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삼남매가 모여 재산을 나누면서, 법정상속분과 다르게 장남이 조금 더 받기로 합의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이 협의만으로 장남에게 증여세가 부과되는지 걱정하는 상담이 많은데, 상속등기를 하기 전에 처음부터 이렇게 나누기로 정했다면 증여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미 법정상속분대로 등기까지 마친 재산을 나중에 다시 나눌 때 생긴다. 이 글은 어느 시점의 재분배가 안전하고 어느 시점부터 증여세가 붙는지를 2026년 기준 조문과 실제 계산으로 정리한다.
상속등기 전 최초 협의분할은 법정상속분과 달라도 증여세가 없다. 등기 등으로 상속분이 확정된 뒤 재분할해 초과로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증여세가 과세되며, 신고기한(6개월) 내 재분할이거나 법원의 확정판결·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재분할인 경우에만 예외로 과세되지 않는다.
협의분할이 법정상속분과 달라도 되는 이유
상속재산은 상속 개시와 동시에 공동상속인의 공유로 귀속되고, 이를 어떻게 나눌지는 민법 제1013조에 따라 상속인들의 협의에 맡겨져 있다. 법정상속분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적용되는 기본값일 뿐, 상속인 전원이 합의하면 특정 상속인이 재산 대부분을 가져가고 다른 상속인은 거의 받지 않는 분할도 가능하다. 민법 제1015조는 이렇게 확정된 분할의 효력이 상속 개시 시점으로 소급한다고 정하고 있어서, 처음부터 그 비율로 상속받은 것처럼 취급된다.
세법도 이 원칙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국세청과 법원 모두 최초의 협의분할에서 법정상속분과 다르게 정한 부분을 상속인 간의 증여로 보지 않는다. 상속세 과세가액 자체가 각자 실제로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더 받은 상속인은 그만큼의 상속세를 더 부담할 뿐 별도의 증여세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 자유가 무제한은 아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제3항은 상속분이 등기·등록·명의개서 등으로 일단 확정된 뒤에 다시 나누는 경우를 별도로 규율한다. 등기 전의 최초 분할과 등기 후의 재분할을 완전히 다른 잣대로 본다는 뜻이며, 이 구분을 모르면 같은 결과를 두고도 증여세를 물게 될 수 있다.
등기까지 마친 뒤 재분할하면 달라지는 것
상속분이 등기·등록·명의개서로 일단 확정된 뒤 다시 나누면, 초과로 더 받은 상속인은 상속분이 줄어든 상속인에게서 증여받은 것으로 취급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제3항이 정한 원칙이다. 최초 분할 단계에서는 아무런 제약이 없던 것과 달리, 등기 이후의 재분할은 형식은 상속이지만 세법상으로는 상속인 간의 증여로 재구성된다.
다만 재분할이라고 해서 전부 과세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조의2는 세 가지 예외를 정해 두고 있다.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예외 세 가지
첫째,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재분할해 초과로 취득한 경우다. 신고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아직 국가에 대한 관계에서 분할이 최종 확정된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이 기간 안에서의 조정은 최초 분할의 연장으로 취급한다. 둘째, 최초 분할에 무효·취소 등의 흠이 있어 상속회복청구의 소에 대한 법원의 확정판결로 상속인이나 상속재산에 변동이 생긴 경우다. 상속인 스스로 재산을 재조정한 것이 아니라 법원 판단에 따른 결과이므로 증여로 보지 않는다. 셋째, 민법 제404조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로 법정상속분대로 이미 등기된 재산을 상속인 간 협의로 다시 나누는 경우다.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확보하려고 임의로 법정상속분 등기를 해 둔 상황이라 상속인들의 본래 의사와 무관하게 등기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외의 사정, 이를테면 형제간 감정이 상해서, 부양 기여도를 뒤늦게 반영하려고, 세금을 아끼려고 재분할하는 경우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은 신고기한 계산이다. 상속개시일이 아니라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6개월을 센다는 점을 착각해 며칠 차이로 예외 적용을 놓치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 구분 | 최초 협의분할 (등기 전) | 재분할 (등기 후) |
|---|---|---|
| 증여세 과세 여부 | 과세 대상 아님 | 원칙적으로 과세 |
| 근거 | 민법 제1013조 협의분할 자유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제3항 |
| 과세 기준 | 실제 취득분대로 상속세만 정산 | 초과 취득분을 증여로 간주 |
| 예외 | 해당 없음(애초 과세대상 아님) | 신고기한 내 재분할·법원 확정판결·채권자대위권 재분할 시 비과세 |
14억원 상속, 절차에 따라 세금이 갈리는 사례
같은 금액을 받더라도 그 금액에 도달한 절차가 최초분할인지 재분할인지에 따라 증여세 유무가 완전히 갈린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구도로 계산해 보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상속재산 14억원, 상속인은 배우자와 장남·차남 두 자녀다. 법정상속분은 배우자 1.5, 자녀 각 1의 비율이므로 배우자 6억원, 장남 4억원, 차남 4억원이 된다. 그런데 장남이 투병 중이던 부모를 오랫동안 부양했다는 사정을 형제들이 인정해, 상속등기를 하기 전에 배우자 6억원·장남 6억원·차남 2억원으로 나누기로 합의했다고 하자. 등기 전 최초 협의분할이므로 장남이 법정상속분보다 2억원 더 받아도 증여세는 없다. 세 사람은 실제로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만 나누어 부담하면 된다.
