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한 자리에서 10년 넘게 영업해왔다면, 임대인은 이제 계약갱신을 요구받아도 별다른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있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 계약을 포함해 전체 임대차 기간이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갱신을 거절했다고 해서 임차인이 새 임차인에게 넘기려던 권리금까지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담 현장에서는 "10년 지났으니 권리금도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오해하는 건물주가 적지 않고, 그 오해 때문에 신규임차인 주선을 거절했다가 손해배상 소송에 걸리는 사례를 자주 봅니다.
계약갱신요구권(10년 상한)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근거 조문과 존속기간이 다른 별개의 제도입니다. 10년이 지나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법정 8가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임대인은 신규임차인을 통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계약갱신요구권 10년, 무엇을 세고 언제 끝나는가
계약갱신요구권의 10년은 임차인이 실제로 영업한 기간이 아니라 임대차 계약이 유지된 전체 기간을 기준으로 셉니다. 최초 계약 체결일부터 시작해 갱신을 거듭한 기간을 모두 합산하고, 합산 기간이 10년을 넘어서는 시점부터는 임대인이 갱신 요구를 거절해도 법 위반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2016년 3월에 2년 계약으로 시작해 이후 2년 단위로 네 차례 갱신했다면, 2026년 3월이 전체 임대차기간 10년째가 되는 시점입니다. 시점 이후에 들어오는 갱신 요구부터는 임대인이 재건축 계획이나 연체 같은 사유를 따로 대지 않아도 거절할 수 있습니다.
10년 상한은 원래 5년이었다가 2018년 10월 개정으로 확대됐습니다. 계약 체결 시점과 그 사이의 갱신 이력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면, 계약서와 갱신 이력을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0년 경과로 인한 거절과 법정 8가지 사유로 인한 거절, 결과가 다르다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근거는 두 갈래로 나뉘고, 어느 쪽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권리금 문제의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은 3기 차임 연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 임대인 동의 없는 전대, 고의·중과실 파손, 건물 멸실, 철거·재건축 필요, 그 밖에 임차인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 등 8가지 사유를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유로 갱신을 거절하면 임차인 쪽에 귀책이 있다고 보고,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도 원칙적으로 함께 사라집니다. 반면 제10조 제2항이 정한 전체 임대차기간 10년 초과는 임차인의 잘못이 아니라 기간이 다 됐을 뿐이므로 조문 자체가 다릅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규정한 제10조의4 단서는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만 예외로 두고 있고, 제2항의 기간 경과는 여기 포함되지 않습니다.
| 거절 사유 | 근거 조항 | 갱신 거절 | 권리금 보호의무 |
|---|---|---|---|
| 3기 연체·부정임차·무단전대·고의파손·멸실 등 법정 사유 | 제10조 제1항 각 호 | 가능 | 원칙적으로 없음 |
| 전체 임대차기간 10년 경과 (사유 불문) | 제10조 제2항 | 가능 | 있음(유지) |
| 철거·재건축 필요 (제1항 제7호) | 제10조 제1항 제7호 | 가능 | 원칙적 없음, 재건축 미이행 시 배상책임 주의 |
그래도 권리금은 왜 줘야 하나 — 대법원이 갈라놓은 두 제도
10년이 지나 갱신요구권이 사라져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가 남는 이유는, 두 제도가 지키려는 대상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2019년 5월 16일 선고한 2017다225312, 225329 판결에서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취지와 근거가 다른 별개의 제도라고 판단하고,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넘어 갱신요구권이 소멸한 사안에서도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인정했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지위 자체를 보호합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임차인이 그 자리에서 쌓은 단골, 인테리어, 영업 노하우 같은 유무형 가치를 새 임차인에게 넘기고 대가를 받을 기회를 보호합니다.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해 영업 지위는 끝나더라도, 그 자리에서 쌓아온 가치를 회수할 기회까지 없앨 이유는 없다는 논리입니다.
판단 기준은 단순합니다.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는 근거가 '기간 만료'인지 '임차인 귀책 사유'인지를 먼저 가리면 됩니다. 기간 만료라면 권리금 보호의무는 그대로 남고,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를 하나 들면, 1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해온 임차인이 신규임차인과 권리금 8,000만원에 계약을 맺고 임대인에게 이를 알렸는데, 임대인이 "어차피 계약갱신도 안 해줄 건데 새 임차인과 계약할 필요 없다"며 거절한 사례가 있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 감정 결과 해당 상가의 적정 권리금이 7,000만원으로 평가됐고, 손해배상액은 계약액과 감정액 중 낮은 금액인 7,000만원을 기준으로 산정됐습니다. 갱신을 안 해줘도 된다는 판단은 맞았지만, 신규임차인과의 계약 자체를 막은 행위가 별도로 손해배상 책임을 만든 셈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지점 — 권리금 보호의무가 없어지는 예외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법정 8가지 거절사유 외에도 몇 가지 경우에는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습니다.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보증금이나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그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 임대인이 이미 다른 신규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걸리는 지점은 철거·재건축 사유입니다. 이 사유로 갱신을 거절하면 권리금 보호의무도 원칙적으로 함께 없어지지만, 실제로 재건축 공사에 착수하지 않거나 철거를 이유로 명도받은 뒤 다른 임차인을 들이는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재건축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실행되지 않은 채 임대인이 새 영업을 시작한 경우, 재건축을 빙자한 갱신거절로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단이 나온 사례들이 있습니다.
철거·재건축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계획이라면, 인허가 진행 상황과 착공 일정을 서면으로 남겨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재건축 계획 없이 명목상 사유만 내세운 경우로 판단되면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계약갱신 거절은 임대인의 권리지만, 권리금 회수 방해는 별개의 책임입니다.
임대차 계약의 시작일과 갱신 이력을 정리해두면 10년 도래 시점과 권리금 리스크를 미리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안택스 에셋은 임대차 계약 이력 점검부터 명도·권리금 분쟁 대응까지 건물 운용 과정에서 함께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