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통지서를 받아 들면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왜 하필 우리 법인인가"다. 신고를 성실하게 해왔다고 믿어온 법인일수록 그 의문은 커진다. 2026년 4월, 감사원이 국세청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의문에 근거가 실렸다. 국세청이 법인 성실도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특정 항목의 점수를 잘못 입력해, 120개 법인이 불성실 신고 혐의로 정기 세무조사 대상에 부당하게 선정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미 세무조사를 받고 세금까지 낸 법인이라면 감사원 지적을 근거로 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감사원 지적 자체는 개별 처분을 취소하지 않지만 그 지적이 뒷받침하는 사실관계를 경정청구나 조세불복 절차에 제대로 얹으면 환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는 국세청 내부 시스템의 오류를 확인해 준 것일 뿐, 특정 법인의 과세처분을 자동으로 취소하거나 세금을 돌려주는 효력이 없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6이 정한 정기선정 사유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본인 법인 기준으로 입증하고, 그 위에서 경정청구나 조세불복을 진행해야 실제 환급으로 이어진다.
정기 세무조사 대상은 어떻게 정해지고, 이번에 무엇이 잘못됐나
국세기본법 제81조의6은 세무조사 대상자를 정기적으로 선정하는 기준을 정하고 있다. 연간 수입금액 2,000억 원 이상인 법인은 5년 주기로 순환조사 대상이 되고, 그 외 대부분의 법인은 신고성실도 분석 결과에 따라 선정된다. 신고성실도는 법인세·부가가치세·원천세 신고 상황과 세원정보를 반영해 전산시스템이 항목별로 점수를 매기고, 점수가 낮을수록 불성실 혐의가 있다고 보아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다.
감사원이 2026년 4월 27일 공개한 국세청 정기감사 결과는 이 전산 채점 과정 자체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 국세청은 2022·2023 사업연도 법인 성실도를 평가하면서 특정 유형에 속한 법인 수천 곳의 일부 평가항목 기본점수(18점에서 32점 사이)를 0점으로 잘못 처리했다. 점수가 누락된 법인은 실제보다 성실도가 낮게 나왔고, 그 결과 2024년 30곳, 2025년 90곳, 총 120개 법인이 불성실 신고 혐의로 정기 세무조사 대상에 잘못 선정됐다. 감사원은 이를 단순한 전산 오류로 보지 않고 세무조사 대상 선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문제로 규정하며, 국세청에 주의 11건과 통보 12건 등 총 23건의 조치를 요구했다.
성실도 점수가 정상적으로 산정됐다면 애초에 조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을 법인이, 점수 오류 때문에 불성실 혐의가 있는 것처럼 분류돼 조사를 받고 세금을 추징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7에 따라 세무공무원은 조사를 시작하기 전 조사대상 세목, 조사기간과 함께 조사 사유를 통지해야 한다. 본인이 받은 세무조사 사전통지서에 "신고성실도 분석 결과에 따른 정기선정"이라고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이다.
감사원 지적과 조세불복은 무엇이 다른가
감사원 감사는 국세청이라는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내부통제·직무감찰 절차다. 감사원은 국세청에 잘못을 시정하라고 요구할 권한은 있지만, 특정 법인에 내려진 과세처분을 직접 취소하거나 세금을 돌려줄 권한은 없다. 개별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절차는 따로 있다. 경정청구,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행정소송이 그것이며, 이 절차들은 납세자 본인이 직접 청구해야 시작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 구분 | 감사원 감사 | 경정청구·조세불복 |
|---|---|---|
| 성격 | 행정기관에 대한 내부통제·직무감찰 | 납세자가 자신의 처분을 다투는 권리구제 |
| 판단 주체 | 감사원 | 세무서장·국세청장, 조세심판원, 법원 |
| 효력 | 국세청에 주의·통보 등 시정 조치 | 인용 시 처분 취소 또는 세액 경정 |
| 개별 환급 | 직접 발생하지 않음 | 인용 결정 시 환급 발생 |
| 청구 주체 | 없음(감사원 직권 감사) | 납세자 본인 |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이 정한 세무조사 대상 선정사유가 없었음에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과세자료를 모으고 그 자료로 과세처분을 한 경우, 적법절차 원칙을 어긴 것으로 보아 과세처분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해왔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911 판결). 부정한 목적으로 이뤄진 세무조사에 의해 수집된 과세자료를 기초로 한 과세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본 판례도 있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두47659 판결). 허용되지 않는 중복조사에 기한 부과처분을 위법하다고 본 판례(대법원 2006. 6. 2. 선고 2004두12070 판결)도 같은 흐름이다. 감사원이 확인한 점수 오류는 이 판례들이 말하는 선정사유의 부존재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판결이나 결정은 아니다. 본인 법인의 사례에 맞춰 경정청구나 불복 절차 안에서 다시 주장하고 입증해야 하는 이유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언론에 보도됐다고 해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이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3개월 이내)에 자동으로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25조의2가 열거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는 판결에 의해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 소득의 귀속자가 달라진 경우 등으로 제한적으로 해석되며, 다른 행정기관의 감사 지적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한만 붙잡고 후발적 경정청구를 준비하다가는 정작 유효한 통상적 경정청구나 불복 기한을 놓칠 수 있다.
