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치매 초기 진단을 받으면 가족들은 반사적으로 성년후견부터 알아본다. 그런데 초기 진단 단계에서는 성년후견이 오히려 늦은 선택일 수 있다. 성년후견은 의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상태를 전제로 하는 제도이고, 초기 치매 환자는 대화와 판단이 가능한 시기가 상당 기간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성년후견 신청이 아니라, 아직 계약을 이해하고 서명할 수 있을 때 재산관리 방법을 먼저 정해두는 것이다. 이 판단을 늦추면 몇 달 뒤에는 법정후견 외에 다른 선택지가 남지 않을 수 있다.
치매 초기 진단은 성년후견 신청 시점이 아니라 의사능력이 남아있는 마지막 시기를 알리는 신호다. 임의후견계약과 신탁은 본인이 계약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고, 의사능력을 다투게 되면 이미 마친 증여조차 무효로 뒤집힐 수 있다.
치매 초기 진단, 성년후견부터 신청해야 하나
아니다. 초기 진단만으로 성년후견 요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9조는 질병·장애·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서만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정하고 있다. 초기 치매는 대개 이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 오히려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태를 대상으로 하는 한정후견(민법 제12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일시적 후원이나 특정 사무만 도움이 필요한 특정후견(민법 제14조의2), 그리고 본인이 의사능력이 있을 때 미리 계약으로 후견인을 정해두는 임의후견까지 더하면 선택지는 넷으로 나뉜다.
후견 유형을 정할 때 실무에서는 담당 의사의 진단서 소견만 보지 않는다. 은행 업무나 부동산 계약처럼 복잡한 법률행위의 의미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지, 실제 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지를 함께 본다. 장기요양등급이 나왔다고 곧바로 의사능력이 없다고 단정하지도 않는다. 등급은 돌봄이 필요한 정도를 나타낼 뿐, 법률행위를 이해하는 능력과는 별개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성년후견을 신청하면 재산관리 권한은 어떻게 달라지나
후견인이 되어도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청 절차부터 살펴보면, 진단서와 기본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후견등기사항부존재증명서 등을 갖춰 청구서를 가정법원에 접수한 뒤 가사조사관의 가사조사가 진행되고,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정신감정을 촉탁한다. 이어 본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심문을 거쳐 후견 개시 여부와 후견인이 결정된다. 전체 절차는 통상 3~6개월이 걸리고, 정신감정료는 사안에 따라 수십만원에서 100만원대까지 별도로 든다.
후견인은 원칙적으로 포괄적인 법정대리권을 갖지만, 피후견인이 거주하는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임대차를 해지·변경하는 행위는 민법 제947조의2 제5항에 따라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거주 부동산을 처분하면 피성년후견인의 주거가 불안정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법이 대리권을 제한해 놓은 것이다. 후견인은 취임 시 재산목록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후견사무 내용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
| 구분 | 성년후견 | 한정후견 | 특정후견 |
|---|---|---|---|
| 요건 | 사무처리 능력 지속적 결여 | 사무처리 능력 부족 | 일시적·특정 사무 후원 필요 |
| 근거 조문 | 민법 제9조 | 민법 제12조 | 민법 제14조의2 |
| 후견인 권한 | 원칙적 포괄 대리(중요행위는 법원 허가) | 법원이 정한 범위 내 대리·동의 | 법원이 정한 특정 사무에 한정 |
| 적합한 상황 | 의사소통이 거의 어려운 단계 | 초기~중등도 치매로 부분적 판단 가능 | 특정 계약·소송 등 일시적 도움만 필요 |
치매 진단 후 재산을 미리 넘겨두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나
생긴다. 특히 형제자매가 여럿이고 그중 한 명에게만 재산이 넘어간 경우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는 치매 초기 진단 직후 자녀 한 명이 부모 명의 아파트를 증여받고, 몇 년 뒤 부모가 사망하면 다른 형제가 증여 당시 의사능력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다. 법원은 치매 진단 자체가 아니라 증여 계약 "당시"의 실질적 의사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진료기록, 장기요양등급,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공증인이나 의료진이 본인의 이해 여부를 확인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고개를 끄덕인 정도"로는 계약 내용을 이해하고 진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최근 판결 경향이다.
