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올여름 병원을 두 번 다녀온 뒤로, 자녀들은 증여를 서두를지 미룰지를 두고 매번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국회에 제출된 세제개편안이 통과되면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에서 40%로 낮아지고 공제도 늘어난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지 않는 대부분의 상속·증여는 이번 세율 인하안과 무관하다. 세율 인하 구간에 걸리는 자산가라 해도 법 개정은 시행일 이후 상속·증여분부터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어서, 지금 증여를 실행하면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소급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글은 정기국회 상황과 현행·개정안의 실제 차이, 그리고 서두를지 기다릴지를 가르는 판단 기준을 정리한다.
상속세율 인하안은 2026년 9월 3일 국회에 제출돼 정기국회 심사 대기 중이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과세표준 30억원 이하라면 이번 세율 인하와 무관하고, 30억원을 넘는다면 법 적용은 원칙적으로 시행일 이후 상속·증여분부터라는 점이 실행 시점을 가르는 기준이다.
정기국회에 발이 묶인 상속세율 인하안, 지금 어디까지 왔나
정부가 낸 개정안은 아직 법이 아니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사를 기다리는 법률안일 뿐이다. 정부는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2026년 9월 3일까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포함한 2026년 세제개편안(내국세 10개, 관세법 1개 등 총 11개 세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기국회는 통상 12월 초까지 이어지고, 세법개정안은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심사와 예산부수법안 처리 과정을 거쳐 회기 막바지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 시점에는 통과 여부도, 최종 조문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뜻이다.
세법개정안은 국회에서 원안 그대로 통과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여야 협의 과정에서 세율 구간이나 공제액이 조정되거나 아예 부결될 수도 있다. 실제로 2024년 12월 정기국회에서도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자녀공제 확대를 담은 유사한 개편안이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된 전례가 있다. 정부안이 나왔다는 사실과 법이 바뀌었다는 사실 사이에는 몇 달의 간극과 부결 가능성이 함께 놓여 있다.
무엇이 바뀌는가 — 현행 세율·공제와 개정안 비교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상속공제를 늘리는 두 가지다. 현행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10%부터 50%까지 5단계 초과누진세율로 매겨진다.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다. 증여세도 같은 세율표를 그대로 준용하므로, 세율 인하안이 통과되면 상속뿐 아니라 증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 항목 | 현행(2026년 기준) | 개정안(국회 심사 중) |
|---|---|---|
| 최고세율 | 50%(과세표준 30억원 초과) | 40%로 인하 |
| 일괄공제 | 5억원 | 8억원 |
| 상속 자녀공제(1인당) | 5천만원 | 5억원 |
| 증여재산공제(성년자녀 1인당) | 5천만원 | 변경 없음 |
| 배우자공제 | 최소 5억원~최대 30억원 | 변경 없음 |
여기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다. 5억원으로 늘어나는 자녀공제는 상속세의 일괄공제를 구성하는 항목이지, 생전에 증여할 때 적용받는 증여재산공제가 아니다. 증여재산공제는 성년 자녀 1인당 5천만원(미성년자 2천만원), 10년 합산 한도로 여전히 그대로다. 자녀공제가 5억원으로 오른다니 지금 증여를 미루고 상속으로 넘기자는 판단은 상속세와 증여세의 공제 체계를 혼동한 결과일 수 있다.
지금 증여해야 할까, 통과를 기다려야 할까 — 판단 기준
결정은 과세표준 구간, 소급 여부, 남은 시간, 증여자의 건강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갈린다.
첫째,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는지부터 확인한다. 이번 세율 인하는 30억원 초과 구간에서만 작동한다. 부모 자산이 10억원대에서 20억원대인 통상적인 가정이라면 최고세율 인하는 애초에 적용될 여지가 없고, 관건은 오직 상속 자녀공제 확대가 통과되느냐다.
둘째, 법 적용의 소급 여부를 알아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은 관행적으로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상속이 개시되거나 증여받는 분부터 적용하는 부칙을 둔다. 지금 증여를 실행하면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더라도 시행일 전에 끝난 증여는 신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현행 세율과 공제 그대로 정산된다. 반대로 시행일 이후에 증여하면 그 시점의 법이 적용된다.
셋째, 사전증여 합산 기간, 이른바 10년 클록은 개정안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움직인다. 상속인에게 사망 전 10년 이내, 상속인이 아닌 손주나 사위·며느리 등에게는 5년 이내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다시 합산된다. 세율 몇 퍼센트를 아끼려고 증여 시점을 늦추면, 정작 증여의 본질적 효과인 클록을 일찍 돌리는 일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넷째, 증여자의 건강과 나이다. 상속은 시점을 고를 수 없다. 개정안이 통과되든 안 되든 상속 개시일 기준으로 그날 시행 중인 법이 적용될 뿐이다. 증여자가 고령이거나 투병 중이어서 상속 개시가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기다린다는 선택지 자체가 사실상 사라진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를 보면, 순자산 30억원대 자산가가 개정안 뉴스를 접한 뒤 두 자녀에 대한 증여 실행을 늦추다가, 정기국회 처리 시점이 12월로 밀리면서 연말까지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다음 해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 10년 클록은 하루도 앞당겨지지 않는다.
과세표준이 31억5천만원인 경우, 30억원을 초과하는 1억5천만원 구간에 대해서만 세율이 50%에서 40%로 낮아진다고 가정하면 세액 차이는 1억5천만원 × 10%포인트, 즉 1,500만원이다. 개정안이 구간 자체를 다시 짜면 총 세액 차이는 더 커질 수 있지만, 정확한 세액은 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확정된 조문으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
무작정 기다리다 놓치는 것들 — 실무에서 자주 보는 함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세운 계획은 세 가지 지점에서 무너진다.
첫째는 국회 부결 리스크다. 2024년 12월 사례처럼 유사한 내용의 개편안이 여야 이견으로 본회의에서 막힐 수 있다. 둘째는 조문 변경 리스크다. 설령 통과되더라도 정부 원안 그대로가 아니라 세율 구간이나 공제액이 축소된 채 확정될 수 있다. 셋째는 건강과 사망의 리스크다. 상속은 예고 없이 발생하고, 그 순간 적용되는 법은 기다리던 개정안이 아니라 그날 시행 중이던 법이다.
법령 원문이나 국세청 공식 안내에는 나오지 않지만 상담 현장에서 자주 확인되는 실수가 있다. 개정안 뉴스만 보고 이미 준비해 둔 증여 계약서나 이전등기 절차를 통째로 보류하는 경우다. 부동산은 증여 계약일과 등기 접수일 중 빠른 날이 증여 시기로 인정되는데, 개정안 통과 시점에 맞추겠다며 서류 작업만 미뤄두면 시행일 전후로 어느 법이 적용될지 애매해지는 절차상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상속세율 인하는 30억원을 넘는 자산에만 의미가 있고, 그 혜택도 법 시행일 이후 실행분부터만 적용된다.
정기국회 일정과 조문 확정 여부는 앞으로도 매주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과세표준 구간, 소급 원칙, 10년 클록이라는 세 가지 잣대뿐이며, 이 잣대로 각자의 상황을 대입해 보는 일이 개정안 통과를 기다리는 것보다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