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에 지은 지상 5층 상가주택형 빌딩을 매입한 건물주가 최근 자주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이 건물, 내진보강을 꼭 해야 하나요." 답은 명확하다. 이미 준공된 건물에는 내진보강 의무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건축법이 요구하는 내진설계 의무는 신축·증축·대수선이라는 '행위'가 있을 때 발생하고, 이미 서 있는 건물은 원칙적으로 권고와 인센티브의 영역에 머문다.
문제는 이 원칙이 항상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증축 규모가 일정 기준을 넘거나, 건물이 시설물안전법상 관리대상으로 지정되거나, 지자체 조례가 별도로 개입하면 권고는 사실상 의무로 바뀐다. 노후 빌딩을 가진 건물주라면 지금 자기 건물이 원칙 쪽에 있는지 예외 쪽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미 지어진 노후 빌딩은 내진보강 의무의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의무는 신축·증축·대수선 시점에만 발생하며, 그 외에는 권고와 세제 인센티브의 영역입니다. 다만 증축 규모, 시설물 지정 여부, 지자체 조례에 따라 권고가 사실상 의무로 전환되는 예외가 있습니다.
내진설계 의무는 '지어질 때'만 발생한다
건축법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는 시점은 건물을 새로 짓거나 크게 고칠 때다. 준공 이후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없던 의무가 새로 생기지는 않는다. 이것이 노후 빌딩 건물주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원칙이다.
건축법 시행령 제32조는 내진설계 의무 대상을 층수와 연면적으로 규정한다. 2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200제곱미터 이상(목구조는 500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이 기본 대상이고, 높이나 구조 형태에 따른 별도 기준도 함께 적용된다. 이 기준은 건물을 지을 당시 시행 중인 법령에 맞춰 판단하며, 이후 법이 강화됐다고 해서 이미 준공된 건물에 새 기준을 소급해서 들이대지 않는다.
| 구분 | 기준 | 비고 |
|---|---|---|
| 층수 | 2층 이상 | 목구조도 동일 적용 |
| 연면적 | 200㎡ 이상 | 목구조 건축물은 500㎡ 이상 |
| 처마높이 | 9m 이상 | 단층이라도 해당 |
| 건축물 높이 | 13m 이상 | 층수 기준 미달이어도 해당 |
| 기둥 간 거리 | 10m 이상 | 기둥과 기둥 사이 거리 기준 |
| 제외 대상 | 창고·축사·작물 재배사 | 용도별 예외 규정 |
'권고'가 사실상 '의무'로 바뀌는 세 가지 경우
권고가 의무처럼 작동하는 경우는 세 가지로 좁혀진다. 이 셋 중 하나에 해당하면 "기존 건물이라 의무가 없다"는 원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첫째는 증축·대수선 규모다. 2024년 12월 시행된 개정으로 구조 안전 확인 서류 제출 없이 증축할 수 있는 범위가 연면적의 10분의 1에서 10분의 2로 넓어졌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완화된 규정이지만, 뒤집어 보면 이 범위를 넘는 증축이나 특정 대수선에는 지금도 구조 안전 확인 서류 제출 의무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 서류에는 내진 안전성 확인이 포함된다.
둘째는 시설물안전법상 관리대상 시설물 지정 여부다. 연면적이나 층수가 일정 기준을 넘는 건축물은 3종시설물 등으로 지정될 수 있고, 지정된 건물이 정밀안전진단을 받을 때는 내진성능평가를 함께 실시해야 한다. 그 결과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국토교통부가 보강을 권고할 수 있다. 다만 이 지정은 관할 지자체가 개별 통보하는 방식이라, 통보받은 적이 없다면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정 여부가 불확실하면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셋째는 지자체 조례다. 서울시는 준공 후 30년이 지난 소규모 노후 건축물을 대상으로 구조보강 비용 지원사업을 운영하며, 일부 다중이용시설에는 안전점검이나 보강계획 제출을 사실상 요구하는 방식으로 개입한다. 지원사업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실무에서는 대상자 통보 이후 이행 압박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
관리대상 시설물로 지정됐다는 통보를 받고도 "권고니까 급하지 않다"며 예산 문제로 미루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음 정기 정밀안전진단에서 동일한 지적사항이 반복 누적되면, 관할 기관이 이행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는 권고가 아니라 일정이 있는 절차로 봐야 합니다.
