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안 돼서 더는 못 버티겠습니다. 이번 달까지만 하고 계약을 해지해 주세요." 계약 만료가 1년 넘게 남은 상가 임차인에게서 이런 연락을 받으면 건물주는 두 가지가 동시에 걱정됩니다. 남은 월세는 받을 수 있는지, 받지 못한다면 공실 기간의 손해는 누가 지는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폐업은 임차인의 법정 해지 사유가 아닙니다. 해지권 유보 특약이 없고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계약은 만기까지 살아 있고, 남은 기간의 월세 청구권도 유지됩니다. 다만 실제 회수 가능한 금액은 남은 기간 전체가 아니라 신규 임차인이 들어올 때까지의 공실 기간에 가깝게 수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래에서 법적 근거, 청구 가능한 항목, 2026년 기준 금액 계산, 대응 순서를 차례로 짚습니다. 임대차 계약서 원문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지점은 그 자리에서 표시했습니다.
임차인의 폐업 통보만으로 계약은 끝나지 않으며 남은 월세는 청구 가능합니다. 다만 협상과 소송에서 실제로 인정되는 금액은 공실 기간 차임과 중개보수 실비 중심이므로, 서면 합의와 신규 임차인 주선으로 손해를 확정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폐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이 계약을 중도에 끝낼 수 있나
끝낼 수 없습니다. 기간을 정한 임대차는 양쪽 모두 만기까지 계약을 지킬 의무가 있고, 중도 해지는 계약서에 해지권을 미리 남겨둔 경우(민법 제636조)에만 가능합니다. 장사가 안 된다는 사정은 임차인의 영업 위험이지 건물주의 귀책이 아닙니다.
해지권 유보 특약이 있는 경우
계약서에 "임차인은 계약기간 중 3개월 전 통보로 해지할 수 있다"류의 조항이 있으면 통고 후 3개월이 지나 계약이 끝납니다(민법 제635조 제2항). 이때는 남은 기간 월세 전부가 아니라 통고 후 3개월분까지가 임차인의 부담선입니다. 특약이 위약금 조항과 함께 있으면 위약금도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법정 해지권이 생기는 예외
감염병 예방법상 집합 제한·금지 조치를 총 3개월 이상 받아 경제 사정이 중대하게 변동되어 폐업한 경우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에 따라 임차인이 해지할 수 있고, 통고 후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깁니다. 일반적인 매출 부진, 상권 침체, 인건비 상승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남은 월세와 위약금, 건물주는 무엇을 청구할 수 있나
청구 가능한 항목은 네 가지이고, 인정 가능성은 항목마다 다릅니다.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발생한 차임은 채권이라 청구할 수 있고, 위약금은 계약서에 특약이 있을 때만 다툴 수 있습니다.
| 청구 항목 | 근거 | 실무상 인정 가능성 |
|---|---|---|
| 밀린 월세·관리비 | 임대차계약 본체(차임 채권) | 높음 — 보증금에서 우선 충당 |
| 남은 기간 월세 | 계약 존속 시 차임 채권 | 중간 — 명도 후엔 임대 노력 여부가 변수 |
| 위약금 | 계약서 특약(손해배상 예정) | 특약 문구 따라 — 과다하면 감액(민법 제398조 제2항) |
| 원상복구·공실 중개비 | 원상복구 특약, 실제 지출 영수증 | 높음 — 영수증·견적으로 입증 가능한 범위 |
남은 기간 월세가 "중간"인 이유는 명도(임차인이 건물을 비워 돌려주는 것) 이후 상황 때문입니다. 임차인이 열쇠를 두고 나간 뒤 건물주가 신규 임대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월세만 쌓아 청구하면, 법원이 신의칙을 들어 청구액을 줄일 여지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노력해야 하는지는 사안별 판단이므로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위약금은 문구가 관건입니다. "잔여 기간 차임의 30%를 위약금으로 한다"처럼 손해배상 예정으로 읽히면 실손해가 더 커도 추가 청구가 어렵고, 예정액이 지나치게 크면 감액됩니다. 위약금과 별도로 실손해를 청구하려면 "위약금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어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실제 금액으로 계산하면 합의와 소송 중 어느 쪽이 유리한가
합의해지가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강남권 근린상가 1층 카페를 가정해 보겠습니다(2026년 기준). 월세 300만 원, 보증금 3,000만 원, 남은 계약 기간 14개월, 신규 임차인 입주까지 공실 3개월 예상입니다.
