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상속세 고지서를 받아 든 순간, 세액보다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상속받은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이고 현금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세금을 나눠 내는 연부연납을 알아보게 된다. 그런데 실제 상담에서는 세금보다 담보 이야기에서 다들 한 번씩 놀란다. 세금이 6억원이면 담보도 6억원 정도만 있으면 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요구받는 금액은 그보다 훨씬 크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부연납 담보는 낼 세금이 아니라 연부연납 기간 동안 붙는 가산금까지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담보 종류에 따라 110%에서 120%를 곱해 계산한다. 이 글은 그 계산이 왜 이렇게 되는지, 담보로 무엇을 준비할 수 있는지,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함정까지 짚는다.
연부연납 담보는 세금 원금이 아니라 '연부연납 세액 + 가산금'의 110%(현금·납세보증보험증권·은행 납세보증서) 또는 120%(부동산 등)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가산금이 늘어 필요한 담보도 함께 커진다.
연부연납, 신청만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연부연납은 납부할 세액이 2천만원을 넘고, 그 세액에 상당하는 담보를 제공하며, 정해진 기한 안에 신청해야 허가받을 수 있는 제도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세무서는 연부연납을 허가하지 않는다.
신청 기한은 두 갈래로 나뉜다. 상속세를 스스로 신고하면서 신청하는 경우 신고기한, 즉 피상속인 사망일로부터 6개월(상속인 중 비거주자가 있으면 9개월) 안에 신청해야 한다. 세무서 결정이나 경정으로 뒤늦게 세액이 확정돼 고지서를 받은 경우에는 그 납부기한까지 신청할 수 있다.
기간은 원칙적으로 허가일로부터 10년이다. 가업상속재산이 전체 상속재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면 20년까지 늘어난다. 다만 기간을 무작정 길게 잡을 수는 없다. 각 회분 분할납부세액이 1천만원을 넘도록 기간을 정해야 하므로, 세액이 크지 않으면 10년을 전부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담보는 세금만큼이 아니다 — 얼마를 준비해야 하나
담보액은 연부연납으로 미루는 세액에 그 기간 동안 붙는 가산금을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여기에 담보 종류별 비율을 곱한다. 가산금 이자율은 2026년 기준 연 3.1%(국세기본법 시행규칙 제19조의3, '연 1천분의 31')다. 이 비율은 시중금리에 따라 매년 3월 무렵 조정되므로, 신청 시점의 고시 이자율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계산 순서는 세 단계다. 첫째, 연부연납 세액을 매년 균등분할한다. 둘째, 아직 갚지 않은 잔액에 그 해의 가산율을 곱해 가산금을 매년 다시 계산한다. 셋째, 이렇게 나온 세액과 가산금의 합계에 현금·납세보증보험증권·은행 납세보증서는 110%, 토지·건물 등 그 외 담보는 120%를 곱한 금액을 실제로 준비해야 한다.
상속세 납부세액이 6억원이고 10년(11회)으로 연부연납을 신청한 경우로 계산해 보자. 1회분은 6억원을 11로 나눈 약 5,455만원이고, 이 금액을 신고기한에 먼저 낸다. 이후 매년 남은 잔액에 3.1%씩 가산금이 붙는데, 10년 전체로 누적하면 가산금 합계는 약 9,300만원이다. 신고기한에 낸 첫 회분을 제외한 나머지 세액과 가산금을 합치면 약 6억3,845만원이고, 여기에 부동산 등 일반 담보 기준 120%를 곱하면 약 7억6,615만원, 현금이나 은행 납세보증서 기준 110%를 곱하면 약 7억230만원이 필요 담보액이다. 세금은 6억원인데 담보는 그보다 최소 1억원, 최대 1억6,600만원 넘게 더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 구분 | 금전·유가증권·납세보증보험증권·은행보증서 | 토지·건물 등 부동산 |
|---|---|---|
| 필요 비율 | 110% 이상 | 120% 이상 |
| 허가 시점 | 신청일에 허가 의제 | 세무서장 심사 후 허가 |
| 준비 절차 | 공탁 또는 보증서 발급 | 감정평가·저당권 설정 |
| 타인 명의 제공 시 | 해당 없음 | 근저당권 설정액의 1% 국민주택채권 매입 |
상담을 하다 보면 세금만큼만 담보를 잡으면 되는 줄 알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담보 비율과 가산금을 감안하지 않고 부동산 시세만 보고 담보 여력을 계산했다가, 정작 신청 단계에서 담보가 모자란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담보를 마련할 재산이 넉넉하지 않다면, 연부연납 기간을 정하기 전에 이 계산부터 먼저 해봐야 한다.
