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등기가 안 된 5층 근생 건물에서 3층 임차인이 찾아와 "다른 층 보증금이 얼마나 되는지 세무서에서 확인하겠다, 동의서 좀 써 달라"고 하면 난감합니다. 등기부에는 건물 전체 소유자와 근저당만 있고, 임차인별 보증금은 세무서 확정일자부에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답부터 말하면, 건물주가 반드시 동의해야 하는 것도, 반드시 거부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임대인 동의가 법적 요건인 사람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자뿐이고, 동의 여부는 건물주가 정합니다. 같은 건물의 다른 호실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세무서에 직접 열람을 요청할 자격(이해관계인)도 생기지 않습니다.
결국 판단은 "이 사람이 어떤 자격으로 요청하는가"에서 갈립니다. 아래에서 자격별 분기, 실제 금액으로 본 노출 범위, 동의서 작성 순서를 차례로 풀었습니다.
동의 대상은 계약 체결 예정자로 한정되고, 동의는 건물주의 재량입니다. 동의하기로 했다면 호실·항목·목적을 특정한 서면으로만 해 주세요.
임대인 동의가 필요한 사람과 필요 없는 사람은 법에서 이미 나뉘어 있습니다
동의가 필요한 사람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자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4조는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보증금 등의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자를 두 부류로 나눕니다. 제3항의 이해관계인은 관할 세무서장에게 바로 요청하고, 세무서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습니다. 제4항의 계약 체결 예정자는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시행령이 정하는 이해관계인은 해당 상가건물 임대차계약의 임대인·임차인, 건물 또는 대지 등기부에 기록된 권리자 중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자, 우선변제권을 승계한 금융기관 등입니다. 여기서 "해당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이라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같은 건물에 있어도 다른 호실 임차인은 남의 계약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세무서장의 "거부할 수 없다"는 의무도 건물주에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세무서가 정보를 내주는 절차와 건물주가 동의해 주는 절차는 별개이며, 전자에 자격 요건이 있으므로 후자만으로 길이 열리지는 않습니다.
구분등기가 안 된 건물에서 다른 임차인의 요청은 세 가지로 갈립니다
다른 임차인이 요청하면 먼저 자격을 물어야 합니다. 구분등기가 없는 건물은 소유자가 한 명이라 임차인들이 "우리는 같은 건물의 한 식구니 서로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적 자격은 호실 단위로 따집니다.
표로 정리하면 건물주가 해야 할 일이 더 분명해집니다.
| 요청자 유형 | 세무서 요청 자격 | 임대인 동의 | 건물주 대응 |
|---|---|---|---|
| 자기 호실 임차인 (본인 계약 확인) | 이해관계인 | 불필요 | 안내만 하면 됨 |
| 같은 건물 다른 호실을 새로 계약하려는 임차인 | 계약 체결 예정자 | 필요 (건물주 재량) | 계약 가능성과 노출 범위를 보고 결정 |
| 계약 계획 없는 다른 호실 임차인 | 해당 없음으로 볼 여지가 큼 | 동의해도 접수 불가 가능 | 정중히 거절, 관할 세무서 확인 안내 |
| 등기부 권리자·우선변제권 승계 금융기관 | 이해관계인 | 불필요 | 절차에 관여하지 않음 |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장면은 두 번째와 세 번째의 혼선입니다. 3층 임차인이 "5층을 추가로 쓰고 싶다"며 동의를 요청하면 계약 체결 예정자가 맞고, 단지 "우리 층 보증금 순위가 궁금하다"는 요청이면 자격이 없습니다. 동의서를 써 주기 전에 신규·증평 계약 논의가 실제로 진행 중인지 확인하면 대부분 정리됩니다.
