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혼자 10년 넘게 부모를 모셨는데,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물려준 아파트 한 채를 두고 동생들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상담에서 자주 듣는다. 2024년 헌법재판소가 이런 상황을 부당하다고 판단한 뒤, 2026년 개정 민법은 부양이나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증여를 유류분 대상에서 뺄 수 있는 근거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다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조항은 '오래 모셨으니 자동으로 제외'가 아니라, 법원이 사건마다 특별한 부양이었는지와 그 보상으로 준 증여인지를 따져야만 작동하는 항변이다. 실무에서는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해 여전히 반환의무를 지는 사례가 나온다.
2026년 개정 민법은 부양·기여의 보상으로 이루어진 생전 증여를 유류분에서 제외할 근거를 마련했지만, 자동 제외가 아니라 법원이 '특별한 부양'과 '그 보상성'을 인정해야 하고, 인정되더라도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까지만 제외된다.
유류분 제도, 왜 헌법재판소까지 갔나
유류분은 피상속인이 생전 증여나 유언으로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하더라도 배우자·직계비속·직계존속에게 법정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최소한 보장하는 제도다.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은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갖는다. 2024년 4월 25일 이전에는 형제자매도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가졌지만, 헌법재판소가 그날 민법 제1112조 제4호를 단순위헌으로 결정하면서 그 즉시 효력을 잃었고, 2024년 9월 20일 법률 제20432호로 조문 자체가 삭제됐다.
같은 날 헌법재판소는 두 가지를 더 지적했다. 하나는 부모를 학대하거나 장기간 유기한 상속인에게도 유류분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국민의 법감정에 반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가 이 글의 주제다.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생전에 재산을 증여받아도, 민법 제1118조가 기여분에 관한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아 그 증여재산까지 고스란히 유류분 반환 대상에 포함되는 구조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매우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보고, 2025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 개선을 명령했다.
국회는 시한을 넘긴 뒤인 2026년 2월 12일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같은 해 3월 17일 법률 제21454호로 공포·시행됐다. 이 개정으로 기여분 법리가 처음으로 유류분 국면에 들어왔다.
| 상속인 유형 | 법정상속분 대비 유류분 비율 | 2026년 기준 비고 |
|---|---|---|
| 직계비속(자녀 등) | 2분의 1 | 배우자와 공동상속 시 상속분에 따라 안분 |
| 배우자 | 2분의 1 | 직계비속·직계존속과 공동상속 |
| 직계존속(부모 등) | 3분의 1 | 직계비속이 없을 때 상속인이 되는 경우 |
| 형제자매 | 없음 | 2024.4.25 헌재 단순위헌 결정으로 삭제 |
2026년 개정이 실제로 바꾼 것 — 전액 제외가 아니라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
개정 민법은 생전 증여를 통째로 유류분에서 빼주지 않는다. 제1008조 단서는 증여나 유증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경우, 그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만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도록 정했고, 이 조항이 제1118조를 통해 유류분에도 그대로 준용된다. 기여의 가치보다 증여액이 크면 초과분은 여전히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남는다.
법원이 특별수익 제외를 인정하려면 세 가지가 함께 확인돼야 한다. 첫째 그 증여를 받은 사람이 공동상속인이어야 하고, 둘째 통상적인 부양 수준을 넘어서는 특별한 부양이나 기여가 실제로 있어야 하며, 셋째 그 증여가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바로 그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졌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세 요건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증여재산은 그대로 유류분 반환 대상에 남는다.
여기서 실무상 핵심은 증명 책임이다. 증여를 받은 자녀가 이 세 요건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고, 법원이 별도로 찾아주지 않는다. 반대로 형제들 입장에서는 특별수익 제외를 주장하는 쪽이 증거를 갖추지 못하면 종전과 같이 증여재산 전부가 반환 대상에 포함된다고 다투면 된다.
