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초기에 대표이사 개인 계좌에서 운영자금을 융통했다가, 매출이 안정된 뒤에도 법인 계좌로 되돌리지 않고 가지급금으로 남겨두는 법인이 적지 않다. 결산 때마다 세무대리인이 인정이자만 형식적으로 계상하고 넘어가는 사이 원금은 3년, 5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그대로 쌓인다.
국세청은 2026년 5월 법인자금을 변칙적으로 유출한 19개 법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법인들이 보유한 고가 차량만 90대, 약 300억원 규모였고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은 3,000억원에 달했다. 가지급금은 이런 기획조사에서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항목 가운데 하나다. 잔액이 크고 방치 기간이 길수록 사주 일가의 사적 자금 유용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가지급금을 수년째 정리하지 못한 대표이사라면 세 가지 세금이 동시에 따라온다. 법인은 인정이자 상당액에 대한 법인세를, 대표이사는 같은 금액을 상여로 보아 근로소득세를 부담하고, 특수관계인 차입금이 있다면 지급이자 손금불산입까지 겹친다. 가지급금 5억원을 5년간 방치했다고 가정하면 인정이자만 1억1,500만원이 쌓이고, 여기서 파생되는 법인세·소득세를 합치면 5년 누적 약 8,100만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방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원천징수납부지연가산세까지 붙어 부담은 더 커진다.
가지급금 문제의 핵심은 금액이 아니라 시간이다. 인정이자·소득처분·손금불산입은 방치한 해마다 새로 쌓이고, 은닉 정황이 인정되면 부과제척기간이 10년까지 늘어난다.
가지급금 방치가 왜 2026년 기획조사 1순위인가
가지급금은 법인이 특수관계인에게 업무와 관계없이 내준 자금이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유형은 창업 초기 대표이사가 개인 자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한 뒤, 반대로 법인 자금을 개인적으로 인출해 쓰면서 정산하지 않는 경우다. 매출채권 회수가 늦고 현금흐름이 불규칙한 제조업·도소매업에서 특히 흔하다. 원금 규모는 3억원에서 10억원대가 가장 많고, 결산 때마다 세무대리인이 인정이자만 형식적으로 반영한 채 원금 정리는 다음 해로 미뤄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국세청이 가지급금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법인 계좌에서 대표이사 개인 계좌로 자금이 이동했는데 업무상 사용 목적이 불분명하고 상환 계획도 없이 잔액만 늘어난다면, 법인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정황으로 읽힌다. 2026년 5월 국세청이 착수한 법인자금 변칙유출 기획조사에서는 19개 법인이 보유한 고가 차량 90대와 3,000억원대 탈루 혐의가 함께 드러났는데, 조사 대상 법인 상당수가 가지급금이나 이에 준하는 사적 자금 유용 흔적을 갖고 있었다. 가지급금 잔액이 오래, 크게 쌓인 법인은 이런 기획조사의 선정 기준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가지급금을 정리하지 않으면 붙는 세금 세 가지
가지급금을 정리하지 않고 넘어가면 법인과 대표이사 양쪽에 세금이 동시에 붙는다. 법인세, 근로소득세, 지급이자 손금불산입까지 세 갈래로 나뉜다.
법인 단계에서는 가지급금에 이자를 받지 않았거나 낮은 이자만 받았다면, 세법이 정한 인정이자율로 계산한 금액과 실제 받은 이자의 차액을 법인의 익금에 산입한다. 2026년 기준 인정이자율(당좌대출이자율)은 연 4.6%다. 실제이자와 인정이자의 차액이 연간 3억원 이상이거나 인정이자의 5%를 넘으면 법인세법 제52조와 시행령 제88조·제89조에 따른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이 되는데, 무이자로 내준 가지급금은 실제 받은 이자가 0원이므로 이 기준을 사실상 항상 넘긴다.
익금에 산입한 인정이자 상당액은 귀속자에 따라 소득처분이 달라진다. 귀속자가 대표이사로 확인되거나 불분명하면 법인세법 시행령 제106조에 따라 대표이사 상여로 처분되고, 그만큼 대표이사의 근로소득이 늘어나 종합소득세 부담이 커진다. 2026년 종합소득세는 과세표준 1,400만원 이하 6%부터 10억원 초과 45%까지 8단계 누진세율을 적용하는데, 대표이사 급여가 이미 높은 구간에 있는 경우가 많아 인정이자 추가분에 한계세율이 그대로 적용된다.
법인에 특수관계인 차입금(은행 대출 등)이 있다면 세 번째 부담이 더해진다. 법인세법 제28조 제1항 제4호 나목과 시행령 제53조에 따라, 지급이자 가운데 가지급금 적수가 차입금 적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만큼은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자를 내며 빌린 돈을 업무와 무관한 곳에 썼다고 보기 때문에, 이미 비용으로 처리한 이자를 다시 익금에 반영해 법인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 세목 | 과세 대상 | 2026년 기준 | 근거 조문 |
|---|---|---|---|
| 법인세(인정이자) | 가지급금 적수 × 인정이자율 | 연 4.6%, 차액이 3억원 이상 또는 인정이자의 5% 이상이면 적용 | 법인세법 제52조, 시행령 제88조·제89조, 시행규칙 제43조 |
| 근로소득세(상여 소득처분) | 인정이자 상당액(귀속불분명 시 대표이사 귀속) | 종합소득세 누진세율 6~45%(지방소득세 별도) | 법인세법 시행령 제106조 |
| 법인세(지급이자 손금불산입) | 지급이자 × (가지급금 적수 ÷ 차입금 적수) | 손금 부인액만큼 과세표준 증가 | 법인세법 제28조 제1항 제4호, 시행령 제53조 |
가지급금 5억원을 5년 방치하면 실제로 얼마가 붙는가
숫자로 보면 체감이 다르다. 가지급금 5억원을 5년간 그대로 두었다고 가정해보자. 연간 인정이자는 5억원 × 4.6%로 2,300만원이다. 5년을 쌓으면 인정이자만 1억1,500만원이 된다.
