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차인이 폐업하면서 인테리어와 집기를 그대로 두고 사라지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다음 임차인을 받으려면 바닥재, 조명, 파티션, 주방 설비까지 뜯어내야 하는데, 이 비용을 보증금에서 얼마나 떼도 되는지가 애매하기 때문에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임대인은 원상복구에 실제로 들어간 비용만큼만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고, 그 범위는 임차인이 직접 설치·변경한 부분과 지출 증빙에 따라 정해집니다. 이 글은 원상복구 의무의 법적 범위, 공제 가능한 항목과 불가능한 항목, 실제 계산 사례, 그리고 임차인이 두고 간 시설물을 처리할 때 건물주가 반드시 지켜야 할 절차를 다룹니다.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고 나갔다면, 임대인은 원상복구에 실제로 소요된 비용만큼만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통상손모(자연스러운 마모)는 공제 대상이 아니며, 시설물을 임의로 폐기하면 오히려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원상복구 의무는 어디까지인가 — 임차인이 책임지는 범위
원상복구 의무의 근거는 민법 제615조(차주의 원상회복의무)와 제654조(임대차에 대한 준용 규정)입니다. 대법원은 이 의무의 내용을 "임차물의 용법에 따라 사회통념상 통상적인 방법으로 사용·수익한 뒤, 통상의 용도로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로 복구해 반환하는 것"으로 풀어 설명합니다(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 취지). 여기서 기준이 되는 것은 임차 개시 당시의 상태입니다. 임차인이 들어올 때 이미 있던 시설까지 뜯어낼 의무는 원칙적으로 없고, 자신이 직접 설치하거나 변경한 부분만 복구하면 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이전 임차인이 남기고 간 시설을 그대로 인수해 영업하다가 계약이 끝난 새 임차인에게, 이전 임차인 몫까지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계약서에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대법원 2023. 11. 2. 선고 판결, 2023다249661 취지). 다만 권리금을 지급하고 기존 시설을 그대로 양수해 지위를 승계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져, 기존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에 대한 원상회복 의무까지 함께 인정된 판례도 있습니다.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 항목과 공제할 수 없는 항목
원상복구 관련 분쟁의 대부분은 "이것도 공제되나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판단 기준은 단순합니다. 임차인이 직접 설치·변경했고, 임대인이 실제로 비용을 지출했으며, 자연스러운 마모가 아니라면 공제 대상입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공제 근거가 약해집니다.
| 항목 | 공제 가능 여부 | 판단 근거 |
|---|---|---|
| 임차인이 설치한 파티션·바닥재·조명 철거비 | 공제 가능 | 임차인 설치분, 원상복구 대상 확정 |
| 임차인이 변경한 전기·배관·주방 덕트 복구비 | 공제 가능 | 임차인 용도에 맞춘 변경분 |
| 바닥 자연마모, 벽지 색바램 등 통상손모 | 공제 불가 | 임료에 감가상각 개념 포함, 임대인 부담 |
| 원상복구 지연으로 다음 임차인을 못 받은 기간의 임료 상당 손해 | 공제 가능(입증 시) | 이행지체에 따른 손해배상 |
| 임대인이 이번 기회에 자체적으로 개량·업그레이드한 비용 | 공제 불가 | 원상회복 범위를 넘는 별도 지출 |
원상복구비용, 실제로 얼마나 공제될까 — 계산 사례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강남 인근 1층 상가 10평(33㎡)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임차인이 계약이 끝난 뒤 바닥 타일, 주방 덕트, 파티션, 조명을 철거하지 않고 폐업 정리만 한 채 나간 경우입니다. 보증금은 3,000만원, 월차임은 250만원이었습니다.
첫째, 철거비 산정입니다. 2026년 기준 인테리어 전체 철거는 평당 20만원 안팎이 일반적이라, 10평 기준 철거비 200만원에 폐기물 처리비 50만원, 부가세 10% 25만원을 더하면 총 275만원이 나옵니다.
둘째, 원상복구 지연 손해입니다. 임차인이 철거를 하지 않아 임대인이 직접 철거를 진행하는 한 달 동안 다음 임차인을 들이지 못했다면, 그 기간의 임료 상당액 250만원을 손해배상으로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인 스스로 철거를 늦춘 기간까지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례 경향이 있으므로, 지연 기간을 최소화해야 전액 인정받습니다.
셋째, 최종 정산입니다. 보증금 3,000만원에서 철거비 275만원과 지연 손해 250만원, 합계 525만원을 공제하면 2,475만원이 임차인에게 반환됩니다. 공제액이 보증금을 넘어선다면 초과분은 임차인에게 별도로 청구해야 하고, 임차인이 응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이나 소송으로 넘어갑니다.
| 구분 | 금액 | 비고 |
|---|---|---|
| 보증금 | 3,000만원 | 계약 종료 시 기준 |
| 철거비(평당 20만원 × 10평) | 200만원 | 바닥·조명·파티션·덕트 |
| 폐기물 처리비 | 50만원 | 철거 잔재 반출 |
| 부가세(10%) | 25만원 | 철거비+처리비 기준 |
| 원상복구 지연 손해(1개월 임료 상당) | 250만원 | 다음 임차인 미입주 기간 |
| 총 공제액 | 525만원 | 철거비 275만원+지연 손해 250만원 |
| 반환 보증금 | 2,475만원 | 3,000만원-525만원 |
임차인이 두고 간 시설물, 함부로 처분하면 안 되는 이유
공실을 빨리 채우고 싶은 마음에, 임차인 동의 없이 바로 철거업체를 불러 폐기하거나 남은 집기를 고물상에 팔아버리는 건물주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임차인 소유물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임대인이 임의로 처분하면, 원상복구비용을 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손괴나 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습니다. 연락이 두절됐다는 사정만으로 소유권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내용증명으로 일정 기한(통상 2주~1개월)을 정해 철거를 최고하고, 그 기간이 지나도 응답이 없으면 철거 진행 사실과 비용 내역을 사진·견적서·계산서로 명확히 기록해 두는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남은 시설물에 일부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매각한 뒤 그 대금을 원상복구비용에서 정산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분쟁을 피하는 방법입니다.
임차인 연락이 두절됐다고 해서 시설물을 곧바로 폐기·매각하면 안 됩니다. 내용증명으로 철거를 최고한 기록을 남기고, 철거 비용과 처분 경위를 증빙으로 보관해야 이후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원상복구는 뜯어낸 만큼이 아니라 증빙한 만큼만 인정됩니다.
임차인이 시설을 두고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보증금 전액을 공제할 근거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지출한 철거비와 지연 손해를 항목별로 증빙해야 분쟁 없이 정산할 수 있습니다. 안택스 에셋은 임대차 종료 시점의 시설 현황 확인부터 원상복구 견적, 공제 정산까지 건물 관리 실무 안에서 함께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