세무서가 어떤 요청서를 접수하고 어느 범위까지 내주는지는 관할 세무서의 처리 기준을 따릅니다. 이해관계인 해당 여부가 애매한 요청은 건물주가 판단하지 말고 관할 세무서 확인 후 답하세요. 세부 해석은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동의해 주면 무엇이 열리는지, 금액으로 보면 부담이 보입니다
동의서에 서명하는 순간 열람되는 정보는 확정일자 부여일, 보증금, 차임 같은 숫자입니다. 신규 임차인이 알고 싶은 것은 결국 "이 건물에서 나보다 앞선 보증금이 합계 얼마인가"입니다.
서울 소재 구분등기 없는 3개 층 상가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에 월 차임×100을 더한 값이며, 서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적용 상한이 9억 원입니다(시행령 기준, 2026년 9월 현재 확인 필요).
| 호실 | 보증금 | 월 차임 | 환산보증금 (보증금 + 월 차임×100) |
|---|---|---|---|
| 1층 카페 | 5,000만 원 | 300만 원 | 5,000만 + 3억 = 3억 5,000만 원 |
| 2층 학원 | 8,000만 원 | 400만 원 | 8,000만 + 4억 = 4억 8,000만 원 |
| 3층 사무실 | 3,000만 원 | 200만 원 | 3,000만 + 2억 = 2억 3,000만 원 |
| 합계 | 1억 6,000만 원 | 900만 원 | 10억 6,000만 원 |
4층에 들어오려는 임차인은 위 합계 1억 6,000만 원이 자기 앞에 있다고 봅니다. 건물 담보 여력이나 경매 시 배당 순위를 가늠하는 자료입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이 숫자가 낮고 깔끔하면 계약 성사에 유리하고, 근저당과 임차 보증금이 이미 많다면 공개가 계약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 단순합니다. 신규 계약이 실제로 논의 중이고 공실 손실이 크다면 동의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계약 가능성이 낮은 탐색 단계의 요청이라면 정식 계약 조건이 오간 뒤에 동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동의 후에는 이미 열린 정보를 되돌릴 수 없습니다.
동의서는 범위를 특정해서 쓰고, 계약서 사본은 건물주가 직접 넘기지 않습니다
동의하기로 했다면 범위를 정하지 않은 백지 동의가 가장 위험합니다. 어느 호실의 어떤 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언제까지 열람하는지가 서면에 없으면, 이후 다른 임차인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넘어갔다는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건물주가 요청자에게 직접 건네는 방법도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약서에 비밀유지 조항이 있을 수 있고, 임차인이 개인사업자라면 개인정보보호법상 제3자 제공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세무서 절차를 거치면 열람 범위가 제도로 정해져 있어 건물주가 책임질 여지가 줄어듭니다.
거절하는 경우에도 근거는 남겨 두세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동의를 거부한 임대인에게 제재를 두지 않지만, 요청자가 정식 계약 체결 예정자였다면 거절 사유를 문자나 이메일로 남겨 두는 편이 이후 오해를 줄입니다. 반대로 동의한다면 동의서 사본, 요청 일자, 요청자 연락처를 건물 관리 파일에 넣어 두면 됩니다.
동의서 양식이 세무서 접수 서식과 다르면 보완 요구가 올 수 있고, 인감증명서 등 동의 증명 서류가 요구됩니다. 서류가 갖춰지지 않으면 동의해 놓고도 절차가 지연되어 건물주가 원망을 듣는 일이 생깁니다. 서명 전에 필요 서류를 요청자에게 먼저 확인해 달라고 하세요.
"동의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고, 선택할 때는 범위부터 정해야 합니다."
구분등기가 안 된 건물은 임차인 정보가 등기부에 없는 만큼 세무서 확정일자부가 유일한 창구입니다. 요청 자격을 가리고 동의 범위를 서면으로 좁히는 이 두 가지가 건물주의 기본 방어선입니다. 안택스 에셋은 임차인 응대 사례를 건별로 기록해 두고 같은 유형의 요청이 반복될 때 참고할 기준으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