특별한 부양, 어디까지 인정되나 —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함정
법원은 가족이니 당연히 했을 부양과 그 이상의 특별한 부양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정기적으로 용돈을 보내고 명절마다 찾아뵌 정도는 통상적 부양의무의 이행일 뿐, 특별한 부양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는 이렇다. 자녀 중 한 명이 10년 넘게 매달 생활비를 보내고 명절·경조사마다 챙긴 것을 근거로 '내가 더 부양했으니 생전에 받은 재산은 유류분에서 빼달라'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이를 부양의무의 통상적 이행으로 보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부모와 실제로 동거하며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수년간 직접 간병하고, 그 기간 소득 활동을 줄이면서까지 생계를 함께 부담한 경우에는 특별한 부양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뚜렷이 높아진다.
| 구분 | 통상적 부양 (인정 어려움) | 특별한 부양 (인정 가능성) |
|---|---|---|
| 기간 | 단기간 또는 간헐적 지원 | 수년 이상 지속 |
| 방식 | 용돈 송금, 명절·경조사 방문 | 동거하며 직접 간병 |
| 비용 부담 | 생활비 일부를 보탠 정도 | 병원비·요양비 장기 단독 부담 |
| 생업 영향 | 본인 생업에 지장 없음 | 소득 활동 축소·포기 |
| 증여와의 관계 | 통상적 애정 표시로 평가 |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평가 |
법령 원문이나 공식 안내에는 나오지 않지만 실무자들이 아는 함정이 하나 있다. 부모가 생전에 재산을 넘기면서 등기 원인이나 증여계약서에 그 이유를 남기지 않는 경우다. 단순히 '증여'라고만 처리해 두면, 훗날 그 증여가 부양의 대가였다는 사실을 별도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돌아간다. 간병 기록, 동거 사실을 보여주는 주민등록, 병원비·요양비 지급 내역, 부모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을 시기별로 정리해 두지 않으면, 실제로 오래 모셨더라도 소송에서 그 사실 자체를 증명하지 못해 지는 경우가 나온다.
계산으로 보는 차이 — 그리고 지금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숫자로 보면 차이는 분명하다. 자녀 3명(A·B·C) 중 A가 부모를 오래 부양하고 생전에 4억 원을 증여받았고, 상속개시 당시 남은 재산이 2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자녀의 유류분 비율은 법정상속분(각 3분의 1)의 2분의 1인 6분의 1이다.
| 구분 | 기여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 | 기여로 전액 인정받은 경우 |
|---|---|---|
|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 | 6억 원(상속재산 2억+생전증여 4억) | 2억 원(상속재산만) |
| B의 유류분액(6분의 1) | 1억 원 | 3,333만 원 |
| B가 실제 상속받은 몫 | 6,667만 원 | 6,667만 원 |
| B의 반환청구 가능 여부 | 가능(부족액 3,333만 원) | 불가능(부족액 없음) |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법원이 4억 원 전부를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기여의 가치를 2억 원으로만 인정하면, 나머지 2억 원은 초과 증여로 보아 그대로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남고 B의 부족액은 다시 발생한다. 결국 쟁점은 '제외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인정받느냐'로 옮겨간다.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대응이 갈린다. 이미 생전 증여를 받은 상태에서 형제의 유류분반환청구에 대응해야 한다면, 그 소송 안에서 특별수익 제외를 항변으로 주장해야 한다. 반대로 아직 증여받은 재산 없이 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중이라면, 상속이 개시된 뒤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기여분을 별도로 청구하는 편이 유리하다. 두 절차는 다투는 국면과 입증책임의 구조가 다르므로, 지금 처한 상황이 어느 쪽인지부터 정리해야 다음 대응이 명확해진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상속과 증여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소급 적용 여부와 사건별 기여 인정 범위는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될 수 있어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유류분에서 빠지는 것은 오래 모신 정성이 아니라 증명된 특별한 기여다.
부모를 오래 모셨다는 사실 자체는 위로가 될 수 있어도 법적 근거는 되지 않는다. 개정 민법이 만든 것은 자동 면제가 아니라, 증거로 뒷받침된 기여만 인정하는 좁은 문이다. 그 문을 통과하려면 부양이 진행되는 동안부터 기록을 남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