| 구분 | 합의해지 | 계약 존속 주장 |
|---|---|---|
| 차임 부분 | 공실 3개월 × 300만 = 900만 원 | 잔여 14개월 × 300만 = 4,200만 원 |
| 중개보수 | 약 297만 원(환산보증금 3억 3,000만 원 × 0.9%) | 별도 청구 곤란, 신규 임대 시 실비만 |
| 청구 총액 | 약 1,197만 원 | 4,200만 원(이론상 최대) |
| 보증금 3,000만 원 충당 후 | 반환 약 1,803만 원 | 부족분 1,200만 원 추가 청구 필요 |
| 회수 속도·비용 | 합의서 작성 후 즉시 정산 | 소송·집행 수개월 이상, 소송비용 발생 |
환산보증금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300만 원 × 100을 더한 3억 3,000만 원이고, 상가 중개보수 상한 요율 0.9%를 적용하면 297만 원입니다. 요율은 협의 대상이므로 실제 금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4,200만 원은 "이론상 최대"입니다. 명도 이후 신규 임대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인정 폭이 줄어들 수 있고, 새 임차인이 2개월 만에 들어오면 손해 자체가 작아집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자력이 없으면 청구권이 있어도 받지 못합니다. 보증금 3,000만 원은 월세 10개월분이라, 공실이 10개월 안쪽이면 보증금 안에서 정산이 끝납니다.
조건별 판단 기준
- 남은 기간이 6개월 이하이고 임차인 자력이 충분하면 존속 주장으로 끝까지 받는 편이 남는 장사입니다. 공실 예상 기간과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 남은 기간이 1년 안팎이고 업종이 특수해 신규 임차인 구하기가 어려우면 위약금·공실 실비 선의 합의가 낫습니다. 소송 기간 동안 건물이 묶이는 손해가 더 큽니다.
- 보증금이 월세 6개월분 이하로 낮고 임차인 재산이 불투명하면 더 서둘러 합의하고, 미납이 쌓이기 전에 정산해야 합니다.
폐업 통보를 받았을 때 건물주가 밟아야 할 순서와 흔한 함정
서면으로 조건을 확정하는 것이 순서의 시작입니다. 전화나 문자로 오간 "그럼 그렇게 하시죠"는 나중에 해지 합의의 증거가 될 수도, 증거가 못 될 수도 있어 위험합니다.
1단계: 통보 접수와 계약서 확인
임차인에게 폐업 예정일과 해지 요구 사유를 문서로 받고, 계약서에서 세 가지를 확인합니다. 해지권 유보 특약, 위약금 조항, 원상복구 범위입니다. 세 조항의 유무가 이후 협상 금액의 상한과 하한을 정합니다.
2단계: 신규 임차인 주선 조건 협의
공실 손해를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임차인이 직접 후임을 데려오게 하는 것입니다. 임차인이 권리금 회수를 위해 후임을 주선하면 건물주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습니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반대로 건물주에게는 후임의 자력과 영업 의사를 확인할 권한이 있습니다. 후임이 확정되면 "임차인 교체" 형태로 계약을 넘기는 편이 위약금 다툼보다 깔끔합니다.
3단계: 합의서 작성과 정산
합의서에는 해지일, 명도일, 공실 차임·중개보수 부담 범위, 원상복구 범위, 보증금 정산일을 적습니다. 해지일이 빠지면 월세 발생 시점이 다시 분쟁이 됩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함정입니다. 임차인이 열쇠를 우편함에 넣고 연락을 끊었는데 건물주가 문을 열어 내부를 정리하고 곧바로 새 임차인 계약을 진행하면, 해지에 합의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 경우 남은 기간 월세 청구가 어려워집니다. 열쇠를 받을 때는 "계약은 유지되며 신규 임차인 입주 시 정산한다"는 취지를 내용증명이나 문자로 남기십시오. 월세 연체가 3기(월세 300만 원이면 누적 900만 원)에 달하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건물주가 해지할 수 있고, 시효는 차임 채권이 3년입니다. 환산보증금을 넘는 상가는 민법이 적용되어 기준이 달라질 수 있으니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폐업 통보는 계약의 끝이 아니라 손해를 확정하는 협상의 시작입니다."
월세 청구권은 남기되 공실 기간을 줄이는 쪽에 시간을 쓰는 것이 실질 손해를 가장 적게 만듭니다. 안택스 에셋은 임차인 응대와 공실 대응, 원상복구 범위 협의를 임대차 운영의 한 축으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