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인 부모가 전세를 낀 아파트를 자녀에게 물려줄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부담부증여다. 전세보증금만큼 채무로 인정받아 증여재산가액에서 빼고, 그 채무액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내는 구조라 단순증여보다 세부담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신고할 때가 아니라 그 이후다. 국세청은 신고서를 받아준 뒤에도 자녀가 정말 그 채무를 인수했는지, 실제로 갚을 능력과 의사가 있었는지를 몇 년에 걸쳐 사후관리한다.
이 사후관리 과정에서 채무 인수가 부인되면 전세보증금 금액이 그대로 증여재산가액에 합산되면서 증여세가 다시 계산된다. 반면 이미 낸 양도소득세는 저절로 없어지지 않고 별도 절차를 거쳐야 돌려받을 수 있다. 증여세는 더 내야 하는데 양도세는 즉시 상쇄되지 않는 시차가 생기는 셈이다. 이 글은 시가 12억원 아파트, 전세보증금 6억원을 예로 들어 채무 인수가 인정될 때와 부인될 때 세금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 그 차이가 어디서 벌어지는지를 숫자로 짚는다.
채무 인수가 부인되면 증여세 과세표준이 통째로 뛰면서 세율 구간까지 올라가 증여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반면 이미 낸 양도소득세는 자동 정산되지 않고 경정청구라는 별도 절차와 3개월 기한 안에서만 돌려받을 수 있어, 두 세금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함정이다.
부담부증여, 전세보증금이 왜 양도소득세 대상이 되는가
부담부증여에서 전세보증금이 양도소득세 대상이 되는 이유는 세법이 채무 인수를 유상 이전으로 보기 때문이다. 소득세법 제88조는 양도를 "자산이 유상으로 사실상 이전되는 것"으로 정의하는데, 자녀가 부모의 전세보증금 반환 의무를 대신 떠안는 순간 그 금액만큼은 부모가 대가를 받고 자산을 넘긴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가 생긴다. 그래서 아파트 시가 중 채무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유상양도로 보아 부모에게 양도소득세를 매기고, 채무를 뺀 나머지 순수 증여분에만 증여세를 매긴다.
같은 아파트라도 부담부증여로 넘기면 증여세 과세표준 자체가 채무액만큼 줄어드는 대신, 그 줄어든 부분이 고스란히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으로 옮겨간다. 세금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세목이 나뉘는 구조다. 다주택자 부모라면 이 양도소득세 부분에 다주택 중과세율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 단순증여와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이다.
전세보증금이 채무로 인정받는 조건과 국세청이 인수를 부인하는 전형적 패턴
전세보증금이 부담부증여의 채무로 인정받으려면 우선 그 채무가 실재해야 한다. 상속세및증여세법 시행령 제10조는 국가·지방자치단체·금융회사가 아닌 채무는 채무부담계약서, 채권자확인서, 담보설정 및 이자지급 증빙 등으로 사실을 확인하도록 정한다. 임대차계약서와 확정일자, 임차인의 실제 전입 사실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까지는 서류만 갖추면 대체로 넘어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7조 제3항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재산을 무상 또는 현저히 낮은 대가로 이전하면서 그 재산에 담보된 채무를 수증자가 인수한 경우, 그 채무액은 인수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못박는다. 부모 자식 사이의 채무 인수는 일단 의심부터 하고 시작하는 셈이라, 인수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국세청이 아니라 자녀 쪽에 넘어온다. 이 추정을 뒤집으려면 자녀에게 실제로 그 채무를 갚을 소득과 재산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이후 보증금을 반환할 때 실제 자금이 자녀 본인에게서 나갔다는 점까지 보여야 한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는 사회초년생이거나 아직 소득이 없는 자녀에게 전세 낀 아파트를 부담부증여하는 경우다. 신고 자체는 접수되지만, 몇 년 뒤 세무조사나 사후관리 과정에서 자녀의 근로소득이나 금융자산이 전세보증금 6억원을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이 드러나면 채무 인수 전체가 부인된다. 또 하나 흔한 함정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어 실제로 보증금을 반환하는 시점이다. 이때 자녀 명의 계좌가 아니라 부모 계좌에서 임차인에게 직접 돈이 나간 정황이 확인되면, "애초에 자녀가 갚은 게 아니었다"는 근거로 채무 인수가 뒤늦게 부인되는 경우가 실무에서 반복된다.
