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25년째 운영해 온 제조업체를 곧 물려받게 됐다는 상담에서는 질문이 거의 똑같은 순서로 나온다. "이번에 상속받으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나요, 못 받나요."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가업상속공제의 경영기간 요건을 10년에서 30년으로 올린다는 소식을 접한 뒤라면 이 질문은 더 다급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25년 경영한 기업은 상속이 언제 열리느냐에 따라 답이 갈린다. 개정안의 시행일은 2027년 7월 1일 이후 상속개시분부터로 예정돼 있다. 그 전에 상속이 시작되면 현행 10년 요건이 그대로 적용돼 공제를 받는 데 지장이 없다. 시행일 이후라면 30년에는 못 미치지만 20년은 넘겼으므로 완전히 배제되는 게 아니라, 사후관리 기간이 늘어나는 조건부로 공제 대상에 남는다.
이 글은 이 두 갈래를 어떤 기준으로 나누고, 25년이라는 경영기간이 실제로 어떤 숫자로 바뀌는지 정리한다. 아직 국회 심의가 끝나지 않은 개편안이라는 점도 함께 짚는다.
상속 개시일이 2027년 6월 30일 이전이면 현행 10년 요건으로 공제를 받고, 2027년 7월 1일 이후면 20~30년 구간 특례가 적용돼 사후관리 기간만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 채 공제를 받는다. 25년 경영 자체가 공제를 막는 사유는 아니다.
가업상속공제 경영기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세는가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오랜 기간 일군 사업을 상속인이 이어받을 때, 그 사업용 재산에 대한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 주는 제도다. 공제받는 금액이 현행 최대 600억원, 개편안 통과 시 최대 1,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가업상속공제 여부는 상속세 규모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이 제도의 입구를 지키는 조건이 경영기간이다. 개인기업이면 창업일, 법인이면 설립등기일이나 피상속인이 최대주주 등이 된 날 중 이른 날부터 상속개시일까지의 기간을 센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의2는 이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가업으로 인정하고, 10~20년이면 공제한도 300억원, 20~30년이면 400억원, 30년 이상이면 600억원으로 한도를 늘려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2026년 세제개편안은 이 입구 자체를 10년에서 30년으로 올린다. 실제 경영권 승계보다 상속세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10년 남짓 운영한 기업을 가업으로 포장해 공제를 받는 사례가 늘었다는 지적이 배경이다. 대형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상속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됐다. 이 때문에 개편안은 가업의 정의 자체도 특허권·영업비밀·산업기술·숙련기술 등 전문성을 갖춘 기업으로 좁히고, 이를 심사할 심의위원회를 새로 두기로 했다.
현행 제도와 2026년 개편안,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가장 크게 바뀌는 세 가지는 경영기간 요건, 사후관리 기간, 공제한도 산정 방식이다.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구분 | 현행 제도 | 2026 개편안 (2027.7.1~) |
|---|---|---|
| 경영기간 요건 | 10년 이상 | 원칙 30년 이상 (20~30년은 조건부) |
| 사후관리 기간 | 5년 | 10년 (부족 기간만큼 가산) |
| 공제한도 산정 | 10~20년 300억·20~30년 400억·30년 이상 600억 | 경영연수×20억원, 최대 1,000억원 |
| 가업의 정의 | 법정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 특허·영업비밀·산업기술 등 전문성을 보유한 기업 |
| 대상 업종 | 법정 업종 기준, 별도 축소 없음 | 세세분류 727개로 한정, 마트·병원·약국 등 제외 |
| 심사 절차 | 사후 세무조사 중심 | 심의위원회 사전 심사 신설 |
| 시행 시점 | 현재 시행 중 | 2027년 7월 1일 이후 상속개시분부터 |
공제한도 산정 방식이 구간제에서 산식으로 바뀐다는 점도 중요하다. 개편안은 경영연수에 20억원을 곱하는 방식으로 한도를 계산한다.
| 경영기간 | 개편안 공제한도 | 비고 |
|---|---|---|
| 20~29년 (25년 포함) | 전문가 확인 필요 | 30년 미달이지만 사후관리 연장 조건으로 공제 가능 |
| 30년 | 600억원 | 원칙 기준 충족 |
| 35년 | 700억원 | - |
| 40년 | 800억원 | - |
| 50년 이상 | 1,000억원 | 한도 상한 |
25년 경영한 사업, 상속 개시 시점에 따라 계산이 어떻게 달라지나
판단 기준은 딱 하나, 상속이 개시되는 날짜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 즉 상속개시일 시점의 법을 적용받는다. 그래서 아버지가 언제 세상을 떠나느냐에 따라 같은 25년짜리 사업이 전혀 다른 규정을 적용받는다.
