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받은 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큰데 정작 손에 쥔 현금은 상속세를 내기에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방법이 물납, 즉 부동산 그 자체로 세금을 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 부동산에 세입자가 살고 있거나 은행 대출 때문에 근저당권이 잡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입자나 근저당이 있는 부동산은 원칙적으로 물납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이 이런 재산을 관리·처분이 부적당한 재산으로 분류해 세무서장이 물납 허가를 거부할 수 있게 해두었기 때문이다. 다만 임대차 계약을 정리하거나 대출을 갚아 저당권을 말소하면 예외적으로 물납 신청이 가능해지는 구간도 있다.
이 글은 그 경계가 정확히 어디인지, 실제 상속 현장에서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세입자가 있거나 근저당이 설정된 상속 부동산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1조의 관리·처분 부적당 재산에 해당해 물납이 원칙적으로 제한됩니다. 임대차 계약 정리 또는 대출 상환·저당권 말소가 끝나야 물납 신청 자격이 생깁니다.
왜 세입자나 근저당이 있으면 물납이 막히나
세입자나 근저당이 있는 부동산은 국가가 상속세 대신 받아도 곧바로 처분하기 어려운 재산이기 때문이다.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현금으로 내야 하지만, 상속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이어서 현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를 위해 예외적으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으로 대신 낼 수 있게 한 제도가 물납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받은 재산을 손해 없이 빨리 처분할 수 있어야 하므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1조는 세무서장이 물납 신청 재산의 관리·처분이 부적당하다고 판단하면 물납 허가를 거부하거나 다른 재산으로 바꿔 신청하도록 명할 수 있게 규정한다.
이 조문이 열거하는 대표 사유 중 두 가지가 저당권 등 물적담보가 설정된 재산과 임대차 계약이 체결된 재산이다. 세입자가 있는 부동산은 소유권과 함께 임차인의 거주·영업권까지 넘어가 국가가 곧바로 처분하기 어렵고, 근저당이 잡힌 부동산은 국가가 받은 뒤에도 은행 채무를 정리해야 하는 부담이 남는다. 두 경우 모두 국가 입장에서는 깨끗하게 처분할 수 없는 재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상속세 물납, 애초에 신청할 수 있는 요건부터 확인한다
2026년 기준으로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물납을 신청할 자격이 생긴다. 사전증여재산을 포함한 상속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가액이 상속재산가액의 2분의 1을 초과해야 하고, 상속세 납부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해야 하며, 상속세 납부세액이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의 가액을 초과해야 한다. 물납으로 낼 수 있는 금액은 이 세 번째 요건의 초과분을 넘지 못한다.
| 요건 | 내용 | 판단 포인트 |
|---|---|---|
| ① 재산 비중 | 부동산·유가증권이 상속재산가액의 1/2 초과 | 사전증여재산도 합산해서 계산 |
| ② 납부세액 | 상속세 납부세액이 2천만원 초과 | 가업상속공제 등 반영 후 세액 기준 |
| ③ 금융재산 초과 | 납부세액이 금융재산가액 초과 | 물납 한도는 그 초과분까지만 |
여기서 실무자들이 자주 놓치는 지점이 있다. 이 세 요건은 물납 제도를 이용할 자격을 판단하는 기준일 뿐, 신청한 특정 부동산이 실제로 물납 재산으로 받아들여지는지는 완전히 다른 심사다. 요건을 다 충족해도 정작 보유한 부동산에 세입자나 근저당이 껴 있으면 그 자격은 쓸 곳이 없어진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로 설명해보면 이렇다. 상속재산이 30억원이고, 그중 세입자가 영업 중이며 은행 대출 5억원에 대한 근저당권이 설정된 임대상가가 15억원, 저당권도 임대차도 없는 자가 거주 아파트가 10억원, 예금과 펀드 등 금융재산이 5억원이라고 하자. 상속세 납부세액이 6억원으로 계산됐다면 아래와 같이 구성된다.
