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계약 만료일에 가게를 비우지 못하고,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한 채 몇 달을 버티는 상황은 드물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 건물주가 건물을 팔아버리면, 임차인은 누구에게 보증금을 청구해야 할지부터 막막해집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차인이 점유와 사업자등록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면 보증금 반환 책임은 새 건물주에게 넘어갑니다. 종전 건물주는 원칙적으로 그 채무에서 벗어납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가게를 먼저 비웠거나 폐업신고부터 해버렸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법원이 2026년 4월 이 쟁점을 다시 정리한 판결을 냈고, 건물을 사고파는 실무에서 매수인과 임차인 양쪽 모두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됐습니다.
임대차 계약이 끝나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는 임대차 관계가 법적으로 계속된 것으로 봅니다. 이 상태에서 건물이 팔리면 새 건물주가 임대인 지위와 보증금 반환 의무를 그대로 넘겨받습니다. 임차인이 점유나 사업자등록 중 하나라도 먼저 잃었다면 이 원칙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채 계약이 끝나면 어떤 상태가 되는가
계약 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임대차 관계가 곧바로 소멸하지는 않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9조 2항은 임대차가 기간 만료나 합의, 해지로 종료되더라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 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임차인이 계약이 끝난 뒤에도 가게 문을 계속 열고 영업하는 상태는 실무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지만, 법적으로는 단순한 버티기가 아니라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보증금 반환 의무와 목적물 인도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어서, 건물주가 보증금을 먼저 내주지 않는 한 임차인이 계속 점유해도 불법점유가 되지 않습니다.
임대차 관계는 언제까지, 어떻게 이어지는가
실무에서 자주 보는 흐름은 이렇습니다. 계약 만료일이 지나도 후속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거나, 건물주가 자금 사정으로 보증금을 바로 마련하지 못해 반환이 늦어지는 경우입니다. 임차인은 어쩔 수 없이 영업을 계속하며 점유와 사업자등록을 유지합니다. 이 기간에 건물이 다른 사람에게 팔리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3조 2항에 따라 매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당연히 승계합니다. 승계에 임차인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고, 통지 의무도 없습니다. 매매든 상속이든 경매든 소유권이 바뀌는 원인은 상관없습니다.
대항력,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가
이 원칙이 작동하려면 임차인에게 대항력이 있어야 합니다. 대항력은 건물을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한 다음 날부터 발생합니다. 등기를 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여기서 실무자들이 자주 놓치는 지점이 하나 있는데, 등기부등본에는 임차인 정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항력은 점유와 사업자등록이라는 사실 상태로 발생하는 권리라서, 매수인이 등기부만 확인하고 임차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그 자체가 실수가 됩니다.
새 건물주가 책임지는 경우와 아닌 경우
책임 주체를 가르는 기준은 소유권이 넘어가는 시점에 임차인이 대항력을 유지하고 있었는지 하나입니다. 점유와 사업자등록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였다면 새 건물주가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고, 둘 중 하나라도 먼저 포기했다면 기존 건물주에게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 구분 | 대항력 유지 상태 | 대항력 상실 상태 |
|---|---|---|
| 요건 충족 여부 | 점유·사업자등록 계속 | 퇴거 또는 폐업신고로 상실 |
| 보증금 반환 책임자 | 새 건물주 | 기존 건물주만 |
| 법적 근거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3조 2항·제9조 2항 | 해당 조항 적용 안 됨 |
| 임차인의 회수 리스크 | 낮음 — 새 소유자 자력 활용 가능 | 높음 — 기존 소유자 무자력이면 회수 곤란 |
다만 소유권이 넘어가기 전에 이미 밀린 차임이나 관리비는 성격이 다릅니다. 별도의 채권양도 절차가 없는 한 새 건물주에게 이전되지 않고, 기존 건물주만 임차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 반환 의무는 승계되지만 연체 채권은 승계되지 않는, 방향이 엇갈리는 구조라는 점을 헷갈리지 않아야 합니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라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못 받는다고 알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대항력을 규정한 제3조는 환산보증금 액수와 무관하게 모든 상가 임대차에 적용됩니다. 우선변제권이나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권처럼 환산보증금 기준으로 배제되는 조항과는 다릅니다.
매수인이라면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건물을 사는 입장에서는 등기부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여야 합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를 하나 들면, 매매대금 10억 원짜리 1층 상가를 매수하면서 등기부와 건축물대장만 확인하고 잔금을 치른 매수인이 있었습니다. 잔금 지급 두 달 뒤 기존 임차인이 찾아와 8천만 원 보증금을 요구했고, 계약 만료 후에도 후속 세입자를 못 구해 점유와 사업자등록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 매도인은 이미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연락이 끊긴 상태였습니다. 매수인은 결국 새 건물주로서 8천만 원을 그대로 부담했습니다.
-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매매계약 전에 임차인 현황과 사업자등록 여부를 매도인에게 서면으로 확인받고, 가능하면 임차인과 직접 통화하거나 현장을 방문해 영업 여부를 눈으로 확인합니다.
- 매매계약서에 보증금 인수 특약을 명시합니다. 미반환 보증금이 있다면 금액과 인수 여부를 계약서에 못 박고, 매매대금에서 해당 금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정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앞선 사례라면 매매대금 10억 원에서 미반환 보증금 8천만 원을 공제해 실지급액을 9억 2천만 원으로 조정하는 식입니다.
- 잔금일 직전에 다시 한번 점유 상태를 확인합니다. 계약 체결 후 잔금일 사이에 임차인이 나가거나 폐업신고를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대항력은 소유권 이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그 시점의 상태가 가장 중요합니다.
임차인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 폐업신고를 먼저 해버리는 경우
임차인 쪽에서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는 이사를 준비하면서 세무서에 폐업신고부터 하는 것입니다. 세무 처리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려는 생각에서 비롯되지만, 사업자등록이 말소되는 순간 대항력 요건 하나가 사라집니다. 이후 건물이 팔려도 새 건물주에게는 더 이상 보증금을 청구할 수 없고, 기존 건물주만 상대로 소송을 이어가야 합니다. 기존 건물주가 이미 자력이 없는 상태라면 회수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보증금을 받기 전에는 폐업신고를 먼저 하지 않습니다. 가게를 비워야 하는 사정이 있다면 폐업신고보다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신청해야 합니다. 임차권등기가 마쳐지면 점유를 옮기거나 폐업신고를 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보증금 반환 책임은 건물 등기가 아니라 임차인의 점유와 사업자등록에 따라 정해집니다.
건물을 사고팔 때 임차인 문제는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리스크입니다. 안택스 에셋은 건물 취득 전 임차 현황 실사부터 매매계약서 특약 설계까지 함께 점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