경정청구와 불복, 언제 어느 쪽을 선택해야 유리한가
세무조사를 이미 받고 세금까지 납부한 법인이 취할 수 있는 경로는 처분 이후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에 따라 갈린다. 첫째,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서면통지나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상태라면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세금을 실제로 내기 전 단계에서 선정사유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어 되돌릴 여지가 가장 크다. 둘째, 이미 고지서를 받았고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 심판청구, 행정소송으로 정식 불복을 밟는 것이 정공법이다. 절차적 위법성을 정면으로 다투는 구조여서 선정사유 부존재 주장이 가장 온전하게 심리된다. 셋째, 90일이 지나 정식 불복이 막혔더라도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이내라면 통상적 경정청구로 다시 다툴 수 있다(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다만 경정청구는 원래 세액 계산의 오류를 시정하기 위한 제도이지, 절차적 위법성을 다투기 위해 설계된 제도는 아니다. 과세관청이 선정 절차의 하자는 경정청구 사유가 아니라며 거부할 가능성이 있고, 그 거부처분에 대해 다시 이의신청이나 심판청구로 불복해야 하는 이중 절차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5년이라는 기한 안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정공법이라는 점에서, 거부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시도할 실익이 있다.
| 경과 시점 | 수단 | 청구기한 | 근거조문 |
|---|---|---|---|
| 세무조사 결과통지 후 | 과세전적부심사 |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
| 고지서(처분) 수령 후 |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행정소송 |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 국세기본법 제55조·제61조 |
| 90일 경과 후 | 통상적 경정청구 | 법정신고기한 경과 후 5년 |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
| 열거된 사유 발생 시 | 후발적 경정청구 | 사유 발생을 안 날부터 3개월 |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
실제 사례로 계산해보는 환급 가능액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를 단순화하면 이렇다. 연 매출 320억 원 규모의 제조업 법인 A사는 2022 사업연도 성실도 평가에서 감사원이 지적한 유형에 속했고, 특정 평가항목 24점이 0점으로 처리되면서 성실도 순위가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2024년 정기 세무조사 대상에 선정됐고, 조사 과정에서 접대비 손금불산입 누락과 가지급금 인정이자 미계상이 적출돼 법인세 본세 2억 4,000만 원, 과소신고가산세(10%) 2,400만 원, 납부지연가산세(연 8.03%, 180일 기준) 약 950만 원, 합계 2억 7,350만 원을 추징당했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온 뒤 A사는 자사 업종이 지적된 유형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국세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성실도 평가 원표를 받아봤다. 누락된 24점을 반영해 다시 계산하니 성실도 순위가 상위 40%대로 올라갔고, 애초에 정기선정 기준이 되는 하위 구간에 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세무조사 결과통지를 받은 지 이미 90일이 지난 상태라 이의신청이나 심판청구 같은 정식 불복은 어려웠지만, 법정신고기한(2023년 3월 31일)으로부터 5년 이내였으므로 통상적 경정청구로 다툴 수 있는 상황이었다.
| 항목 | 금액 |
|---|---|
| 법인세 본세 | 2억 4,000만 원 |
| 과소신고가산세(10%) | 2,400만 원 |
| 납부지연가산세(약 180일) | 950만 원 |
| 추징세액 합계 | 2억 7,350만 원 |
| 국세환급가산금(연 3.1%, 약 1년분) | 848만 원 |
| 경정청구 인용 시 총 환급액 | 약 2억 8,198만 원 |
경정청구가 인용되면 본세와 가산세 2억 7,350만 원 전액이 환급 대상이 되고, 여기에 국세기본법 시행규칙 제19조의3이 정한 국세환급가산금(2026년 기준 연 1천분의 31, 연 3.1%)이 납부일부터 인용결정일까지 가산된다. 납부 후 인용까지 1년이 걸렸다고 가정하면 환급가산금은 약 848만 원이 더해져 총 환급액은 약 2억 8,198만 원에 이른다. 경정청구가 받아들여지기까지는 통상 2~3개월 이상 걸리므로, 서류 준비와 청구는 가능한 한 서둘러야 실제 환급 시점도 앞당길 수 있다.
감사원의 지적은 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그 지적을 근거로 본인 법인의 선정사유 부존재를 직접 입증해야 환급이 시작된다.
법정신고기한으로부터 5년,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이라는 두 기한 중 어느 것도 지나지 않았다면 아직 손을 쓸 여지가 남아 있다. 정보공개청구로 본인 법인의 성실도 평가 원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모든 절차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