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회사 최대주주가 실적 발표 시점을 늦추거나 자사주 매입을 멈춰 주가를 눌러놓은 뒤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하는 방식은, 지금은 합법적인 절세 수단이다. 상장주식 증여재산가액이 증여일 전후 4개월 평균 종가로만 결정되기 때문이다.
2026년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부가 2026년 8월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상장회사 주식을 최대 6년6개월치 종가 평균과 현재 평가액의 130% 중 더 큰 금액으로 다시 계산하는 규정이 담겼다. 시행 예정일은 2027년 4월 1일이지만, 지금 저가로 지분 증여를 준비하는 최대주주라면 이 개편안의 요건과 계산 구조부터 이해해야 한다.
PBR이 업종 평균 대비 낮은 상태가 6년 가까이 이어진 기업이나, 최근 1년 사이 주가를 떨어뜨릴 만한 사건이 있었던 기업의 최대주주는 2027년 4월 이후 증여분부터 증여재산가액이 최소 30%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정상적인 경영판단이었다는 입증에 실패하면 그렇다.
상장주식 증여재산가액, 지금은 4개월 평균 종가로 끝난다
상장회사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재산가액을 매기는 기준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 제1항 제1호 가목이다. 증여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 2개월과 이후 2개월, 총 4개월 동안 한국거래소에 공표된 종가를 모두 더해 거래일수로 나눈 값이 1주당 증여재산가액이 된다. 평가기준일이 휴장일이면 그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왜 4개월 평균만 보는가
이 계산식에는 시장의 '현재' 상황만 반영된다. 그래서 증여를 계획하는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증여 시점 전후로 주가가 낮게 형성되도록 실적 발표 일정을 늦추거나,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거나, 보수적인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평가액 자체를 낮출 여지가 생긴다. 회사 경영에 실제로 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4개월이라는 짧은 평가 구간만 관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여전히 살아있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원칙적으로 여기에 20%가 할증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 제3항). 다만 중소기업 전체, 직전 3개 사업연도 매출액 평균 5,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 평가기준일 직전 3년간 계속 결손을 낸 법인, 가업상속공제·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는 주식은 할증 대상에서 빠진다. 코스닥 상장 중견·중소기업 최대주주라면 애초에 할증평가 없이 4개월 평균 종가만으로 증여재산가액이 확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2026년 세제개편안이 새로 만든 '주가 누르기' 추정 규정
정부가 2026년 8월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상속·증여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행위를 겨냥한 재평가 규정이 새로 담겼다. 아직 정부안 단계이고 국회 심의를 거쳐야 확정되지만, 겨냥하는 대상과 계산 방식은 이미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요건 두 가지 중 하나만 해당돼도 대상이다
주가 누르기로 추정되는 요건은 둘 중 하나만 해당해도 성립한다. 첫째, 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업종별로 코스피 상장사는 하위 25%, 코스닥 상장사는 하위 1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경우다. 둘째, 최근 1년 사이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처럼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가 있었고, 그 결과 평가액이 최근 3년 시가 대비 30% 이상 낮아진 경우다.
재평가되면 최소 30% 할증된다
둘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곧바로 세금이 더 매겨지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주식 가치를 다시 매긴다. 재평가 방법은 최근 6개월부터 6년6개월까지 종가 평균과, 신고 당시 평가액에 1.3을 곱한 금액 중 더 큰 쪽을 택하는 방식이다. 어느 쪽이든 최소 30% 이상 증여재산가액이 올라가는 구조다.
개정 전과 후, 세금은 실제로 얼마나 달라질까
코스피에 상장된 매출 3,000억원대 제조업 계열사 최대주주가 지분 100만주를 성년 자녀 한 명에게 증여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회사는 최근 6년간 업종 평균보다 PBR이 낮게 형성돼 있었고, 최대주주는 실적 발표를 늦추는 방식으로 증여 시점의 4개월 평균 종가를 3만원까지 낮춰 놓았다. 같은 기간 업종 평균 수준을 반영한 6년6개월 평균 종가는 4만5,000원이다. 매출 규모상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면제 대상(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이라고 가정해, 개편안의 재평가 효과만 비교한다.
2026년 현재 방식대로 신고하면 증여재산가액은 3만원×100만주=300억원이다.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뺀 과세표준은 299억5,000만원, 세율 50%(30억원 초과 구간)에 누진공제 4억6,000만원을 적용한 산출세액은 145억1,500만원이다. 신고세액공제 3%를 반영한 실제 납부세액은 약 140억8,000만원이다.
