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전세보증금이나 주택 구입 자금을 부모가 빌려주면서 "이자는 됐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말 한마디가 세법상으로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가족 간 자금 이동을 원칙적으로 증여로 추정하며, 차용증을 썼다고 해서 곧바로 증여세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 글에서는 부모 자식 간 무이자 차용에 적용되는 증여세 계산 방식과, 차용증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실제로 세법상 대출로 인정받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을 정리한다.
연간 이자상당액이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세가 없어 원금 기준 약 2억1,700만원까지는 무이자 차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는 이자에 대한 면제일 뿐, 원금 자체의 증여 추정을 없애려면 계좌이체·상환 내역 같은 객관적 증빙이 함께 있어야 한다.
부모 자식 간 무이자 차용, 세법은 어떻게 볼까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4(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는 타인에게 금전을 무상으로, 또는 적정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빌려준 경우 그 이익을 증여로 본다고 규정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거래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이 규정은 계산된 이익이 일정 금액 미만이면 과세하지 않는 기준금액을 두고 있다.
적정이자율은 현재 연 4.6%로 고시되어 있고, 기준금액은 연간 1,000만원이다. 무상으로 대출받았다면 대출원금 × 4.6%가 연간 이자상당액이 되고, 이 금액이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이를 역산하면 원금 약 2억1,700만원(정확히는 2억1,739만원)까지는 무이자로 빌려도 이자 부분에 대한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 대출원금 | 연간 이자상당액(4.6%) | 증여세 과세 여부 |
|---|---|---|
| 1억원 | 460만원 | 과세 제외 |
| 2억원 | 920만원 | 과세 제외 |
| 2억1,700만원 | 약 998만원 | 과세 제외(경계) |
| 3억원 | 1,380만원 | 전액 과세 |
| 5억원 | 2,300만원 | 전액 과세 |
차용증만 쓰면 충분할까 — 국세청이 보는 인정 요건
결론부터 말하면 차용증 한 장으로는 부족하다. 국세청은 직계존비속 간 금전 거래를 원칙적으로 증여로 추정하며, 이 추정을 뒤집으려면 차용증 외에도 자금이 실제로 오간 기록과 상환이 실행됐다는 증빙이 함께 있어야 한다. 차용증에는 대출 금액, 이자율, 상환 방법과 기한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하고, 실제 거래도 그 내용과 일치해야 한다.
| 요건 | 필요한 증빙 | 미비 시 결과 |
|---|---|---|
| 차용증 작성 | 이자율·상환기한·상환방법 명시 | 구두 약정만 있으면 증여 추정 |
| 자금 이체 | 계좌 간 송금 기록 | 현금 수수는 입증 곤란 |
| 이자·원금 상환 | 통장 이체로 정기 상환 | 상환 없으면 증여로 재구성 |
| 적정이자율 준수 | 연 4.6% 이상 또는 이자상당액 1,000만원 미만 | 미달 시 차액에 증여세 |
무이자 한도(약 2억1,700만원) 이내라도 원금 자체가 실제 대출인지, 자녀에게 상환 능력이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된다. 상환 계획 없이 사실상 원금을 증여할 목적이었다고 판단되면 이자 한도와 무관하게 원금 전체가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증여재산공제와 차용, 함께 쓰면 유리한 이유
실무에서는 증여재산공제와 차용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으로 권장된다. 두 제도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중복해서 쓸 수 있다.
첫째, 성년 자녀는 10년간 5,000만원까지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고, 혼인이나 출산 요건을 충족하면 추가로 1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어 최대 1억5,000만원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둘째, 이 공제 한도를 먼저 채우고 초과하는 금액만 차용증을 작성하면 불필요하게 이자를 주고받을 필요가 줄어든다. 셋째, 초과분에 대해서는 적정이자율 4.6% 이상으로 실제 이자를 지급하거나, 이자상당액이 연 1,000만원 미만이 되도록 원금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증여세 부담을 관리할 수 있다.
| 구분 | 증여재산공제 | 차용증(금전소비대차) |
|---|---|---|
| 한도 | 10년간 5,000만원(+혼인·출산 1억원) | 제한 없음(적정이자율 준수 시) |
| 세금 | 한도 내 증여세 없음 | 원금은 과세 대상 아님, 이자만 과세 가능 |
| 사후관리 | 별도 상환 의무 없음 | 상환 내역 지속 확인 필요 |
| 적합한 경우 | 소액·확정 자금 | 고액·주택자금 등 목돈 |
차용 시 자주 발생하는 실수와 주의할 점
가장 흔한 실수는 차용증만 작성해두고 실제로는 상환하지 않는 경우다. 상환 기한을 사망 시점이나 먼 미래로 잡아두거나, 이자를 한 번도 지급하지 않은 채 원금만 이동시키면 형식은 대출이지만 실질은 증여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은 상속·증여세 조사 과정에서 계좌 이체 내역, 상환 이력, 자금 출처를 사후적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실행 가능한 상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초과 금액에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에도 유의할 점이 있다. 부모가 받는 이자는 소득세법상 비영업대금의 이익으로 이자소득에 해당하며, 원칙적으로 25%(지방소득세 포함 27.5%)의 원천징수 대상이 된다. 가족 간 거래라는 이유로 원천징수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지만, 세무조사 과정에서는 이 부분도 함께 점검될 수 있다.
무이자 차용은 이자에 대한 증여세 문제일 뿐, 원금 자체의 증여 추정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차용증은 세법상 대출로 인정받기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계좌 이체 기록과 상환 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세청은 언제든 거래 전체를 증여로 재구성할 수 있다. 금액이 크거나 상환 기간이 긴 거래라면 계약서 작성 단계부터 상환 계획, 이자율, 자금 출처까지 함께 점검해 두는 것이 안전하며, 구체적인 세액 계산과 신고는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