채무 인수가 인정될 때와 부인될 때, 세금은 정확히 얼마나 벌어지는가
시가 12억원 아파트, 전세보증금 6억원, 부모의 취득가액 5억원(10년 이상 보유), 3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아파트를 자녀에게 부담부증여한다고 가정해보자. 자녀는 성년이고 10년 내 다른 증여를 받은 적이 없어 증여재산공제 5천만원을 그대로 쓸 수 있다.
| 구분 | 과세표준 | 세율 · 누진공제 |
|---|---|---|
| 1억원 이하 | - | 10% |
|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 - | 20% · 1,000만원 |
|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 5억5천만원 구간 | 30% · 6,000만원 |
|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 11억5천만원 구간 | 40% · 1억6,000만원 |
| 30억원 초과 | - | 50% · 4억6,000만원 |
채무 인수가 인정되면 증여재산가액은 12억원에서 채무 6억원을 뺀 6억원이 되고, 공제 5천만원을 제하면 과세표준은 5억5천만원으로 30% 세율 구간에 들어간다. 산출세액은 5억5천만원×30%-6,000만원=1억500만원이고, 기한 내 신고에 따른 세액공제 3%를 적용하면 최종 납부세액은 1억185만원이다. 채무액 6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양도가액 6억원(시가의 채무비율만큼), 취득가액 2억5천만원(취득가액의 채무비율만큼)으로 계산돼 양도차익 3억5천만원이 나온다. 3주택 이상 조정대상지역 중과 대상이라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배제되고,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과세표준 3억4,750만원에 기본세율 40%+중과 30%p를 더한 70%를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2억1,731만원, 지방소득세 10%를 더하면 총 2억3,904만원이다. 증여세와 양도세를 합치면 3억4,089만원이 정상적인 부담부증여의 총 세부담이다.
채무 인수가 부인되면 계산 방식 자체가 바뀐다. 증여재산가액은 채무를 빼지 않은 12억원 전액이 되고, 공제 5천만원을 뺀 과세표준은 11억5천만원으로 40% 구간에 진입한다. 산출세액은 11억5천만원×40%-1억6,000만원=3억원이다. 국세청이 사후관리로 경정하는 세액에는 신고세액공제가 새로 붙지 않으므로, 최초 신고분에 이미 적용된 공제 315만원만 유지되고 나머지 차액에는 공제가 없다. 결정세액은 2억9,685만원, 여기서 이미 낸 1억185만원을 빼면 추가로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1억9,500만원이다. 여기에 과소신고가산세 10%(1,950만원)와 미납 기간에 비례한 납부지연가산세(1일 10만분의22, 연 약 8.03%)가 별도로 붙는다. 반면 채무 인수가 애초에 성립하지 않았다는 논리이므로 이미 낸 양도소득세 2억3,904만원은 과세 대상이 아니었던 셈이 되지만, 국세청이 알아서 돌려주지 않는다.
| 구분 | 채무 인수 인정 | 채무 인수 불인정 |
|---|---|---|
| 증여세 과세표준 | 5억5,000만원 | 11억5,000만원 |
| 증여세 납부액 | 1억185만원 | 2억9,685만원(결정세액) |
| 추가로 낼 증여세 | 없음 | 1억9,500만원 + 가산세 |
| 이미 낸 양도세 2억3,904만원 | 정상 세부담으로 확정 | 경정청구로만 환급 가능(3개월 기한) |
채무 인수 부인으로 인한 양도소득세 경정청구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의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다뤄지는 것이 실무 관행이며, 그 사유를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정당하게 돌려받아야 할 양도세조차 환급받지 못할 수 있어, 증여세 추징 통지를 받는 즉시 기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채무 인수를 인정받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채무 인수를 인정받는 데 필요한 준비는 신고 시점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임대차계약서와 확정일자로 보증금 채무의 실재성을 먼저 갖추고, 그 채무를 자녀가 실제로 감당할 수 있다는 근거를 소득·재산 자료로 쌓아야 한다. 증여세 신고서에는 부담부증여 사실과 채무 내역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국세청이 처음부터 채무 구조를 인지하도록 하는 편이 이후 소명 부담을 줄인다. 여기까지는 신고 전 준비이고, 진짜 관리는 계약이 끝나 보증금을 반환하는 시점까지 이어진다.
다주택자 부모라면 채무 인수 인정 여부와 별개로, 양도소득세 자체가 중과세율로 계산된다는 점도 함께 따져야 한다. 채무 인수가 문제없이 인정되더라도 3주택 이상 조정대상지역 주택은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배제된 채로 최고 68~75%대 세율이 적용되므로, 부담부증여가 항상 단순증여보다 유리한 것은 아니다. 채무 비율이 높을수록 양도세 부담이 커지므로, 전세보증금 비중이 시가의 절반을 넘는 경우라면 단순증여와 세부담을 나란히 비교해본 뒤 결정하는 편이 안전하다.
채무 인수가 부인되는 순간 증여세는 즉시 늘고, 양도세 환급은 기한이 있는 별도 절차로 넘어간다.
부담부증여는 설계 단계의 세율 비교보다, 신고 이후 몇 년간 이어지는 사후관리를 버텨낼 수 있는지가 실제 세부담을 가른다. 전세보증금 비중이 크거나 자녀의 상환 능력을 서류로 뒷받침하기 애매한 상황이라면, 신고 전에 채무 인수 요건을 세무사와 함께 점검해두는 편이 사후에 증여세와 가산세를 한꺼번에 떠안는 상황을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