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나가면서 파티션과 조명, 바닥재를 그대로 두고 갔다는 연락을 받으면 반가운 마음도 잠시, 다음 임차인에게 그대로 넘겨도 되는지 아니면 전부 뜯어내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부터 헷갈립니다. 그 시설 상당수가 이번에 나가는 임차인이 아니라 그 전에 있던 임차인이 설치한 것이라면 판단은 더 복잡해집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차인은 자신이 직접 설치하지 않은 시설이라도 그 시설을 이용해 영업했다면 철거할 의무를 집니다. 다만 그 의무의 실제 범위는 계약서에 원상복구 범위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그 시설을 부속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원상복구 의무의 판단 기준, 전 임차인 시설에 대한 철거 책임, 임차인이 맞설 수 있는 권리, 그리고 보증금에서 원상복구비용을 공제할 때 건물주가 실제로 지켜야 할 요건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임차인이 두고 간 시설은 "누가 설치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사용했는가"를 기준으로 철거 의무가 정해집니다. 단, 건물주가 실제로 철거할 계획 없이 그대로 재임대하면 이미 공제한 원상복구비용도 돌려줘야 할 수 있습니다.
원상복구 의무, 기준이 되는 '입주 당시 상태'는 어떻게 정해지나
민법상 임차인은 임대차가 끝나면 목적물을 원상에 회복하여 반환할 의무를 집니다. 여기서 "원상"은 콘크리트 골조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원상회복의무의 내용과 범위를 임대차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임대 당시 목적물의 상태, 임차인이 수리하거나 변경한 내용을 종합해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기준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계약서에 "원상복구"라고만 적혀 있고 입주 당시 상태를 증명할 자료가 없으면 다툼의 여지가 그대로 남기 때문입니다.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전 임차인의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면, 계약서에 별도로 특정하지 않는 이상 그 시설이 있는 상태 자체가 "입주 당시 상태"로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계약서를 쓸 때 입주 당시 사진을 남기고, "원상복구는 골조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특정해 두는 쪽이 나중에 유리합니다.
전 임차인이 만든 파티션도 지금 나가는 임차인이 철거해야 하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에서 이미 나와 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던 임차인이 전 임차인이 설치한 파티션과 인테리어 시설을 그대로 이용해 영업하다가 계약 종료 후 철거 없이 퇴거하자, 임대인이 원상복구비용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시설의 대부분이 전 임차인이 설치한 것이라 하더라도 현재 임차인이 이를 이용해 영업한 이상 철거하여 원상회복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도 이와 비슷합니다. 논현동의 20평 규모 상가에서 편집숍을 운영하던 임차인이 나가면서, 전 임차인이 설치해 둔 파티션과 매입등, 바닥 타일을 그대로 쓰다가 계약 종료 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나간 일이 있었습니다. 임차인은 "이 시설은 내가 설치한 게 아니라 전 임차인 것"이라며 철거 요구를 거부했지만, 실제로 그 파티션을 활용해 3년 가까이 영업했기 때문에 철거 의무를 피하기 어려운 사안이었습니다.
| 구분 | 철거 의무 인정 | 다툼 여지 있음 |
|---|---|---|
| 사용 여부 | 시설을 이용해 영업함 | 인수 후 한 번도 쓰지 않고 방치 |
| 계약서 기재 | 원상복구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 | "원상복구"라고만 막연히 기재 |
| 시설 성격 | 파티션·집기처럼 탈부착 가능 | 배관·전기처럼 구조에 흡수 |
임차인이 던질 수 있는 카드 — 부속물매수청구권과 유익비상환청구권
철거를 요구받은 임차인이 순순히 응하지 않는 경우, 실무에서는 두 가지 권리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민법 제646조의 부속물매수청구권이고, 다른 하나는 민법 제626조의 유익비상환청구권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그 시설이 건물과 독립된 물건으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구조에 흡수돼 떼어낼 수 없는지입니다.
| 구분 | 부속물매수청구권 | 유익비상환청구권 |
|---|---|---|
| 법적 근거 | 민법 제646조 | 민법 제626조 제2항 |
| 대상 | 독립된 물건 (파티션, 붙박이 가구) | 구조에 흡수된 시설 (배관, 전기) |
| 행사 방법 | 시가로 매수 청구 | 현존 증가액 상환 청구 |
| 임대인 동의 | 부속 당시 동의 필요 | 불요, 지출 사실만 입증 |
실무에서는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은 원상복구의무를 부담하고 부속물매수청구권과 유익비상환청구권을 포기한다"는 특약이 관행적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특약의 효력은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지 여부로 갈립니다. 대법원 1982. 1. 19. 선고 81다1001 판결은, 임대료를 낮추는 대가로 부속물 소유권을 임대인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등 상호 대가관계가 있다면 이런 포기 특약도 유효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반대로 아무 대가 없이 부동문구로만 넣은 포기 조항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는 원상복구나 부속물매수청구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어 민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계약서에 "원상복구 의무를 진다"고만 막연히 적어 두면, 어느 시점 기준으로 원상복구해야 하는지를 두고 그대로 다툼이 생깁니다.
원상복구비용, 보증금에서 그냥 공제해도 될까
임차인이 시설을 두고 나갔다고 해서 보증금에서 원상복구비용을 바로 빼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은 원상복구비용이 임대차 종료로 당연히 발생하는 채무가 아니라 계약서상 별도 약정이 있어야 발생하는 채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부분은, 임대인이 실제로 원상복구를 하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 다음 임차인에게 재임대한다면 이미 공제한 원상복구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철거할 생각이 없으면서 비용만 공제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비용 규모를 구체적으로 보면, 2026년 기준 상가 철거비용은 평당 15만~25만원 선에서 형성됩니다. 20평 상가라면 철거비만 300만~500만원 사이가 일반적이고, 여기에 폐기물 처리비나 야간 작업비가 견적에서 빠져 있는 경우 실제 정산 단계에서 100만원 안팎이 추가되는 일이 흔합니다. 보증금이 3,000만원인 계약이라면 이 비용은 보증금의 10~20% 수준이어서, 공제 근거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반환 소송으로 번질 때 실익보다 다툼 비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건물주가 공제를 안전하게 인정받으려면 세 가지가 갖춰져야 합니다. 첫째, 계약서에 원상복구 의무와 비용 부담에 관한 특약이 구체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둘째, 실제로 원상복구 공사를 하거나 할 계획임을 견적서나 시공 계약서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입주·퇴거 시점의 현황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 두어야 나중에 분쟁이 생겨도 다툴 여지가 줄어듭니다.
원상복구 의무는 누가 설치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사용했느냐로 갈립니다.
파티션 하나를 두고도 소송까지 가는 이유는 대부분 계약서에 원상복구 범위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택스 에셋은 임대차 계약 단계에서부터 입주 당시 현황을 기록하고 원상복구 범위를 특정해 두는 방식으로 건물주의 분쟁 리스크를 관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