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상가 건물 우편함에 부가가치세 예정고지서가 도착했다면 대부분은 별 고민 없이 고지된 금액을 낸다. 하지만 올해 7월부터 한 층이 공실로 비었거나 임차인 요청으로 임대료를 낮춰줬다면, 고지서에 적힌 금액이 실제 낼 세금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예정고지 대신 예정신고를 선택해 실제 매출 기준으로 세액을 다시 계산해 낼 수 있다. 문제는 아무나 예정신고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법이 정한 요건이 있다는 점이다. 이 글은 상가 임대사업자가 10월 예정고지서를 받았을 때 그대로 낼지, 예정신고로 전환할지를 2026년 기준으로 어떻게 판단하는지 정리한다.
직전 6개월 대비 이번 분기(7~9월) 임대매출·세액이 3분의 1 미만으로 줄었거나, 리모델링 등으로 매입세액이 크게 늘어난 경우가 아니라면 예정고지 그대로 납부하는 편이 낫습니다.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 예정신고를 선택하면 신고 부담과 세무대리 비용만 늘어납니다.
부가세 예정고지서, 상가 임대사업자에게 어떤 의미인가
예정고지서는 관할 세무서가 직전 과세기간에 낸 부가가치세의 절반을 미리 걷어가는 통지서다. 상가건물을 임대하는 개인 일반과세자와 직전 과세기간 공급가액이 1억 5천만원 미만인 소규모 법인사업자가 대상이며, 별도로 신고할 필요 없이 국세청이 계산한 금액을 정해진 기한까지 납부하면 된다.
예정고지 대상과 산정 방식
2026년 2기 예정고지 세액은 2026년 1~6월(직전 과세기간)에 확정신고로 납부한 세액의 50%다. 세무서는 이 금액을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 고지서로 발송하고, 납부기한은 원래 10월 25일이지만 2026년에는 25일이 일요일이라 10월 26일(월)까지로 미뤄진다. 이 금액이 50만원 미만이면 고지 자체가 생략되고, 다음 확정신고(2027년 1월) 때 한꺼번에 정산한다.
상가 임대료의 간주임대료도 포함되는가
임대보증금이 있는 상가라면 월세뿐 아니라 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료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들어간다. 2026년 기준 간주임대료는 '임대보증금 × 정기예금이자율(연 3.1%) × 과세대상기간의 일수 ÷ 365'로 계산한다. 직전 과세기간에 낸 세액에는 이 간주임대료분 부가세도 이미 포함돼 있으므로, 예정고지 금액에도 그만큼 반영돼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예정고지와 예정신고, 무엇이 다른가
둘의 차이는 세액을 누가 계산하느냐에 있다. 예정고지는 국세청이 과거 실적으로 절반을 계산해 통보하고, 예정신고는 사업자가 이번 분기 실제 매출과 매입을 직접 신고서로 작성해 제출한다. 요건을 충족해 예정신고를 하면 그 신고가 우선하고, 이미 발송된 예정고지 세액은 없었던 것으로 처리된다.
| 구분 | 예정고지 | 예정신고 |
|---|---|---|
| 계산 기준 | 직전 6개월 납부세액의 50% | 이번 분기(7~9월) 실제 매출·매입 |
| 신고 의무 | 없음 (고지서 납부만) | 있음 (홈택스 신고서 제출) |
| 대상 | 개인 일반과세자, 소규모 법인 | 사업 부진자, 조기환급 신청자 |
| 실제보다 많이 낸 경우 | 과다분은 확정신고에서 정산 | 실제 세액만 납부 |
| 세무대리 비용 | 없음 | 신고 대행 시 별도 발생 가능 |
예정신고를 선택할 수 있는 상가 임대사업자의 조건
예정신고는 아무나 고를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이 정한 두 가지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첫째, 사업 부진이다. 이번 예정신고기간(7~9월)의 공급가액이나 납부세액이 직전 과세기간의 3분의 1에 미달하는 경우다. 공실이 늘었거나 임대료를 깎아준 상가 임대사업자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조기환급 사유다. 상가를 리모델링하거나 새 임차인을 들이며 인테리어 공사를 발주해 매입세액이 매출세액보다 커진 경우, 예정신고로 조기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하면 예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15일 이내에 환급받는다.
실무에서는 "올해 매출이 좀 줄었으니까"라는 이유만으로 예정신고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준은 '3분의 1 미만'이라는 구체적 수치다. 직전 세액이 540만원이라면 3분기 세액이 180만원 미만이어야 요건을 충족한다. 애매하게 줄어든 정도라면 예정고지 그대로 납부하는 게 낫다. 또 하나, 간주임대료가 있는 상가는 예정신고를 할 때도 이번 분기 보증금·일수 기준으로 간주임대료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 월세분만 신고하고 간주임대료를 빠뜨리면 과소신고가산세 대상이 된다.
실제 계산으로 보는 판단 기준
서초구에서 3개 호실을 임대하는 개인 일반과세자 사례로 보자.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유형이다.
| 구분 | 2026년 1~6월 (직전 과세기간) | 2026년 7~9월 (3분기) |
|---|---|---|
| 임대 현황 | 3개 호실 모두 임대, 호실당 월 300만원 | 2개 호실 공실, 1개 호실만 임대 |
| 임대료 매출 | 5,400만원 | 900만원 |
| 부가가치세(10%) | 540만원 | 90만원 |
직전 6개월 세액 540만원의 3분의 1은 180만원이다. 3분기 실제 세액 90만원은 이 기준보다 적으므로 사업 부진 요건을 충족한다. 예정고지대로라면 540만원의 50%인 270만원을 내야 하지만, 예정신고로 전환하면 90만원만 내면 된다. 차액 180만원은 12월까지 임대인 손에 남는 돈과 세무서에 미리 내는 돈의 차이다.
이 돈이 나중에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예정고지대로 270만원을 냈어도 내년 1월 확정신고 때 기납부세액으로 빼주기 때문에 이중으로 걷히지 않는다. 다만 공실로 임대수입이 줄어든 석 달 동안 180만원을 세무서에 먼저 맡겨두는 셈이 되고, 그 사이 재산세나 관리비 같은 다른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체감 부담이 다르다.
판단 기준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번 분기 임대매출이 직전 6개월 평균의 3분의 1 밑으로 떨어졌거나 공사비 지출로 매입세액이 커졌다면 예정신고, 그 정도가 아니라면 예정고지 그대로 납부가 낫다.
예정고지는 편의를 위한 제도지, 정답이 아닙니다.
예정고지서는 지난 실적을 기준으로 자동 계산된 금액일 뿐, 이번 분기 사정을 반영하지 않는다. 공실이나 임대료 조정이 있었던 상가 임대사업자라면 고지서를 받자마자 납부하기 전에 3분기 실적부터 계산해보는 게 순서다. 건물 관리와 세무 판단을 함께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임대차 운영 데이터를 꾸준히 정리해 두는 것이 다음 예정신고 때도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