담보로 무엇을 낼 수 있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
담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재산은 국세징수법 제18조가 정한 여섯 가지뿐이다. 금전, 국채·지방채 등 유가증권, 납세보증보험증권, 은행 등의 납세보증서, 토지, 그리고 보험에 가입된 등기·등록 건물·공장재단·광업재단·선박·항공기·건설기계다. 이 목록에 없는 재산, 이를테면 동산이나 특허권 같은 무형자산은 아무리 가치가 커도 담보로 쓸 수 없다.
담보로 부동산을 선택하면 두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한다. 하나는 평가 방법이다. 담보가액은 시가가 아니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제61조에 따른 평가액(시가 또는 기준시가 등 보충적 평가액)으로 계산되는데, 이 금액이 실제 시세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다른 하나는 선순위 권리다. 이미 대출을 받아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이라면, 시가에서 그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뺀 나머지 금액만 담보가치로 인정받는다.
조세심판원은 조심2022서6291 결정에서, 이미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려 한 사안을 다뤘다.
시가에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차감해 담보가치를 산정한 결과 사실상 0원에 그쳤고, 조세심판원은 이를 근거로 담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출이 남아있는 부동산을 담보로 쓰려는 경우라면, 신청 전에 등기부등본상 채권최고액부터 확인해야 한다.
타인 명의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근저당권 설정액의 1%에 해당하는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고 그 매입 영수증을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본인 명의 담보에는 이 절차가 없습니다.
기간을 얼마나 길게 잡아야 유리한가
연부연납 기간이 길수록 매년 내는 금액은 줄지만, 가산금이 쌓이면서 필요한 담보도 함께 커진다. 그래서 기간은 얼마나 여유 있게 낼 수 있는가와 담보를 얼마나 마련할 수 있는가를 같이 놓고 정해야 한다.
같은 상속세 6억원을 5년(6회)으로 나누는 경우와 10년(11회)으로 나누는 경우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5년으로 신청하면 1회분은 정확히 1억원이고, 5년간 누적 가산금은 4,650만원이다. 신고기한 납부분을 제외한 잔여세액과 가산금을 합치면 5억4,650만원이고, 여기에 120%를 곱한 약 6억5,580만원, 또는 110%를 곱한 약 6억115만원이 필요 담보액이다. 특히 현금이나 은행 납세보증서로 담보를 제공하면 세금 원금인 6억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
10년으로 신청하면 앞서 계산한 대로 필요 담보가 120% 기준 약 7억6,615만원, 110% 기준 약 7억230만원까지 올라간다. 5년안보다 120% 기준으로 약 1억1,035만원을 더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 구분 | 5년(6회) 분할 | 10년(11회) 분할 |
|---|---|---|
| 1회분 납부액 | 1억원 | 약 5,455만원 |
| 누적 가산금 | 4,650만원 | 9,300만원 |
| 필요 담보(120%) | 약 6억5,580만원 | 약 7억6,615만원 |
| 필요 담보(110%) | 약 6억115만원 | 약 7억230만원 |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담보로 쓸 현금성 자산이 충분하다면 기간을 길게 잡아 매년 부담을 줄이는 쪽이 유리하다. 반대로 담보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기간을 늘릴수록 오히려 담보 마련이 더 어려워지므로 감당 가능한 최소 기간과 현금성 담보 조합을 먼저 계산해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담보는 세금이 아니라 세금과 가산금을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연부연납은 세금을 늦게 내는 만큼 이자에 해당하는 가산금을 물고, 그 가산금까지 포함한 금액의 110~120%를 담보로 잡히는 제도다. 신청 전에 담보로 쓸 재산의 종류와 평가액, 그리고 감당 가능한 기간을 먼저 계산해두면 신고기한 막바지에 담보가 모자라 허둥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