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물려주신 상가 건물 하나, 등기부등본을 봐도 시세를 짐작할 만한 거래 이력이 없다. 아파트라면 인근 유사매매사례라도 찾아볼 수 있지만, 꼬마빌딩이나 상가는 애초에 거래 자체가 드물어 시가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상속인이 개별공시지가와 건물 기준시가를 더한 값, 즉 기준시가로 상속세를 신고한다. 문제는 신고를 마친 뒤에도 국세청이 별도로 감정평가를 의뢰해 세금을 다시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기준시가 신고와 사전 감정평가 신고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2026년 기준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의 범위와 최근 대법원 판단까지 정리한다.
꼬마빌딩·상가는 시가 확인이 어려워 기준시가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세청은 상속세 법정결정기한(신고기한으로부터 9개월)까지 별도 감정평가를 의뢰해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 신고가액이 시가와 크게 차이 날수록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상속재산 평가 원칙과 꼬마빌딩이 기준시가로 신고되는 이유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재산 평가는 시가를 우선한다.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이내에 있었던 매매·감정·수용·경매·공매가액이 있다면 그 가액이 시가로 인정된다. 그런데 아파트와 달리 꼬마빌딩이나 상가는 같은 건물, 같은 조건의 거래사례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법이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 즉 기준시가로 신고하게 된다.
기준시가란 무엇인가
비주거용 부동산의 기준시가는 토지분 개별공시지가와 국세청이 매년 고시하는 건물 기준시가를 합산해 산정한다. 이 값은 통상 실제 거래되는 시세보다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상속인 입장에서는 신고 당시 세부담을 낮출 수 있어 기준시가 신고를 선호하지만, 이 격차 자체가 국세청이 감정평가 대상을 고르는 기준이 된다는 점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국세청 꼬마빌딩 등 감정평가사업 — 신고 후에도 뒤집힐 수 있는 이유
국세청은 2020년부터 '꼬마빌딩 등 감정평가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공시가격이 없거나 거래사례를 찾기 어려운 비주거용 부동산과 나대지를 대상으로, 국세청이 직접 감정평가법인에 평가를 의뢰해 신고가액과 시가의 격차를 좁히는 사업이다. 대상 범위는 매년 넓어졌다. 2024년에는 초고가 아파트·호화 단독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까지 포함됐고, 2025년 6월 11일부터는 나대지·임야·입주권·분양권·임차권·전세권·지상권 등 사실상 모든 부동산 유형으로 확대됐다. 감정평가 관련 예산도 2024년 약 45억 2,400만 원에서 2025년 약 95억 9,2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절차는 이렇다. 상속인이 기준시가로 신고를 마친 뒤에도, 국세청은 상속세 법정결정기한(신고기한으로부터 9개월, 증여세는 6개월)까지 별도 감정평가를 의뢰할 수 있다. 이 감정가액은 곧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시가로 확정된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국세청은 727건을 감정평가했고, 신고가액 대비 평균 71% 높은 가액으로 과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시기 | 감정평가 대상 확대 내용 |
|---|---|
| 2020년 | 비주거용 부동산(꼬마빌딩·상가), 나대지 |
| 2024년 | 초고가 아파트, 호화 단독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 추가 |
| 2025년 6월 | 나대지·임야·입주권·분양권·임차권·전세권·지상권 등 전 부동산 유형 |
2026년 6월 대법원 판결 — 사후 감정평가는 적법하지만 요건은 엄격하다
이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2025년 12월 하급심에서는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의 근거인 시행령 조항이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돼 무효라며 과세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2026년 6월 대법원은 상속세가 과세관청이 세액을 확정하는 부과과세 방식이라는 점을 근거로, 신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 감정을 의뢰하고 그 가액에 따라 부과처분을 하는 것 자체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2019년 4월 모친 사망으로 서울 서대문구 일대 토지를 상속받아 개별공시지가 기준 74억 3,400만 원으로 신고하고 상속세 약 27억 원을 납부한 뒤, 국세청의 사후 감정평가로 세액이 추가로 부과된 사안이었다.
다만 대법원이 국세청의 손을 전부 들어준 것은 아니다.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받으려면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것'이라는 시행령 요건을 가격산정 기준일뿐 아니라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 충족해야 하고, 이를 증명할 책임은 과세관청에 있다고 명시했다. 즉 국세청이 감정평가를 의뢰했다는 사실만으로 세액이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요건을 갖췄는지가 매번 다퉈질 수 있는 쟁점이라는 뜻이다.
대법원 판결로 국세청의 사후 감정평가 자체는 적법성을 인정받았다. 기준시가로 낮게 신고하면 신고 당시에는 세부담이 줄어들 수 있어도, 이후 경정으로 세액이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감정평가를 미리 받아야 하는 경우 vs 기준시가로 신고해도 되는 경우
모든 꼬마빌딩·상가 상속인이 사전 감정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래 상황에서는 신고 전 감정평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기준시가와 실거래 시세의 격차가 큰 경우다. 격차가 클수록 국세청이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할 유인이 커지고, 신고 이후 추징되는 세액과 납부지연가산세 부담도 함께 커진다.
둘째, 물건가액 자체가 큰 경우다.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은 한정된 예산 범위 안에서 시가와 신고가액 차이가 큰 물건부터 우선 선정하는 구조여서, 고가 부동산일수록 선정 확률이 높아진다.
셋째, 상속인 간 재산 분할 협의가 필요한 경우다. 기준시가는 상속인들이 납득할 만한 객관적 가액으로 보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감정평가를 받아두면 분할 협의의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넷째, 상속받은 부동산을 가까운 시일 내 양도할 계획이 있는 경우다. 상속 신고 시 감정평가로 확보한 가액은 향후 양도소득세 계산 시 취득가액이 되므로, 취득가액을 높여두면 양도차익이 줄어 양도소득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감정평가를 의뢰할 때는 원칙적으로 2곳 이상 감정평가법인의 평가액 평균을 시가로 인정하되, 기준시가 10억 원 이하 부동산은 1곳의 평가액도 인정된다. 감정평가 수수료는 상속인이 직접 부담한다.
| 구분 | 기준시가 신고 | 사전 감정평가 신고 |
|---|---|---|
| 신고 시 세부담 | 대체로 낮음 | 감정가액 수준으로 형성 |
| 사후 리스크 | 국세청 재감정으로 추가 부과 가능 | 추가 부과 가능성 낮음 |
| 비용 부담 | 없음(공시자료 활용) | 감정평가 수수료 상속인 부담 |
| 향후 양도 시 | 취득가액 낮아 양도세 부담 커질 수 있음 | 취득가액 확보로 양도세 절감 가능 |
사전 감정평가를 받는다고 세금이 항상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감정평가액이 국세청이 인정하는 시가의 100분의 90에 미달하면, 세무서장이 다른 감정기관에 재의뢰해 그 가액으로 경정할 수 있다.
꼬마빌딩·상가 상속세는 신고 시점의 세부담만이 아니라, 신고 이후 국세청이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기준시가 신고와 사전 감정평가 신고 중 무엇이 유리한지는 물건의 시가·기준시가 격차, 향후 처분 계획, 상속인 간 분할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개별 물건의 구체적인 판단은 세무 전문가의 확인을 거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