2027년 6월 30일 이전에 상속이 개시되면 계산은 단순하다. 현행법의 경영기간 요건은 10년 이상이고, 25년은 이 기준을 훨씬 넘긴다. 경영기간 구간상 20~30년에 해당하므로 공제한도는 400억원이고, 사후관리 기간은 5년이다. 상속인은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임원으로, 그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이후 5년간 지분과 업종, 고용을 유지하면 된다.
2027년 7월 1일 이후에 상속이 개시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개정안의 원칙적 요건은 30년이므로 25년은 이 기준에 못 미친다. 하지만 개정안은 20년 이상 30년 미만 구간을 완전히 쳐내지 않고, 부족한 기간만큼 사후관리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다리를 놓아뒀다. 기본 사후관리 기간이 10년이므로, 30년에서 25년을 뺀 5년을 더해 상속인은 15년간 사업을 유지해야 공제가 확정된다. 정부가 예시로 든 27년 경영 기업은 부족분 3년을 더해 13년간 사후관리를 받는데, 25년이면 같은 방식으로 15년이 나온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가 이 유형이다. 매출 800억원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26년째 운영해 온 대표가 지분 60%를 보유한 채 후계자인 자녀를 상무로 앉혀둔 상태였다. 아버지의 상속이 올해 안에 열리면 공제한도 400억원에 사후관리 5년으로 끝나지만, 개편안이 예정대로 2027년 7월부터 시행된 뒤 상속이 열리면 사후관리가 14년(기본 10년+부족분 4년)으로 늘고, 심의위원회에서 전문기술 보유를 소명해야 하는 절차가 하나 더 생긴다.
시행일 이후 상속이라고 해서 사후관리 기간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개편안이 새로 만든 심의위원회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경영기간만 세고 안심하는 상담 사례가 늘고 있는데, 25년 넘게 쌓아 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서류로 입증하는 준비는 별도로 해야 한다.
지금 당장 무엇을 확인하고 준비해야 하나
제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업종 요건이 자동으로 통과되는 건 아니다. 개편안은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 1,205개 가운데 727개만 가업상속공제 대상으로 남기고, 마트·버스와 택시 운송·주차장·창고·병원·약국, 프랜차이즈 가맹점, 부동산 수익 비중이 큰 업체를 제외한다. 제조업 대부분은 남는 쪽에 속하지만, 세세분류 코드 단위로 실제 해당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공제를 받는 쪽은 사업이 아니라 상속인이라는 점도 놓치기 쉽다. 상속인은 상속개시일 2년 전부터 가업에 종사하고 있어야 하고,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임원으로 취임한 뒤 2년 이내에 대표이사로 올라서야 한다. 이후 지분과 최대주주 지위를 계속 유지하지 못하면 공제받은 세액이 그대로 추징된다.
아버지가 살아 계신 지금 시점에서 상속 개시일을 인위적으로 앞당기거나 늦출 수는 없다. 그래서 실무적으로 통제 가능한 건 두 가지뿐이다. 첫째, 후계자가 이미 임원으로 재직 중인지, 대표이사 취임 계획이 서 있는지 미리 점검하는 것이다. 둘째,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시점과 최종 조문을 계속 확인하는 것이다. 2026년 9월 현재 이 개편안은 정기국회에 제출돼 심의 중이고, 경영기간 요건이나 시행일이 논의 과정에서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25년 경영했다는 사실 자체는 공제를 막지 않는다. 상속이 열리는 날짜와 그날 적용되는 법이 결과를 가른다.
판단은 상속개시일 하나로 갈리므로, 아버지의 건강과 사업 승계 일정을 함께 놓고 시점을 계산해 두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