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큰돈을 한 번에 주면 세금이 부담스러워 몇 번에 나눠 보내는 경우를 상담에서 자주 만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방식은 국세청 앞에서 크게 의미가 없다. 같은 사람에게서 10년 안에 받은 돈은 몇 번에 걸쳤든 전부 하나로 합쳐져 세금이 계산되고, 그 흐름은 국세청의 신고 이력 조회와 부동산 자금조달계획서, 세무조사 계좌 추적을 통해 생각보다 쉽게 드러난다. 이 글에서는 왜 쪼개기가 통하지 않는지, 국세청이 실제로 무엇을 근거로 합산해내는지, 나눠 준 사실이 뒤늦게 적발되면 세금이 실제로 얼마나 불어나는지를 숫자로 짚는다.
증여는 몇 번에 나눠도 같은 사람에게서 10년 이내 받은 금액은 전부 합산되고,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은 그 10년 동안 단 한 번만 적용된다. 나눠 주는 방법이 실제로 절세가 되려면 증여자를 실제로 달리하거나 10년의 시간 차이를 둬야 한다.
나눠서 줘도 국세청 앞에서는 왜 소용이 없는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7조 제2항은 증여일 전 10년 이내에 같은 사람으로부터 받은 증여재산가액의 합계가 1,000만원 이상이면 그 가액을 이번 증여의 과세가액에 더하도록 정한다. 부모가 한 번에 1억원을 준 경우와 5년에 걸쳐 2,000만원씩 다섯 번을 준 경우가 세금 계산에서는 결국 같은 결과로 수렴하는 이유다.
동일인의 범위 — 아버지와 어머니는 따로 세지 않는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오해가 이 지점이다. 법 조문은 증여자가 직계존속인 경우 그 배우자를 같은 사람으로 본다고 명시한다. 아버지가 3,000만원, 어머니가 3,000만원을 각각 나눠 줬다고 해도 세금 계산에서는 한 사람에게서 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합쳐진다. 증여자 명의만 바꿔서 준 돈은 합산을 피해가지 못한다.
공제는 10년에 한 번, 매년 새로 생기지 않는다
직계존속으로부터 받는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이 한도다. 매년 5,000만원씩 새로 공제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공제는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발생한 모든 증여를 합쳐 딱 한 번만 적용된다. 첫 증여에서 공제를 다 썼다면 같은 10년 안의 두 번째, 세 번째 증여부터는 추가 공제 없이 누진세율이 그대로 얹힌다.
증여세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은 다음과 같다.
| 과세표준 | 세율 | 누진공제 |
|---|---|---|
| 1억원 이하 | 10% | - |
|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 20% | 1,000만원 |
|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 30% | 6,000만원 |
|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 40% | 1억6,000만원 |
| 30억원 초과 | 50% | 4억6,000만원 |
국세청은 실제로 무엇을 근거로 쪼개진 증여를 찾아내는가
국세청은 주민등록번호를 기준으로 개인의 과거 10년간 증여세 신고 이력을 국세행정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조회한다. 새로 증여세를 신고하는 순간, 혹은 부동산을 취득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는 순간 과거에 나눠 받은 금액이 함께 걸려 나온다. 여기에 국세청의 소득-지출 분석 시스템(PCI)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의심거래 정보가 더해지면서, 신고되지 않은 이체 흐름까지 시스템 단계에서 먼저 걸러진다.
부동산을 살 때 가장 먼저 걸린다
서울 전역을 포함한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매수하면 거래금액과 관계없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서식에는 자기자금과 차입금, 증여받은 금액을 항목별로 적어야 하고, 국토교통부는 2026년부터 기재 항목을 더 세분화할 예정이다. 자녀가 이 서식에 부모로부터 받은 돈을 적는 순간, 그 금액이 과거 나눠 받은 돈과 함께 국세청 시스템으로 넘어간다.
정기적으로 반복된 이체는 패턴으로 남는다
세무조사가 시작되면 조사관은 계좌 개설일부터 현재까지 전체 거래내역을 요청할 수 있다. 매달 비슷한 금액이 같은 계좌로 들어간 흐름은 은행 시스템에서도, 조사관의 눈에도 곧바로 드러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생활비 명목으로 보냈다는 소명이 통하려면 실제 지출 내역과 맞아떨어져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증여로 보고 과세된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가 있다. 자녀 명의로 매달 200만~300만원씩 2~3년간 이체하다가, 자녀가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를 매수하며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는 경우다. 서식에 부모 증여를 일부만 적더라도, 국세청이 계좌 이체 이력을 함께 확인하면서 그동안 누적된 전체 금액이 함께 걸리는 일이 드물지 않다.