2027년 4월 이후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요건 충족과 소명 실패를 전제로, 평가심의위원회가 6년6개월 평균 종가(4만5,000원)와 현재 평가액의 1.3배(3만9,000원) 중 더 큰 4만5,000원을 채택하면 증여재산가액은 450억원으로 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산출세액은 220억1,500만원, 신고세액공제 후 납부세액은 약 213억5,500만원이다. 같은 100만주, 같은 증여 시점인데 산출세액 기준 차이는 75억원, 약 52%에 이른다.
| 구분 | 개정 전(2026년 현재) | 개정 후(2027.4.1~ 예정, 요건 충족·소명 실패 시) |
|---|---|---|
| 평가 방법 | 증여일 전후 4개월 평균 종가 | 최근 6개월~6년6개월 평균 종가와 현재평가액×1.3 중 큰 금액 |
| 증여재산가액 | 300억원 | 450억원 |
| 과세표준 | 299억5,000만원 | 449억5,000만원 |
| 산출세액 | 145억1,500만원 | 220억1,500만원 |
| 납부세액(신고세액공제 3% 후) | 약 140억8,000만원 | 약 213억5,500만원 |
지금 서둘러야 하는 최대주주, 그렇지 않은 최대주주
이 개편안 앞에서 모든 최대주주가 똑같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 판단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PBR이 업종 평균 대비 뚜렷하게 낮은 상태가 6년 가까이 이어진 기업이라면 시행일 이전 증여를 검토할 이유가 분명하다. 요건 자체가 '6년간의 흐름'을 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주가를 정상화해도 과거 데이터가 이미 요건을 채워놓은 경우가 많다.
둘째, 최근 1년 사이 이중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처럼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던 기업은 최근 3년 시가 대비 하락률이 30%에 근접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 요건은 6년 요건과 달리 단기간에 형성되므로, 오히려 최근 1~2년 사이의 의사결정을 되짚어 보는 쪽이 빠르다.
셋째, 두 요건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평범한 저평가 기업이라면 서두를 이유가 적다. 개편안은 저평가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누르기'로 추정되는 특정 패턴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나오는 유형이 있다. 매출 2~3천억원대 코스닥 상장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2~3세 승계를 준비하는 최대주주가, 실적이 부진했던 시기에 맞춰 지분 증여를 진행한 뒤 이듬해 신사업 발표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뒤늦게 세무 문의를 하는 경우다. 이런 사례에서는 저가 시점의 부진이 업종 전반의 하락이었는지, 그 회사만의 개별적 하락이었는지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업종 전반이 함께 눌려 있었다면 PBR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여지가 크다.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은 따로 있다. 정부안이 발표됐다고 곧바로 법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2024년말 국회 논의에서는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아예 폐지하겠다던 정부·여당의 개정안조차 세법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제된 전례가 있다. 이번 '주가 누르기' 방지 규정도 발표된 요건과 계산식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유지될지, 요건이 완화되거나 시행일이 늦춰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행 여부와 최종 조문은 국회 통과 이후 다시 확인이 필요하다.
또 하나, 요건에 해당한다고 해서 재평가가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납세자가 정상적인 경영판단이었음을 입증하면 현행 평가방법이 유지된다. 다만 '정상적인 경영판단'이라는 입증 책임이 납세자에게 넘어온다는 점에서, 실적 발표 일정이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결정할 때 이사회 의사록이나 내부 검토자료를 남겨두는 관행이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은 개별 기업 상황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지므로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주가 누르기' 추정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과세관청이 곧바로 증액 과세하는 것은 아니다. 평가심의위원회 심의·의결과 납세자의 소명 절차를 거친다. 다만 이 개편안은 2026년 8월 발표된 정부안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요건이나 시행일이 달라질 수 있다.
상장주식을 저가에 증여하는 절세 전략은 앞으로 '언제, 어떤 기업의 지분인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 당장 신고 방법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2027년 4월 시행이 예정된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는 증여일 전후 4개월 평균 종가라는 현행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PBR이 낮은 상태가 오래 이어진 기업이거나 최근 주가에 부정적인 이벤트가 있었던 기업의 최대주주라면, 지금 증여를 실행할지 시행일 이후 상황을 지켜볼지는 개별 기업의 PBR 추이와 사건 이력을 먼저 점검한 뒤 판단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