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하면서 "건물이 오래돼서 위험하다"는 이유를 대는 임대인은 많지만, 이 이유 하나만으로 법원이 갱신거절을 인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 나목은 건물의 노후·훼손 또는 안전사고 우려를 정당한 갱신거절 사유로 인정하지만, 법원은 임대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객관적인 근거를 요구합니다.
안전진단 등급, 철거·재건축 실행 계획의 구체성, 위험의 현존성을 함께 따져 판단이 갈리기 때문에, 사유가 있다고 믿고 거절했다가 권리금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임대인도 적지 않습니다. 이 글은 법원이 나목 사유를 인정할 때 실제로 보는 기준과, 인정되지 않았을 때 임대인이 지는 책임을 정리합니다.
나목 사유는 "낡았다"는 주장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정밀안전진단 등 객관적 자료와 철거·재건축을 실제로 진행할 구체적 계획이 함께 있어야 법원이 정당한 사유로 인정합니다.
제10조 제1항 제7호 나목, 어떤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인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은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정하면서, 예외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 아홉 가지 사유를 나열합니다. 그중 일곱 번째 사유가 철거·재건축을 위해 건물의 점유를 회복해야 하는 경우이고, 이 사유는 다시 가목·나목·다목 세 가지로 나뉩니다. 나목이 규정하는 것이 바로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입니다.
가목은 계약을 맺을 때부터 임대인이 철거·재건축 계획을 공사시기와 기간까지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대로 진행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다목은 정비구역 지정처럼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재건축이 예정된 경우입니다. 이 둘은 계약서나 행정처분이라는 객관적 근거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 구분 | 적용 요건 | 핵심 입증자료 |
|---|---|---|
| 가목 · 사전 고지형 | 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소요기간까지 철거·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 | 계약서 특약, 고지 문서 |
| 나목 · 안전사고 우려형 |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 정밀안전진단 결과, 실행 계획 자료 |
| 다목 · 법령상 재건축형 |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 정비구역 지정 고시, 인허가 서류 |
문제는 나목입니다. 계약 당시에는 예정에 없던 사유가 임대차 도중에 새로 발생한 것이므로, 임대인이 "건물이 위험해졌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갱신거절을 정당화할 길이 열려 있는 구조입니다. 법원이 나목을 다른 두 목보다 훨씬 엄격하게 심사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은 최장 10년까지 보장되는 강행규정에 가까운 권리이기 때문에, 그 권리를 임대인의 일방적 판단만으로 소멸시키도록 허용하지 않는 것이죠.
법원이 인정한 사례와 인정하지 않은 사례는 무엇이 다른가
나목 사유의 인정 여부는 결국 안전진단 자료가 있는지, 그 자료 뒤에 실행 계획이 붙어 있는지로 갈립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가 있습니다.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4층 근린생활시설을 매입한 건물주가, 1층 편의점 임차인(임대차 8년 차,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250만 원 수준)에게 "건물이 낡아서 위험하니 나가 달라"고 구두로 통보한 경우입니다. 정밀안전진단은 받은 적이 없었고, 육안으로 확인한 균열 사진 몇 장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사례에서 법원은 대체로 나목 사유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노후 여부를 판단할 객관적 자료가 없고, 위험하다는 주장이 실제 안전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을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법원이 인정한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두 가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첫째는 안전진단 전문기관이 발급한 정밀안전진단 결과서로, 건물이 D등급 이하로 판정되어 보수·보강 또는 신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그 진단 결과에 따라 실제로 철거나 재건축을 진행할 구체적 계획입니다. 설계계약을 체결했거나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이 함께 확인되어야 법원은 "진짜로 위험해서 점유를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여기서 실무자들이 자주 놓치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안전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갱신거절 통보 직전에, 그것도 임대인이 개인적으로 의뢰한 사설 기관에서 서둘러 받은 진단 결과는 법원이 신빙성을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 시점이 분쟁 발생 이후이거나, 진단 목적란에 "임대차 종료"라고 명시된 경우 특히 그렇습니다. 진단은 분쟁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거나, 최소한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받아야 다툼의 여지가 줄어듭니다.
법원은 어떤 순서로, 무엇을 기준으로 나목 사유를 심사하는가
법원은 나목 사유를 심사할 때 네 가지를 순서대로 따집니다.
첫째, 안전진단 자료의 신뢰성입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발급했는지, 진단 시점이 분쟁과 무관한지를 봅니다.
둘째, 위험의 현존성입니다. 준공 후 30년, 40년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붕괴나 파손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노후 자체는 대부분 건물에 공통된 사정이라 갱신거절 사유로 그대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셋째, 철거·재건축 실행 계획의 구체성입니다. 설계 계약, 시공사 선정, 인허가 신청처럼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고, 착공 시기를 특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계획이 막연하거나 몇 년째 진행이 없다면 법원은 점유 회복이 진짜 목적이 아니라고 의심합니다.
넷째, 점유 회복의 비례성입니다. 임차인이 입는 손실과 임대인이 얻는 이익을 저울질해서, 안전 확보라는 목적에 비해 임차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는 아닌지를 살핍니다.
실무적으로는 안전진단 등급과 실행 계획, 이 둘 중 하나만 있는 경우와 둘 다 있는 경우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등급 판정만 있고 실행 계획이 없다면 인정 가능성은 낮습니다. 반대로 실행 계획만 그럴듯하고 안전진단 자료가 없다면, 법원은 재건축 이익을 얻기 위한 명목상 사유로 의심합니다. 두 요건이 함께 갖춰졌을 때 비로소 나목 사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으면 임대인은 어떤 책임을 지는가
나목 사유가 법원에서 부정되면 갱신거절 자체가 무효로 처리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갱신거절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임대차는 종전과 같은 조건으로 갱신된 것으로 취급되고, 임차인이 그 기간 동안 신규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까지 임대인이 막은 셈이 됩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는 이 경우 임대인에게 권리금 상당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웁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고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까지 막으면, 손해배상 소송에서 임대인이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됩니다. 안전진단 자료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구두로 "위험하니 나가라"고 통보하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 항목 | 금액 | 비고 |
|---|---|---|
| 신규임차인과 약정한 권리금 | 1억 원 |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금액 |
| 임대차 종료 당시 감정 권리금 | 1억 2천만 원 | 감정평가 기준 |
| 손해배상액(둘 중 낮은 금액) | 1억 원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3항 |
| 지연손해금 | 연 12%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이율 적용, 2026년 기준 |
손해배상액은 무한정 커지지 않습니다. 법은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약정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시점의 감정 권리금 중 더 낮은 금액을 상한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위 표처럼 약정 권리금이 1억 원이고 감정 권리금이 1억 2천만 원으로 나왔다면, 임대인이 배상할 금액은 더 낮은 금액인 1억 원입니다. 여기에 소송이 길어지면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더해집니다.
노후는 임대인의 주장이 아니라 진단이 증명해야 하는 사실입니다.
건물이 오래됐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분쟁은 소송으로 번지고, 안전진단부터 실행 계획까지 갖추지 못한 채 거절을 통보하면 오히려 권리금 손해배상이라는 더 큰 부담을 지게 됩니다. 건물 노후화로 인한 갱신거절을 검토하는 단계라면, 안전진단과 철거·재건축 계획을 먼저 갖추는 것이 순서입니다. 안택스 에셋은 이런 상황에서 건물주가 놓치기 쉬운 자료와 절차를 함께 점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