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한 자리에서 10년 넘게 영업했다는 이유로, 재계약 시점에 "이제 법적으로 더 볼 것 없다"고 판단하는 건물주가 많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이 10년을 채우고 소멸했다면 임차인을 내보내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 임차인이 새로 들어올 사람을 데려와 권리금을 받으려 할 때 건물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막는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같은 법 안에 있지만 근거 조문도, 소멸 시점도, 판단 기준도 전혀 다른 별개의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제10조)은 10년이 지나면 소멸하지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제10조의4)는 기간 제한이 없는 별개의 의무입니다. 10년을 넘긴 임차인이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건물주는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는 왜 다른 권리인가
두 제도는 애초에 지키려는 대상이 다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에게 최소한의 영업기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고,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임대차가 끝나는 순간에도 임차인이 쌓아온 영업상 무형의 가치를 현금화할 기회를 지켜주기 위한 장치입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는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10년을 다 쓰면 임차인은 더 이상 갱신을 요구할 권리가 없고, 건물주는 재계약을 거절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같은 법 제10조의4는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가 종료될 때까지,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별도로 규정합니다. 이 조문 어디에도 "계약갱신요구권이 살아있는 경우에 한해"라는 단서는 없습니다. 대법원도 이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전체 임대차기간이 갱신 한도를 넘어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임차인에게 최소한의 영업기간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과 임대차 종료 후에도 영업상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하도록 보장한 조항의 입법 취지와 내용은 서로 다르다고 보고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인정했습니다. 갱신요구권의 기간 제한이 곧 권리금 보호의무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판결의 요지이고, 이 법리는 5년이던 갱신 한도가 10년으로 늘어난 현재의 규정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10년 넘은 임차인이 데려온 신규임차인, 거절하면 무조건 책임인가
아닙니다. 다만 "10년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는 책임을 피할 수 없고, 법이 정한 별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면책됩니다. 두 제도의 차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계약갱신요구권 (제10조) |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제10조의4) |
|---|---|---|
| 보호 기간 | 최초 계약 포함 최대 10년 | 기간 제한 없음 |
| 소멸 시점 | 전체 임대차기간 10년 도달 시 | 임대차가 존속하는 한 유지 |
| 적용 시기 | 임차인이 갱신 요구 시 | 만료 6개월 전 ~ 종료 시까지 |
| 10년 경과 시 | 갱신 거절 가능 | 권리금 방해는 여전히 위법 |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가 있습니다. 신사동 인근에서 11년째 15평 규모 카페를 운영해 온 임차인이 있었습니다. 최초 계약 이후 몇 차례 갱신을 거쳐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넘긴 상태였고, 건물주는 "갱신요구권이 끝났으니 이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판단해 임차인이 데려온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별다른 이유 없이 거절했습니다. 이후 분쟁 과정에서 건물주는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았습니다. 갱신요구권 소멸은 재계약을 거절할 근거는 되지만, 권리금 회수까지 막을 근거는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건물주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10년이 지나면 상가임대차법 자체가 끝난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상가는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니 이 법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두 가지 모두 실무에서는 틀린 판단입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조항은 환산보증금 초과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상가 임대차에 적용됩니다. 2026년 5월 12일 시행 기준 서울 지역 환산보증금이 9억원을 넘는 대형 상가라도,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권리금 보호의무가 아예 면제되는 경우는 따로 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가 사라지는 경우는 크게 세 갈래로 좁혀져 있고, 10년 경과는 그 중 하나가 아닙니다.
첫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갱신거절 정당사유가 있는 경우입니다. 3기의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거나, 임차인이 무단으로 전대했거나, 건물의 전부·일부를 고의·중과실로 파손한 경우, 법령에 따라 철거·재건축이 예정된 경우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둘째,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보증금이나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거나,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는 등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건물주는 해당 신규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해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셋째, 임대차 목적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임차인이 폐업 후 장기간 방치했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해 사실상 영업을 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임차인을 통한 권리금 회수 자체를 보호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는 취지입니다.
이 세 가지 중 건물주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오해하는 것이 재건축입니다. 단순히 "조만간 재건축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철거·재건축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려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이미 공사 시기와 소요 기간을 구체적으로 고지했거나, 건물 안전에 문제가 있어 철거·재건축이 불가피하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확인돼야 합니다. 막연한 계획 단계에서 신규임차인을 거절하면 오히려 손해배상 책임만 커집니다.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계산되고,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는가
배상액은 임차인이 원하는 금액이 아니라, 법이 정한 상한선 안에서 정해집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3항은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으로 못박고 있습니다.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은 통상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합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앞서 언급한 신사동 카페 사례에서 신규임차인이 되려던 사람이 기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권리금이 1억 3,000만원이었고, 분쟁 과정에서 감정평가로 산정된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이 9,500만원이었습니다. 이 경우 손해배상 상한액은 둘 중 낮은 금액인 9,500만원이 됩니다. 약정 권리금이 아무리 높아도 감정액이 낮으면 그 금액을 넘길 수 없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임대차가 종료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임차인이 퇴거 이후 새 사업 준비로 시간을 보내다가 청구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으므로, 건물주 입장에서도 분쟁 가능성이 언제까지 열려 있는지 이 기간으로 가늠해야 합니다.
10년이라는 숫자는 재계약 의무의 끝이지, 권리금 책임의 끝이 아닙니다.
빌딩을 오래 보유할수록 임차인과의 관계도, 법적 의무의 종류도 계약서 한 장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처럼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움직이는 조항들이 하나의 임대차 안에 겹쳐 있습니다. 안택스 에셋은 이런 조항들이 실제 임대차 현장에서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계약 단계부터 함께 검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