"부모님이 나눠 주면 각자 5,000만원씩 공제받을 수 있다"거나 "1,000만원 이하로 나누면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직계존속의 공제 한도는 부모를 합쳐 10년간 5,000만원이고, 1,000만원은 과거 증여를 합산할지 판단하는 기준일 뿐 그 금액 이하가 비과세라는 뜻이 아니다.
쪼개서 몰래 준 돈이 나중에 적발되면 세금이 실제로 얼마나 불어나는가
숫자로 보면 답이 분명해진다. 부모가 자녀에게 5년에 걸쳐 매년 5,000만원씩 총 2억5,000만원을 나눠 줬다고 가정하자. 매번 정상적으로 합산 신고했을 때 5년간 낸 세금의 총합은, 한 번에 2억5,000만원을 준 경우와 정확히 같은 3,000만원이다. 나눠 준다고 해서 세금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 구분 | 누적 증여액 | 그 해 납부세액 |
|---|---|---|
| 1차(1년차) | 5,000만원 | 0원 |
| 2차(2년차) | 1억원 | 500만원 |
| 3차(3년차) | 1억5,000만원 | 500만원 |
| 4차(4년차) | 2억원 | 1,000만원 |
| 5차(5년차) | 2억5,000만원 | 1,000만원 |
| 합계 | 2억5,000만원 | 3,000만원 |
문제는 이 계산이 '제때 신고했을 때'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2~5차 증여를 신고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세무조사에서 한꺼번에 적발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신고하지 않은 세액에는 무신고가산세 20%가 붙고, 나눠 준 정황이 조세 회피 목적의 고의적 구조로 인정되면 부정행위로 분류돼 가산세율이 40%까지 올라간다. 여기에 법정납부기한 다음 날부터 하루 0.022%씩 붙는 납부지연가산세가 별도로 쌓인다. 예를 들어 2차 증여분 500만원을 3년(1,095일) 방치했다면 납부지연가산세만 약 120만원(500만원×0.022%×1,095일)에 달한다.
상속세·증여세의 부과제척기간은 원칙적으로 10년이지만, 신고를 아예 하지 않았거나 거짓·누락 신고를 한 경우, 부정행위로 세금을 포탈한 경우에는 15년으로 늘어난다.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준 돈을 의도적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면, 국세청은 15년 전 증여까지 거슬러 추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눠 주는 방법이 실제로 유리해지는 경우는 언제인가
나눠 주는 방식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같은 사람'에게서 '10년 안에' 나눠 주는 경우다. 증여자를 실제로 달리하거나, 10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실제로 두거나, 별도의 공제 항목을 쓸 때는 나눠 주는 방법이 그대로 절세로 이어진다.
첫째, 조부모를 통한 증여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서로 다른 증여자로, 제47조 제2항의 동일인 합산 대상이 아니다. 다만 증여재산공제는 부모와 조부모를 합쳐 '직계존속'이라는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 10년간 5,000만원 한도를 함께 쓰므로, 공제 한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둘째, 배우자를 통한 증여다. 자녀의 배우자(며느리·사위)는 자녀 본인과는 별개의 수증자이자 다른 증여재산공제 그룹으로 계산된다. 부부가 각자의 부모로부터 나눠 받으면 네 사람이 각각 독립된 증여자가 되어, 부부 합산 기준으로는 활용할 수 있는 공제 폭이 넓어진다.
셋째, 10년 주기를 실제로 넘기는 방법이다. 첫 증여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증여재산공제가 다시 발생한다. 자녀가 성년이 되는 시점부터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 증여하면, 매 구간마다 5,000만원의 공제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넷째,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다. 2024년 1월 1일 이후 증여분부터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 또는 자녀 출생일부터 2년 이내에 직계존속으로부터 받는 증여에는 기존 5,000만원 공제와 별개로 1억원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
| 증여자 조합 | 동일인 해당 여부 | 비고 |
|---|---|---|
| 아버지 + 어머니 | 해당(합산) | 직계존속의 배우자 포함 |
| 아버지 + 친할아버지 | 비해당(합산 제외) | 제47조 제2항상 별개 증여자, 공제 한도는 공유 |
| 친가 + 외가 조부모 | 비해당(합산 제외) | 각각 별개 증여자 |
| 자녀의 부모 + 배우자의 부모 | 비해당(합산 제외) | 수증자 기준 서로 다른 계통 |
나눠 주는 방법이 절세가 되는 건 증여자가 실제로 다르거나 10년의 시간이 실제로 지났을 때뿐이다.
부모가 같은 사람인 이상, 몇 번에 나눠 보내는지는 세금 계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신고를 미루고 나눠서 몰래 보냈다는 사실이 나중에 가산세와 부과제척기간 연장으로 돌아올 뿐이다. 계획을 세운다면 증여자와 시점을 실제로 바꾸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