실제 상담에서 보는 판단 기준
건물주가 실제로 결정해야 하는 기준은 하나다. 지금 이 건물에 증축이나 큰 폭의 리모델링 계획이 있는가.
최근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는 강남구 소재, 준공 1988년, 지상 5층, 연면적 780제곱미터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겸용 빌딩이다. 건물주는 옥탑 위 1개 층을 증축해 임대 면적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연면적 780제곱미터의 10분의 2는 156제곱미터다. 증축 면적이 이 수치를 넘으면 구조 안전 확인 서류 제출 의무가 발생하고, 그 안에 내진 안전성 확인이 포함되므로 사실상 내진보강 검토가 인허가의 전제조건이 된다. 반대로 156제곱미터 이내로 증축 규모를 조정하면 이 절차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비용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이 정도 규모 건물의 내진성능평가는 통상 구조기술사 사무소 견적 기준 300만~600만원대에서 형성되고, 평가 결과 보강이 필요하다고 나오면 공사 범위와 공법에 따라 비용 편차가 크게 벌어진다. 이 수치는 견적 참고용이며, 실제 비용은 건물 구조와 보강 공법에 따라 달라지므로 시공 전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내진성능 확인을 받은 건축물은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취득세 과세표준에서 보강 비용을 공제받거나 일정 기간 재산세를 감면받을 수 있고, 서울시는 준공 30년 이상 소규모 노후 건축물의 구조보강 비용을 별도로 지원한다. 정확한 감면율과 지원 조건은 지자체와 신청 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관할 세무부서 확인이 필요하다.
| 구분 | 증축·대수선 계획 있음 (10분의 2 초과) | 현상 유지 (증축 계획 없음) |
|---|---|---|
| 구조안전확인서류 | 제출 의무 발생 | 원칙적으로 불필요 |
| 내진보강 성격 | 사실상 의무 (인허가 전제조건) | 권고, 자율 투자 |
| 비용 반영 시점 | 인허가 전 선반영 | 건물주 판단에 따라 시기 조정 가능 |
| 세제 혜택 적용 | 내진성능 확인 시 검토 가능 | 동일하게 적용 가능 |
내진보강을 미루면 실제로 벌어지는 일
내진보강을 하지 않아도 당장 과태료가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두 국면에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첫 번째는 매각 국면이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패턴은 이렇다. 준공 30년이 넘은 건물을 매각하려는 자산가가 매수인 측 실사에서 내진성능평가 이력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매매가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 협상 여지를 그대로 내주는 경우다. 구조 안전성은 매수인 입장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리스크이기 때문에, 확인 이력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가격 협상의 지렛대가 된다.
두 번째는 책임 국면이다. 지진으로 건물이 손상돼 제3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민법 제758조의 공작물 책임에 따라 소유자는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진다. 내진성능 확인이나 보강 이력이 있다는 사실은 관리상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정황 자료로 작동하지만, 아무 이력이 없다면 그만큼 불리한 위치에서 다투게 된다.
내진성능평가와 내진보강 공사는 서로 다른 절차입니다. 평가만 받고 보강 공사는 하지 않았는데도 "내진 안전 확인 건물"이라는 표현으로 매각을 광고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평가 결과가 "보강 필요"로 나왔다면, 보강을 마치기 전까지는 오히려 매수인에게 고지해야 할 리스크 항목입니다.
내진보강은 법이 강제하는 순간까지 미뤄도 되는 선택이 아니라, 매각과 책임에서 이미 값이 매겨져 있는 투자입니다.
노후 빌딩을 몇 년째 그대로 유지해온 건물주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공사 견적이 아니라 자기 건물이 원칙 쪽에 있는지 예외 쪽에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일이다. 안택스 에셋은 빌딩 취득부터 관리, 매각까지 통합적으로 검토하며 이런 판단을 건물주 입장에서 함께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