| 재산 | 평가액 | 특이사항 | 물납 가능 여부 |
|---|---|---|---|
| 임대상가 | 15억원 | 세입자 영업 중, 근저당 5억원 | 불가 (관리처분부적당재산) |
| 거주 아파트 | 10억원 | 임대차·저당권 없음 | 원칙적 가능 |
| 금융재산 | 5억원 | 예금·펀드 | 해당없음 (현금 납부 재원) |
부동산가액 합계 25억원이 상속재산가액 30억원의 83%를 넘어 첫 번째 요건을 충족하고, 납부세액 6억원은 2천만원을 훌쩍 넘어 두 번째 요건도 충족한다. 세 번째 요건도 납부세액 6억원이 금융재산 5억원을 넘어서므로 충족되며, 이때 물납으로 낼 수 있는 한도는 그 차액인 1억원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물납 한도 1억원을 채울 수 있는 재산이 상가건물 15억원인데, 이 재산은 세입자와 근저당이 모두 걸려 있어 애초에 물납 대상에서 빠진다. 저당권도 임대차도 없는 아파트 10억원은 관리·처분에는 문제가 없지만, 물납 한도 1억원에 비해 재산가액이 지나치게 크다. 부동산은 통상 한 필지·한 세대 단위로 물납 여부를 심사하기 때문에, 초과가액 정산 문제까지 감안하면 국세청이 순순히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상속인은 물납 요건은 형식적으로 갖췄어도 실제로는 현금 납부나 연부연납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상속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절반을 넘고 납부세액이 금융재산보다 많다고 해서 물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청 대상 부동산 개별 건에 세입자나 근저당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세입자가 있는 부동산과 근저당이 설정된 부동산, 처리 방법은 다르다
세입자 문제는 임차인의 동의나 계약 만료 시점에 달려 있어 상속인 뜻대로 되지 않지만, 근저당 문제는 상속인의 상환 여력에 달려 있어 비교적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두 경우 모두 정리하면 물납이 가능해진다는 원칙은 같지만, 실제로 정리할 수 있는 난이도와 시점은 전혀 다르다.
첫째, 세입자가 있는 부동산은 임대차 계약을 완전히 종료해야 물납 신청 대상이 된다. 문제는 계약을 임대인 마음대로 끝낼 수 없다는 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으면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계약 만료가 다가와도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는 거절하기 어렵다. 상속 개시부터 신고 기한인 6개월까지 임대차 기간이 넉넉히 남아 있다면, 세입자가 있는 부동산은 사실상 이번 신고에서는 물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둘째, 근저당이 설정된 부동산은 대출을 전액 상환하고 등기부에서 저당권을 말소해야 물납 신청 대상이 된다. 이는 임대차 정리보다 상속인이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상속개시 초기부터 상속재산 중 현금성 자산으로 대출을 먼저 갚을지, 아니면 그 부동산은 물납에서 제외하고 다른 재산으로 대체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말소 등기까지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신고·납부 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일정을 역산해서 움직여야 한다.
셋째, 세입자와 근저당이 동시에 있는 부동산이라면 판단 기준은 하나로 좁혀진다. 신고 기한 안에 두 가지를 모두 정리할 수 있는가이다. 근저당 말소는 상속인의 상환 여력에 달린 문제라 비교적 예측 가능하지만, 임대차 정리는 임차인의 동의나 계약 만료 시점에 달려 있어 상속인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임대차가 걸림돌이라면 물납 대신 다른 재산으로 대체 신청하거나 연부연납으로 넘어가는 쪽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판단이다.
물납이 막히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관리·처분 부적당 재산으로 판정돼 물납이 거부돼도, 통지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다른 재산으로 바꿔 다시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이 방법은 대체할 만한 다른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이 실제로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세입자와 근저당이 걸린 부동산 하나가 상속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20일 안에 낼 다른 카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때 실무에서 검토하는 대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연부연납으로 전환해 세금을 나눠 내면서 그 사이 임대차를 정리하거나 대출을 갚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 자체를 매각해 현금으로 납부하는 것이다.
| 구분 | 연부연납 | 매각 후 현금 납부 |
|---|---|---|
| 기간 | 최장 10년 (가업상속 대상 20년) | 매각 완료 시점까지 유동적 |
| 비용 | 연 3.1% 가산율 이자 부담 | 중개보수·양도소득세 등 |
| 장점 | 부동산 보유 유지 가능 | 이자 부담 없이 즉시 정산 |
| 제약 | 매년 세액 납부 능력 필요 | 세입자·근저당 있으면 매수인 기피 |
연부연납은 최장 10년, 가업상속공제 대상은 20년까지 나눠 낼 수 있지만 연 3.1%의 가산율만큼 이자 성격의 부담이 붙는다. 매각은 이자 부담은 없지만 매수인을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세입자나 근저당이 있는 부동산은 매수인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제값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어느 쪽을 택할지는 임대차·근저당 정리에 걸리는 예상 기간과, 연부연납 가산율 대비 매각 시 예상 손실 폭을 함께 계산해서 정해야 한다.
물납은 요건을 갖췄는지보다, 그 부동산이 지금 당장 깨끗한 상태인지가 더 중요한 제도다.
세입자나 근저당이 있는 부동산을 상속받았다면, 물납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임대차 계약과 담보대출부터 정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정리가 신고 기한 안에 끝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정리가 어렵다면 물납에 시간을 쓰기보다 연부연납이나 매각 같은 대안을 함께 준비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