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이나 논현동 일대 근린생활시설 빌딩을 매도한 건물주 중 상당수가 잔금을 치른 뒤에야 이 질문을 떠올립니다. 관리단 계좌에 몇 년째 쌓아둔 수선적립금, 흔히 부르는 이름으로는 장기수선충당금이 대체 누구 몫이 되는지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매매계약서에 별도 특약을 넣지 않는 이상 그 돈은 그대로 매수인에게 넘어갑니다. 적립금은 사람이 아니라 구분소유권에 딸린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근거가 되는 법 조항과, 매도인이 실제로 돈을 회수하려면 계약서에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살펴봅니다.
수선적립금(장기수선충당금)은 구분소유권을 따라 매수인에게 승계됩니다. 매도인이 돌려받을 근거는 법이 아니라 매매계약서의 정산 특약뿐입니다.
수선적립금이란 무엇이고, 왜 매매 시점에 쟁점이 되나
수선적립금은 건물의 대수선이나 주요 설비 교체에 대비해 관리단이 구분소유자들에게서 매달 걷어 쌓아두는 돈으로, 매매 시점에 쟁점이 되는 이유는 이 돈이 사람이 아니라 건물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에서 익숙한 '장기수선충당금'과 성격은 같지만, 상가나 오피스처럼 주택이 아닌 집합건물에서는 법률상 정식 명칭이 '수선적립금'입니다.
근거 조문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 제17조의2이고, 2021년 2월 5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그전까지는 상가·오피스 같은 비주택 집합건물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고, 이 개정으로 아파트에만 있던 적립 제도가 중소형 빌딩까지 확대된 셈입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5조의4는 관리비와 구분해서 징수하도록 하고, 규약이나 관리단집회 결의로 달리 정하지 않았다면 구분소유자의 지분 비율에 따라 산출해 관리단 명의 계좌에 예치하도록 정합니다.
적립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놓치기 쉬운 부분은 이 제도가 의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 조문은 관리단집회 결의로 수선적립금을 '징수할 수 있다'고 정해, 도입 여부 자체가 건물마다 다릅니다. 준공된 지 오래된 소규모 근린생활시설 빌딩 중에는 아예 수선적립금을 걷지 않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매매를 앞두고 있다면 이 건물이 애초에 적립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부터 관리단이나 위탁관리업체에 확인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과 다른 점 — 법에 정산 규정이 없다
아파트의 장기수선충당금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중소형 빌딩의 수선적립금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정산을 법이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은 임차인이 소유자를 대신해 장기수선충당금을 낸 경우, 소유자가 그 금액을 임차인에게 돌려주도록 정합니다. 집합건물법 시행령 제5조의4도 구조가 같아서, 점유자(임차인)가 구분소유자를 대신해 수선적립금을 냈다면 구분소유자는 그 금액을 점유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두 법 모두 '점유자와 소유자' 사이의 반환 규정만 두고 있을 뿐,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정산을 정하는 조문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매매계약서입니다. 아파트 거래에서 관행적으로 잔금일에 장기수선충당금을 정산해 온 것도 법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매도인이 낸 돈을 그냥 두고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상가나 중소형 빌딩은 아직 이런 관행이 자리 잡지 않아, 정산 없이 거래가 끝나는 경우가 훨씬 흔합니다.
| 구분 | 아파트(공동주택관리법) | 상가·중소형빌딩(집합건물법) |
|---|---|---|
| 근거 법령 |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 | 집합건물법 제17조의2·시행령 제5조의4 |
| 시행 시기 | 기존부터 적용 | 2021년 2월 5일 시행 |
| 적립 의무 | 관리규약에 따라 의무 | 관리단집회 결의 시에만(임의) |
| 점유자→소유자 반환청구권 | 있음(퇴거 시 청구 가능) | 있음(대납 시 청구 가능) |
| 매도인→매수인 정산 규정 | 없음(특약으로만 처리) | 없음(특약으로만 처리) |
매도인이 회수하려면 — 특약 문구와 실제 계산
매도인이 그동안 쌓은 적립금을 돌려받는 유일한 방법은 매매계약서에 정산 특약을 명시하는 것입니다.
첫째, 관리단이나 위탁관리업체에 수선적립금 잔액증명서(또는 납부확인서)를 먼저 요청해 정확한 금액과 산정 기준을 확인합니다. 확인 없이 매매가 협상에 들어가면 나중에 금액을 두고 다투게 됩니다.
둘째, 매매계약서 특약에 '잔금일 기준 수선적립금 잔액 중 매도인의 지분 상당액은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별도로 지급한다'는 식으로 지급 주체와 시점을 구체적으로 못박습니다. 이 금액을 매매대금에 포함시킬지, 잔금과 별도로 정산할지도 함께 명시해야 나중에 과세표준을 둘러싼 혼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반대로 매수인 입장에서는 특약이 없으면 적립금을 자동으로 승계받아 유리합니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적립금이라는 자산만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 전 소유자가 밀린 관리비나 적립금 같은 채무도 함께 넘어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집합건물의 특별승계인, 즉 매수인이 전 구분소유자의 공용부분 관리비 체납액을 승계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잔액증명서를 요청할 때는 적립금 총액뿐 아니라 체납 여부까지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로 감을 잡아 보겠습니다. 신사동 인근 4층 근린생활시설 빌딩에서 한 층 전체를 8년간 보유하다 매도한 건물주가 있었습니다. 전유면적 198㎡(약 60평), 관리단이 결의한 적립 단가가 ㎡당 월 450원이었다면 월 적립액은 89,100원이고, 8년(96개월)을 곱하면 누적 855만원을 넘습니다. 특약 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면 이 금액은 그대로 매수인 몫으로 넘어갑니다.
| 항목 | 값 |
|---|---|
| 전유면적 | 198㎡(약 60평) |
| 관리단 결의 적립 단가 | ㎡당 월 450원 |
| 월 적립액 | 89,100원 |
| 보유기간 | 8년(96개월) |
| 누적 적립액 | 8,553,600원 |
특약 문구를 '수선적립금은 매수인에게 승계한다'로만 적어도 매도인이 회수하지 못하는 결과는 같습니다. 회수를 원한다면 금액과 지급 주체를 구체적인 숫자로 특정해야 하며, '적정 수준으로 정산한다'처럼 모호한 표현은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잔금 전에 밟아야 할 세 단계
정리하면 잔금일 전 세 단계만 순서대로 거치면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분쟁 없이 정산할 수 있습니다.
먼저 관리단이나 위탁관리업체에 수선적립금 적립 여부와 정확한 잔액을 확인합니다. 다음으로 그 금액을 매매계약서 특약에 지급 주체와 시점까지 못박아 반영합니다. 마지막으로 잔금일에 관리비 정산과 함께 적립금 정산을 동시에 처리하고, 영수증과 확인서를 남겨둡니다. 이 순서를 건너뛰면 적립금은 아무 말 없이 매수인에게 넘어갑니다.
수선적립금은 건물에 남고, 권리는 계약서에 남습니다.
구분소유 중소형 빌딩 매매는 등기부와 매매대금만 맞추면 끝나는 거래가 아닙니다. 관리단 계좌에 쌓인 적립금처럼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자산과 채무까지 확인해야 잔금 이후의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