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편찮으실 때 병원비와 간병을 형제자매 중 한 사람이 도맡는 경우가 많다. 생활비까지 오랜 기간 혼자 부담했다면, 막상 상속이 개시된 뒤 다른 형제자매와 법정상속분대로 똑같이 나누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민법은 이런 상황을 조정하기 위해 기여분 제도를 두고 있지만, 단순히 생활비를 보탠 정도로는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 실무의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기여분이 인정되는 요건, 통상적인 부양과 구분되는 기준, 청구 절차와 미리 준비해야 할 증거를 2026년 기준으로 정리한다.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거나 병원비를 낸 정도는 자녀의 부양의무 이행으로 평가돼 그 자체만으로는 기여분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다른 상속인과 비교해 통상적인 부양을 뚜렷이 넘어서는 기간·방법·비용 부담을 객관적 증거로 입증해야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여분이란 무엇인가 — 요건과 발생 시점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을 때, 그 기여를 상속분 산정에 반영해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맞추는 제도다.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은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를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기여분은 상속이 개시된 뒤 공동상속인의 협의로 먼저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을 때는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기여분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법원은 기여의 시기와 방법, 정도, 상속재산의 규모 등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해 기여분을 정한다. 기여분이 인정되면 상속개시 당시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기여분을 먼저 공제한 나머지를 상속재산으로 보고 법정상속분을 계산한 뒤, 기여자의 상속분에만 기여분을 더한다.
통상적인 부양과 특별한 기여, 어떻게 다른가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여기다. 성년 자녀가 부모에게 생활비를 보태거나 병원비 일부를 부담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민법상 부양의무의 이행으로 평가된다. 그 사정만으로는 특별한 기여로 인정되기 어렵다. 법원이 실제로 살피는 요소는 부양의 기간과 방식, 부양비용을 실제로 누가 얼마나 지출했는지, 다른 공동상속인은 부양에 참여했는지 여부다.
| 구분 | 통상적인 부양 (인정 어려움) | 특별한 기여 (인정 가능성) |
|---|---|---|
| 기간 | 단기간 또는 간헐적 지원 | 통상 5~10년 이상 장기간 |
| 방식 | 명절·경조사 등 통상적 지원 | 동거하며 신체 수발을 든 경우 |
| 비용 부담 | 생활비 일부를 보탠 정도 | 병원비·요양비를 본인 재산에서 장기 부담 |
| 생업 영향 | 본인 생업에 별다른 영향 없음 | 직장·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 |
| 다른 상속인과의 차이 | 형제자매도 비슷한 수준으로 지원 | 다른 상속인은 부양에 참여하지 않음 |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한 준비 전략
기여분은 주장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객관적인 증거로 기여의 시기와 방식, 정도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준비 순서는 다음과 같다.
- 첫째, 증거를 체계적으로 모은다. 간병일지, 병원 방문 기록과 진단서, 요양보호사 등록 서류, 계좌이체 내역과 신용카드 결제 내역, 의료진·이웃의 진술서 등을 시기별로 정리해 둔다.
- 둘째, 협의를 먼저 시도한다.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간 협의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심판 절차로 가기 전에 다른 상속인과 협의를 시도하고 그 경과를 기록해 둔다.
- 셋째, 기여분 결정 청구는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와 함께 제기한다.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하면서 그 절차 안에서 기여분 결정을 함께 구해야 한다.
| 입증 항목 | 준비할 증거자료 |
|---|---|
| 간병·동거 사실 | 간병일지, 병원 방문 기록, 요양보호사 등록 서류, 의료진·이웃 진술서 |
| 비용 부담 | 병원비·요양비 영수증, 계좌이체 내역, 신용카드 결제 내역 |
| 생업 포기·축소 | 퇴사 증빙, 휴업 신고서, 소득금액증명원 등 소득 변동 자료 |
| 다른 상속인과의 차이 | 다른 형제자매의 부양 참여 여부에 관한 진술서, 통화·메시지 기록 |
기여분 결정 청구를 상속재산분할심판 없이 단독으로 신청하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될 수 있다. 반드시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와 함께 제기해야 한다.
상속인이 아닌 가족, 그리고 2026년에 달라진 점
기여분은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에게만 인정된다. 시부모나 장인장모를 오래 부양한 며느리·사위라 하더라도, 상속인이 아닌 이상 기여분 청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다만 배우자인 자녀가 상속개시 전에 먼저 사망해 대습상속인이 되는 경우에는 공동상속인의 지위에서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다.
2026년 2월 12일 국회를 통과해 같은 해 3월 17일 공포·시행된 개정 민법(법률 제21454호)은 1977년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유류분 반환 국면에 기여분 요소를 반영했다. 부모를 부양하거나 가업에 기여한 자녀가 생전에 받은 증여라면, 그 기여에 해당하는 부분만큼 유류분 반환 청구의 압박에서 벗어날 여지가 생긴 것이다. 같은 개정으로 신설된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민법 제1004조의2)는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상속인에 대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부양에 참여한 상속인과 그렇지 않은 상속인 사이의 형평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2026년 개정 규정이 개별 사건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되는지, 소급 적용 범위와 기여분 반영 비율은 사안마다 다르므로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기여분은 부양의 진심이 아니라 통상적인 부양을 넘어선 사실을 증거로 증명했을 때만 인정된다.
기여분은 법정상속분의 예외를 인정하는 제도인 만큼, 법원은 부양의무 이행과 특별한 기여를 엄격히 구분해 판단한다. 생활비를 보탠 사실만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부양의 기간과 방식, 비용 부담의 정도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상속 개시 전부터 꾸준히 정리해 두는 편이 실제 심판 단계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