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상담을 하다 보면, 자녀가 세상을 떠난 뒤 20~30년 만에 연락이 끊겼던 부모가 나타나 상속재산을 요구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만난다.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아 조부모나 친척 손에서 자란 상속인의 배우자나 형제자매 입장에서는, 법이 이런 부모에게도 똑같이 상속분을 인정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면,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제1004조의2)을 활용하면 이런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다. 다만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에 청구해 선고를 받아야 하고, 그 사유도 자녀가 미성년자였을 때의 부양의무 위반으로 한정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글에서는 구하라법이 실제로 어떤 경우를 막는지, 기존 상속결격 제도와 무엇이 다른지, 누가 언제까지 어떤 절차로 청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상속권 다툼이 진행되는 동안 상속세 신고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실무 기준으로 짚는다.
상속권 상실 선고의 핵심은 세 가지다. 부양의무 위반 사유는 자녀가 미성년자였던 기간의 방임·유기로 한정되고, 가정법원의 심판·선고가 확정돼야 효력이 생기며, 상속개시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늦어도 상속개시일로부터 3년 안에 청구해야 한다.
구하라법이 실제로 막는 것은 무엇인가
구하라법이 막는 것은 피상속인이 미성년자였던 시절 부양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그 자녀 사망 후 상속인 지위를 그대로 누리는 상황이다. 2024년 9월 20일 신설되고 2026년 1월 1일 시행된 민법 제1004조의2는 가정법원이 일정한 사유가 있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선고로 상실시킬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사망한 가수 구하라씨의 사례에서 시작된 입법 논의가 6년여 만에 조문으로 완성된 것이다.
이 조항이 정한 청구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인데, 이때 부양의무는 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된다. 둘째는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상속결격 사유는 제외)를 하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다.
상담 현장에서 자주 보는 유형은 이렇다. 자녀가 다섯 살 무렵 부모가 이혼하면서 양육을 포기하고 떠난 뒤, 자녀는 조부모 손에서 자라 성인이 되어 자수성가했다. 이후 30대에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하면서 본인 명의 아파트(시가 8억 원 상당)와 예금 2억 원을 남겼는데, 20년 넘게 연락이 없던 친부모가 사망 소식을 듣고 나타나 2순위 직계존속으로서 상속분을 주장하는 식이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다. 부양의무 위반 사유는 조문상 명확히 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돼 있다.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 부모와 연락이 끊기거나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했던 사정만으로는 이 조항을 근거로 삼기 어렵다. 방임·유기가 자녀의 미성년 시기에 있었어야 한다는 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상속결격과는 무엇이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자동이냐 재판이 필요하냐에 있다. 기존 민법 제1004조의 상속결격은 고의로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유언을 방해·위조하는 등 법정 사유가 발생하면 별도 재판 없이 즉시 상속권을 잃는 제도다. 반면 신설된 제1004조의2의 상속권 상실 선고는 사유가 있어도 가정법원의 심판을 거쳐 선고가 확정돼야 효력이 생긴다. 게다가 법원은 사유의 경위와 정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형성 경위와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구를 받아들이거나 기각할 수 있다.
| 구분 | 상속결격 (민법 제1004조) | 상속권 상실 선고 (민법 제1004조의2) |
|---|---|---|
| 효력 발생 | 사유 발생 즉시, 별도 재판 불요 | 가정법원 심판·선고 확정 시 |
| 대표 사유 | 고의 살해·살해미수, 유언 방해·위조 | 미성년 시기 부양의무 중대 위반, 중대 범죄·심히 부당한 대우 |
| 청구 필요 여부 | 불요(당연 상실) | 필요(공동상속인 등이 청구) |
| 청구·판단 기간 | 해당 없음 | 안 날부터 6개월, 상속개시일부터 3년 |
| 법원의 재량 | 없음(요건 충족 시 당연 적용) | 있음(사유의 경위·정도 등 종합 고려) |
실무적으로는 이 재량 판단이 승패를 가른다. 부모가 자녀를 버리고 떠났더라도 이후 일정 기간 양육비를 보냈거나 뒤늦게 관계 회복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면 법원이 청구를 기각할 여지가 있다. 반대로 완전한 연락 두절과 양육비 미지급이 자녀의 미성년 전 기간에 걸쳐 있었다면 인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한 번이라도 연락했는지가 아니라, 부양의무를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데도 방치했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청구는 누가, 언제까지 해야 하나
청구권자는 원칙적으로 다른 공동상속인이고,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공동상속인은 사유가 있는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해야 한다. 이 기간은 제척기간이어서, 늦어도 상속이 개시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청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공동상속인이 아예 없거나 공동상속인 전원에게 청구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권 상실이 확정될 경우 상속인이 될 사람(후순위 상속인)이 직접 청구할 수 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공정증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했다면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청구하는 경로도 있다.
구체적인 숫자로 보면 이해가 빠르다. 상속재산이 10억 원(부동산 8억 원, 예금 2억 원)이고 상속인이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친모(20년간 연락이 끊겼던)뿐이라고 가정하자. 상속권 상실이 확정되기 전 법정상속분은 배우자 1.5 대 직계존속 1의 비율로 나뉘어, 배우자가 6억 원, 친모가 4억 원을 가져가는 구조다. 그런데 친모에 대한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직계존속이 사라지고 배우자가 10억 원 전액을 단독으로 상속하게 된다. 배우자상속공제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어서, 상속세액 자체도 달라진다.
상속권 상실 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상속세 신고·납부를 미뤄서는 안 된다. 신고기한은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이며, 이 기한을 넘기면 상속인 확정 여부와 무관하게 무신고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가 부과된다. 실무에서는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우선 신고하고, 선고가 확정된 뒤 경정청구로 세액을 정산하는 방식을 쓴다.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함정들
실무에서 가장 자주 걸리는 지점은 기간 계산과 소급 적용 범위다. 청구 기간은 안 날로부터 6개월과 상속개시일로부터 3년 중 먼저 도래하는 쪽이 기준이 되는 제척기간이어서, 한 번 지나면 사유가 아무리 명백해도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다. 상속 개시 사실을 안 것과 상대방의 청구 사유(부양의무 위반 등)를 안 것을 별개로 계산해야 한다는 점도 실무에서 종종 놓친다.
소급 적용 범위도 헷갈리기 쉽다. 개정 규정은 2024년 4월 25일(헌법재판소의 유류분 헌법불합치 결정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부터 적용된다. 2024년 4월 25일부터 2026년 1월 1일 사이에 이미 상속이 개시됐고, 그 전에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던 공동상속인은 시행일인 2026년 1월 1일부터 6개월 이내에 별도로 청구해야 한다. 이 경과규정을 놓치면 오래된 사안일수록 구제받을 기회를 그대로 흘려보내게 된다.
대습상속 문제도 아직 정리가 덜 됐다. 상속권 상실이 확정된 부모를 대신해 그 직계비속(피상속인의 형제자매 등)이 대습상속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개정 과정에서 명확한 배제 조항이 최종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사안마다 상속인 구성과 사유 발생 시점이 달라 결과가 갈릴 수 있으므로, 대습상속 가능성이 있는 사안은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구하라법은 자녀를 버린 부모를 자동으로 걸러내는 장치가 아니라, 남은 가족이 직접 가정법원에 입증하고 청구해야 작동하는 제도다.
방임의 증거를 미성년 시기 기준으로 정리하고, 6개월이라는 짧은 제척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결과를 가른다. 상속세 신고기한은 상속권 다툼과 별개로 흘러가므로, 심판 청구와 세금 신고를 동시에 준비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