에게 나눠도 판단 기준은 왜 그대로인가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를 보면 이해가 빠르다. 국세청 추정시가가 30억원, 공시가격(기준시가)이 21억원인 강남권 아파트를 가진 자산가가 있다고 하자. 자녀 한 명에게 전체를 증여하든, 두 자녀에게 지분을 절반씩 나눠 증여하든, 공시가격으로 신고할 경우 신고가액 합계는 똑같이 21억원이다. 추정시가 30억원과의 차이도 9억원, 비율로는 30%로 동일하다. 국세청이 보는 것은 개별 수증자가 받은 지분의 가액이 아니라, 그 아파트라는 목적물 전체의 신고가액 합계와 추정시가이기 때문에 지분을 몇 등분으로 쪼개든 이 비교값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같은 원리는 감정평가 자체를 받을 때도 확인된다. 공유지분 중 일부만 증여하면서 감정평가법인 한 곳의 감정가액만으로 시가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유권해석(서면-2018-법령해석재산-2719, 2020년 2월 회신)에서 국세청은, 증여하는 지분의 기준시가가 아니라 "해당 부동산 전체"의 기준시가가 10억원을 넘는지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분만 떼어 감정평가를 받아도 판단 단위는 여전히 물건 전체라는 것이다. 감정평가 대상 선정 기준과 감정기관 수 인정 기준은 근거 규정이 다르지만, 둘 다 "쪼개기 이전의 목적물 전체를 기준으로 본다"는 같은 원리 위에 서 있다.
실무에서 흔한 오해는 이 지점에서 생긴다. 지분을 나누면 각 자녀가 받는 가액 자체는 작아지니 감정평가 대상에서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산상 판정은 개별 증여 건이 아니라 동일한 소재지·동·호수의 부동산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서 이뤄진다. 지분을 열 명에게 나눠도 그 아파트 한 채에 대한 신고가액 합계와 추정시가의 차이는 그대로이므로 선정 여부는 달라지지 않는다.
| 구분 | 지분 안 나누고 단독 증여 | 지분 나눠 2인 증여 |
|---|---|---|
| 신고가액 합계(공시가격 기준) | 21억원 | 21억원(10.5억원+10.5억원) |
| 국세청 추정시가 | 30억원 | 30억원(동일 물건) |
| 차이 · 비율 | 9억원(30%) | 9억원(30%, 동일) |
| 감정평가 대상 여부 | 해당 | 해당(동일) |
그래도 여러 자녀에게 나눠 증여하면 세금이 줄어드는 이유
감정평가 대상에서는 벗어날 수 없지만, 여러 자녀에게 나눠 증여하는 것 자체는 별개의 이유로 세금을 줄인다. 증여세는 증여자가 아니라 수증자 각자를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자녀 한 명에게 전부 증여하면 그 한 명의 과세표준에 누진세율이 통째로 적용되지만, 여러 자녀에게 나누면 각자 5천만원씩 증여재산공제를 받고 각자의 과세표준도 낮아져 더 낮은 세율 구간이 적용될 여지가 생긴다.
앞서 예로 든 추정시가 30억원 아파트로 계산해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이미 감정평가로 시가 30억원이 확정됐다고 가정하고, 자녀 1명에게 전액 증여하는 경우와 자녀 2명에게 지분 절반씩(각 15억원) 증여하는 경우를 비교한다.
| 과세표준 | 세율 | 누진공제 |
|---|---|---|
| 1억원 이하 | 10% | 없음 |
|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 20% | 1,000만원 |
|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 30% | 6,000만원 |
|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 40% | 1억 6,000만원 |
| 30억원 초과 | 50% | 4억 6,000만원 |
자녀 1명에게 30억원을 전액 증여하면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뺀 과세표준은 29억 5,000만원이다.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구간(세율 40%, 누진공제 1억 6,000만원)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10억 2,000만원이고, 신고기한 내 자진신고에 따른 3% 세액공제를 반영하면 최종 납부세액은 9억 8,940만원이다. 반면 자녀 2명에게 15억원씩 나눠 증여하면 각자의 과세표준은 14억 5,000만원(15억원-5,000만원)이 되고, 같은 세율 구간을 적용해도 산출세액은 1인당 4억 2,000만원, 신고세액공제 후 4억 740만원이다. 두 자녀를 합쳐도 8억 1,480만원으로, 단독 증여보다 1억 7,460만원 적다.
부모 두 사람이 각각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나누는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부모는 동일인으로 간주되어 10년 이내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받은 증여재산은 합산해서 공제와 세율을 계산한다. 절세 효과를 보려면 나누는 대상이 지분이 아니라 자녀(수증자) 수여야 하며, 같은 자녀가 부모 양쪽에서 나눠 받는 방식으로는 이런 효과가 생기지 않는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함정 — 신고 이후에도 세금이 달라질 수 있다
신고를 마쳤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증여세는 신고기한으로부터 6개월인 법정결정기한 안에 국세청이 감정평가를 의뢰할 수 있고, 그 결과가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가로 인정되면 신고 당시 공시가격으로 냈던 세액과의 차액이 소급해서 추징된다. 상속세는 이 기간이 9개월로 더 길다. 지분을 나눠 신고했다는 이유로 안심하고 있다가, 신고기한이 지난 뒤 감정평가 통지를 받고서야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본다.
최근에는 이 소급 감정평가 규정 자체의 위헌성을 지적한 하급심 판결도 나왔다. 과세관청에만 평가기간 경과 후 법정결정기한까지 감정평가로 시가를 인정받을 기회를 준 것이 납세자와의 형평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다만 아직 확정된 판례가 아니므로, 현재 실무에서 국세청은 여전히 기존 규정에 따라 소급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판단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신고 당시부터 감정평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는 편이 안전하다.
지분을 얼마나 잘게 나누는지가 아니라, 그 아파트 한 채의 신고가액과 국세청 추정시가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가 감정평가 대상 여부를 가른다.
고가 아파트를 자녀에게 넘길 계획이라면, 지분을 몇 명에게 나눌지보다 먼저 그 아파트가 감정평가 대상 기준에 이미 해당하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순서에 맞다. 감정평가를 피할 수 없다는 전제 위에서 몇 명에게, 어떤 순서로 나눌지를 설계해야 실제로 세금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