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 만료일이 지났는데 아직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차인에게 "일단 나가 달라"고 말해도 되는지 묻는 상담이 반복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로는 명도를 강제하기 어렵습니다. 임차인에게는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건물을 비워주지 않을 법적 권리가 있고, 이 권리는 계약 기간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그런지, 임차인이 계속 영업하면 건물주에게 무엇이 남는지, 보증금을 못 돌려준 상태에서 건물주가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순서대로 짚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 임대차관계는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됩니다. 임차인의 건물 인도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어, 보증금을 갚거나 최소한 갚을 준비(변제공탁)를 마치기 전에는 명도소송을 걸어도 승소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임대차 기간이 끝나도 계약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이유
계약서에 적힌 종료일이 지나면 임대차 관계도 그날로 끝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보증금이 남아 있는 한 법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은 임대차가 기간 만료나 합의해지로 종료됐더라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도 2026년 4월 판결에서 이 조항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계속 점유하고 있는 상태를 계약 종료 후의 불법 점유가 아니라 존속 의제된 임대차관계에 따른 정당한 점유로 판단했습니다.
동시이행항변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
임대차가 끝나면 임차인은 건물을 돌려줄 의무가,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가 동시에 생깁니다. 민법 제536조(동시이행의 항변권)는 이렇게 서로 대가 관계에 있는 두 의무 중 하나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자기 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은 채 명도소송을 제기하면, 임차인은 이 항변권을 그대로 법정에서 주장할 수 있고, 법원은 통상 "보증금과 상환으로 인도하라"는 상환이행 판결을 내립니다. 인도 청구 자체가 기각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증금을 갚지 않고서는 그 판결조차 집행할 수 없습니다.
임차인이 계속 영업하면 건물주에게 남는 것
명도가 미뤄지는 동안 임차인이 계속 문을 열고 장사를 한다면, 그 기간의 차임 상당액은 부당이득으로 정산 대상이 됩니다. 동시이행항변권으로 점유가 정당화된다고 해서 그 기간의 사용료까지 공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이 금액을 보증금 정산액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강남구의 1층 상가(보증금 8,000만 원, 월차임 400만 원, 부가세 별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내용 |
|---|---|
| 계약 만료일 | 2026년 6월 30일 |
| 보증금 | 8,000만 원 |
| 월차임(부가세 별도) | 400만 원 |
| 실제 반환일까지 영업 지속 기간 | 3개월(2026.7~9) |
| 부당이득(차임 상당액) 합계 | 1,200만 원 |
| 정산 후 실제 반환액 | 6,800만 원 |
실제 상담에서 자주 나오는 오해가 있습니다. "임차인이 안 나가고 있으니 월세만큼 무조건 다 받아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판례는 임차인이 실제로 그 공간을 사용·수익하지 않고 열쇠만 보유한 채 방치한 경우에는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부당이득을 청구하기 전에 전기·가스 사용량, 집기 존치 여부, 실제 영업 여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보증금을 못 돌려준 상태에서 건물주가 고를 수 있는 방법
"돈이 없으니 일단 나가라고 하자"는 방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협상이 길어져 임차인이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면,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는 미반환액에 대해 연 12%의 법정이자가 붙습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2026년 기준). 협의가 늦어질수록 건물주 부담만 커지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선택 가능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이고, 어느 쪽을 고르든 목적은 하나, 동시이행항변권을 소멸시켜 명도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첫째, 보증금을 즉시 전액 반환하는 방법입니다. 자금 여유가 있다면 가장 깔끔합니다. 반환과 동시에 항변권이 소멸하므로 곧바로 명도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둘째, 분할 변제를 협의하는 방법입니다. 임차인의 동의가 전제입니다. 반환 일정과 명도 시점을 서면 합의서로 못 박아야 나중에 "언제까지 준다고 했으니 그때까지는 못 나간다"는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셋째, 법원에 변제공탁을 하는 방법입니다. 임차인이 수령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을 때 씁니다. 보증금 전액을 공탁하면 이행제공으로 인정되어 동시이행항변권이 소멸하고, 명도청구가 가능해집니다. 다만 임차인이 부당이득 정산에 이의를 제기하며 공탁액이 부족하다고 다투면 공탁의 효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정산 내역을 먼저 명확히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방법 | 전제조건 | 명도 가능 시점 |
|---|---|---|
| 즉시 전액 반환 | 자금 확보 | 반환 즉시 |
| 분할 변제 협의 | 임차인 동의 | 합의서상 시점 |
| 법원 변제공탁 | 수령거부·소재불명 | 공탁 완료 즉시(원칙) |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달라지는 것
보증금 반환이 계속 늦어지면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폐업 신고를 해야 하는데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지 않으려는 목적입니다. 등기가 완료되면 임차인은 점유를 풀고 떠날 수 있고, 건물주 입장에서는 계속 영업하며 부당이득이 쌓이는 상황은 끝나지만, 대신 등기부에 임차권 등기가 새로 올라갑니다.
등기 촉탁 비용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부담하고, 나중에 임차인에게 구상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더 크게 체감되는 부분은 비용이 아니라 시점입니다. 등기가 남아 있는 상태로 매각을 진행하거나 새 임차인을 구하려 하면, 매수인이나 신규 임차인이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협상력이 떨어집니다. 등기명령 신청 통지를 받으면 "일단 지켜보자"가 아니라 반환 자금 계획부터 다시 짜는 편이 낫습니다.
보증금을 미루는 것은 시간을 버는 게 아니라, 이자와 명도 지연을 함께 떠안는 것입니다.
임대차 종료 시점의 보증금 정산은 감정적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 자금 계획과 법적 절차가 함께 맞물리는 실무입니다. 안택스 에셋은 빌딩 취득부터 임대차 운영, 매각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런 정산 실무를 반복적으로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건물주의 판단을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