법인세는 과세표준이 2억원을 넘는 구간(19%, 지방소득세 포함 약 20.9%)에 있다고 가정하면 연간 481만원, 5년 누적 약 2,404만원이 늘어난다. 대표이사의 한계세율이 45%(지방소득세 포함 49.5%) 구간이라면 근로소득세는 연간 1,139만원, 5년 누적 약 5,693만원이 늘어난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합치면 5년 누적 약 8,100만원, 원금 5억원의 16%가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같은 계산으로 1년 안에 상환했다면 부담은 약 1,620만원에 그쳤을 금액이다.
여기에 원천징수납부지연가산세가 더해진다. 인정상여에 대한 소득세는 법인세 신고와 함께 원천징수·납부해야 하는데, 방치 기간 동안 매 사업연도분이 각각 미납 상태로 남는다. 1년차분 근로소득세 1,139만원이 5년(1,825일)간 미납된 경우로 계산하면, 가산세는 미납세액의 3%(약 34만원)에 미납세액 × 0.022% × 1,825일(약 457만원)을 더해 약 491만원이 된다. 원금의 43%에 해당하는 금액이 가산세로만 추가되는 셈이다. 국세기본법 제47조의5에 따라 법정납부기한 다음날부터 고지일까지 발생하는 금액은 10%를, 전체 가산세는 50%를 한도로 하므로 무한정 불어나지는 않지만, 5년치를 각각 계산하면 누적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
| 연차 | 가지급금 잔액 | 연간 인정이자(4.6%) | 법인세 증가분(20.9%) | 근로소득세 증가분(49.5%) |
|---|---|---|---|---|
| 1년차 | 5억원 | 2,300만원 | 481만원 | 1,139만원 |
| 2년차 | 5억원 | 2,300만원 | 481만원 | 1,139만원 |
| 3년차 | 5억원 | 2,300만원 | 481만원 | 1,139만원 |
| 4년차 | 5억원 | 2,300만원 | 481만원 | 1,139만원 |
| 5년차 | 5억원 | 2,300만원 | 481만원 | 1,139만원 |
| 5년 누적 | - | 1억1,500만원 | 약 2,404만원 | 약 5,693만원 |
인정이자 계산과 소득처분은 법인이 스스로 결산에 반영하지 않아도 세무조사에서 국세청이 직권으로 재계산합니다. 법인이 자진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산세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입니다.
지금이라도 정리한다면 어떤 방법이 유리한가
가지급금을 지금이라도 정리한다면 방법에 따라 세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실무에서는 세 가지 방법을 저울질한다.
첫째, 현금 상환이다. 대표이사 개인 자금으로 원금을 갚는 방법으로 절차가 가장 단순하고 추가 과세 위험이 없다. 다만 상환 시점 이후의 인정이자만 사라질 뿐, 이미 지난 사업연도분의 인정이자·소득처분은 소급해서 취소되지 않는다.
둘째, 배당으로 정산하는 방법이다. 법인에 이익잉여금이 충분하다면 배당을 통해 대표이사에게 자금을 지급하고, 그 자금으로 가지급금을 상환하도록 처리할 수 있다. 배당소득세는 원천징수 15.4%(지방소득세 포함)로 분리과세되고,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부분만 종합과세된다. 대표이사의 한계세율이 이미 45% 구간에 있다면 상여로 정산할 때보다 배당으로 정산하는 쪽의 실효세율이 낮은 경우가 많다. 다만 법인 단계에서 이미 법인세를 낸 이익에 배당소득세가 다시 붙는 이중과세 구조이므로, 법인세 실효세율까지 더한 총부담률로 비교해야 한다.
셋째, 유상감자다. 자본거래로 처리되어 의제배당으로 과세되는데, 감자대가와 주식 취득가액의 차액만 과세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설립 당시 액면가로 출자한 대표이사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다만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채권자 이의제출 공고 절차를 거쳐야 해 시간이 걸리고, 다른 주주가 있다면 지분 비율에 따라 감자 대상을 정하는 과정에서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어떤 방법을 고르든 방치 기간이 세금 부담을 가르는 가장 큰 변수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신고했으나 가지급금 인정이자를 누락한 정도라면 국세 부과제척기간은 5년이다. 아예 법인세·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7년으로 늘어난다. 이중장부를 작성하거나 가공 경비로 가지급금을 지워버리는 등 부정행위로 판단되면 10년까지 소급해 추징당할 수 있다. 방치 기간이 길고 장부상 흔적을 없앤 정황이 있으면 국세청은 단순 누락이 아니라 부정행위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 구분 | 부과제척기간 | 적용 상황 |
|---|---|---|
| 정상신고 + 단순 누락 | 5년 | 신고는 했으나 인정이자·소득처분을 누락한 경우 |
| 무신고 | 7년 | 법인세·소득세 신고 자체를 하지 않은 경우 |
| 부정행위 | 10년 | 이중장부, 가공 경비, 가지급금 은닉 목적 허위 회계처리 등 |
가지급금은 액수보다 방치한 시간이 세금을 키운다.
가지급금을 정리하는 데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법인의 이익잉여금 규모, 대표이사의 한계세율, 다른 주주와의 지분 관계에 따라 유리한 방법이 달라지고, 정리 방식을 잘못 고르면 오히려 세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방치한 기간이 길수록 선택지는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