이번에는 순서를 바꿔 본다. 처음에 별다른 협의 없이 법정상속분대로 배우자 6억원·장남 4억원·차남 4억원으로 상속등기까지 마쳤다. 신고기한인 6개월도 지난 뒤, 차남이 자신의 몫 중 2억원을 장남에게 넘기기로 형제끼리 다시 협의했다. 결과만 보면 배우자 6억원·장남 6억원·차남 2억원으로 앞의 사례와 완전히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등기 이후의 재분할이라 차남이 장남에게 2억원을 증여한 것으로 간주된다.
| 상속인 | 법정상속분 | 최초 협의분할 (등기 전) | 재분할 (신고기한 경과 후) |
|---|---|---|---|
| 배우자 | 6억원 | 6억원 | 6억원 (변동 없음) |
| 장남 | 4억원 | 6억원 | 6억원 (차남에게서 2억원 추가 취득) |
| 차남 | 4억원 | 2억원 | 2억원 (지분은 같으나 증여로 간주) |
| 세금 결과 | - | 증여세 없음, 상속세만 정산 | 장남에게 증여세 별도 부담 |
재분할 사례의 증여세를 계산해 보자. 형제자매는 증여재산공제상 기타친족에 해당해 10년간 1천만원까지만 공제된다. 과세표준은 2억원에서 1천만원을 뺀 1억9천만원이다. 이 구간의 세율은 20%, 누진공제액은 1천만원이므로 산출세액은 1억9천만원×20%-1천만원=2,800만원이다. 신고세액공제 3%를 적용하면 자진납부세액은 약 2,716만원까지 줄어들지만, 최초 협의분할이었다면 애초에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이다.
이미 법정상속분대로 상속등기를 마쳤다면 그 시점부터는 재분할이다. 등기소나 법무사가 편의상 일단 법정상속분대로 등기부터 해 두고 나중에 정리하자고 권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은데, 신고기한 6개월을 넘긴 뒤 조정하는 몫에는 증여세가 붙는다.
배우자에게 법정상속분보다 많이 줄 때 따로 볼 점
배우자에게 법정상속분보다 많이 배분하는 최초 협의분할은 증여세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배우자상속공제를 키워 1차 상속세를 줄이는 수단으로 쓰인다. 배우자상속공제는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하되 최소 5억원은 무조건 공제되고, 법정상속분 한도 안에서 최대 3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배우자가 실제로 더 받도록 협의분할을 짜면 그만큼 상속세 과세표준이 줄어드는 구조다.
배우자상속재산분할기한을 놓치면 생기는 문제
공제를 실제로 받으려면 배우자상속재산분할신고서를 상속세 신고기한의 다음 날부터 9개월이 되는 날까지 제출하고, 그 내용대로 등기까지 마쳐야 한다. 이 기한을 넘기면 배우자가 실제로 얼마를 더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최소 5억원만 공제된다. 협의 자체는 상속인들 마음대로 할 수 있어도, 공제를 받으려면 정해진 기한 안에 절차를 끝내야 한다는 점에서 신고기한 관리가 곧 절세로 이어진다.
배우자에게 몰아주는 쪽이 언제나 유리한 것은 아니다.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은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2차 상속) 다시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자녀들이 두 번째 상속세를 내야 한다. 배우자의 나이가 젊고 건강하며 이미 보유한 고유재산이 많다면, 1차 상속세를 아끼려고 배우자 몫을 키우는 선택이 2차 상속에서 더 큰 세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반대로 배우자 고유재산이 적고 부부 나이 차이가 크지 않다면, 법정상속분 한도까지 배우자에게 배분해 1차 상속세를 줄이는 쪽이 실익이 크다.
| 구분 | 내용 |
|---|---|
| 공제 최소액 | 5억원 (실제 배분과 무관하게 보장) |
| 공제 최대한도 | 30억원 (법정상속분 한도 내 실제 상속액 기준) |
| 분할신고 기한 | 상속세 신고기한 다음 날부터 9개월 |
| 기한 미준수 시 | 실제 배분액과 무관하게 최소 5억원만 공제 |
협의분할의 자유는 등기 전까지이고, 등기 후의 재분배는 다른 이름의 증여다.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는 상속인들의 몫이지만, 그 합의를 언제 실행에 옮기느냐에 따라 세금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등기 전 협의 단계에서 형제간 사정을 충분히 반영해 두는 쪽이, 나중에 재분할로 되돌리는 쪽보다 항상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