시가 6억원 아파트를 자녀 한 명에게 증여했다고 가정해보면 세금 차이가 분명해진다.
| 구분 | 금액 |
|---|---|
| 증여재산가액(아파트 시가) | 6억원 |
| 성년자 증여재산공제 | 5,000만원 |
| 과세표준 | 5억5,000만원 |
| 적용세율 | 30% |
| 누진공제액 | 6,000만원 |
| 산출세액 | 1억500만원 |
이 증여가 나중에 무효로 판결되면 어떻게 될까. 이미 낸 증여세는 경정청구로 환급받을 수 있지만, 해당 재산은 상속재산으로 환원되어 상속세 과세가액에 다시 포함된다. 다른 상속재산과 합산되면서 과세표준 구간이 올라가 세율이 더 높아질 수 있고, 형제간 소송 비용에 무신고가산세(20%)와 납부지연가산세까지 겹친다. 증여를 유효하게 인정받았을 때 냈을 세금보다 훨씬 큰 부담이 뒤늦게 발생하는 구조다.
정상적으로 이뤄진 증여라도 상속인에게 준 증여재산은 상속 개시 전 10년 이내,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준 증여재산은 5년 이내면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된다. 이미 낸 증여세는 세액공제로 정산되지만 합산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또한 성년후견이 이미 개시된 뒤에는 후견인이 임의로 증여를 결정할 수 없다. 후견인의 재산관리는 피후견인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해야 하고, 상속인들의 절세를 목적으로 한 증여는 이해상충으로 보아 가정법원이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않는다. 성년후견이 시작되면 사전증여를 통한 상속세 절세 설계는 사실상 막힌다는 뜻이다.
성년후견 대신 검토할 수 있는 재산관리 방법
의사능력이 남아있는 지금이 선택의 폭이 가장 넓은 시점이다. 임의후견계약은 공정증서로 체결하고 후견등기를 마쳐두면, 이후 본인의 사무처리 능력이 실제로 부족해졌을 때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는 순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그 전까지는 본인이 직접 재산을 관리한다. 후견인과 권한 범위를 본인이 미리 정할 수 있다는 점이 법정후견과 다르다. 유언대용신탁은 법원 절차 없이 병원비·생활비를 자동으로 지급하고 사망 이후 상속 절차까지 미리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신탁 설정 역시 계약행위이므로 의사능력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전제는 임의후견과 동일하다.
재혼 가정이나 상속 분쟁 소지가 큰 경우는 더 서둘러야 한다
상속인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면 판단을 늦출수록 나중에 다툼의 여지가 커진다. 아직 대화가 되고 계약 내용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다면 임의후견계약과 신탁을 우선 검토하고, 이미 대화가 어렵거나 최근 진료기록에 인지저하가 뚜렷하다면 다투어질 여지가 적은 지금, 지체 없이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심판을 청구하는 편이 안전하다.
| 구분 | 임의후견 | 성년후견(법정후견) |
|---|---|---|
| 시작 요건 | 본인이 의사능력 있을 때 계약 체결 | 의사능력이 이미 부족해진 뒤 청구 |
| 절차 | 공정증서 작성·후견등기, 이후 감독인 선임 시 효력 발생 | 가정법원 심판(가사조사·정신감정·심문), 3~6개월 |
| 권한 설계 | 본인이 후견인과 권한 범위 직접 지정 | 법원이 후견인 선임 및 권한 범위 결정 |
| 비용 | 공증 비용 중심, 상대적으로 낮음 | 정신감정료 등 포함해 상대적으로 높음 |
치매 초기 진단은 성년후견 신청 신호가 아니라, 의사능력이 남아있는 마지막 시기를 알리는 신호다.
재산관리 방법을 정하기 전에 먼저 확인할 것은 본인이 지금 계약 내용을 이해하고 서명할 수 있는 상태인지다. 이 판단이 늦어질수록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줄어들고, 이미 이뤄진 증여도 뒤늦게 의사능력을 다투는 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