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조정 과정에서 한쪽 배우자에게 부동산과 예금 대부분을 넘기기로 합의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의 생활 안정을 배려한 결정이든, 소송을 빨리 끝내기 위한 선택이든 등기부와 통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같다. 큰 금액이 한 번에, 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 장면만 놓고 보면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증여와 구분하기 쉽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산분할로 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다. 대법원은 재산분할을 혼인 중 부부가 함께 이룬 재산을 청산하는 절차로 보고, 무상으로 재산을 넘기는 증여와는 다른 성격으로 판단해왔다. 다만 넘긴 재산이 두 사람이 실제로 형성한 재산 규모와 각자의 기여도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그 배경에 세금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함께 확인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초과분은 재산분할이 아니라 증여로 재구성되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재산 대부분"이라는 표현 자체가 과세관청이 들여다볼 이유를 만든다. 얼마나 넘겼는지보다, 왜 그만큼을 넘겼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지가 실제 쟁점이다.
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증여세 대상이 아니지만, 혼인 중 형성 재산과 기여도에 비해 사회통념상 상당한 정도를 초과하고 조세회피 목적이 인정되면 그 초과분에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두 요건이 함께 확인돼야 과세로 이어집니다.
재산분할이 원칙적으로 증여세 대상이 아닌 이유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함께 모은 재산을 이혼을 계기로 나누는 절차이지, 한쪽이 다른 쪽에게 재산을 거저 주는 행위가 아니다. 민법 제839조의2와 제843조는 이혼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데, 이 권리 행사로 넘어가는 재산은 애초에 상대방 고유의 몫이었던 부분을 돌려받는 성격에 가깝다.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다. 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누14401 판결은 공유물을 나누는 것은 소유 형태가 바뀐 것일 뿐 유상양도로 볼 수 없고,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부동산 명의를 상대방에게 이전한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재산분할이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한 실질적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공유물분할과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국세청 역시 이혼한 당사자 일방이 민법상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해 취득한 재산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및 제31조 제1항이 정한 증여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래전부터 해석해왔다. 위자료도 마찬가지로, 손해배상 성격의 지급이라는 점에서 증여로 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국세청이 재산분할을 증여로 재구성하는 두 가지 조건
국세청과 법원이 재산분할을 증여로 다시 보는 경우는 두 가지 요건이 함께 충족될 때로 좁혀진다. 첫째는 넘긴 재산이 혼인 중 실제로 형성한 재산 규모와 각자의 기여도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과대한 경우이고, 둘째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다. 하나만 충족돼서는 부족하다. 재산분할 비율이 크더라도 조세회피 정황이 없다면 정당한 분할로 인정되고, 반대로 조세회피 의도가 의심되더라도 분할 비율 자체가 기여도에 부합한다면 과세로 이어지기 어렵다.
실제 상담에서도 이 두 요건이 어떻게 갈리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한 협의이혼 건에서는 이혼 신고 이후 부동산 소유권을 재산분할 명목으로 이전했지만, 조세심판원이 통상적인 위자료 수준을 넘는 부분을 진정한 재산분할로 인정하지 않아 그 초과분에 대한 증여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조심2021서5878). 협의서에 재산분할이라고 적었는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재산분할의 취지에 맞는 이전이었는지를 따진 결과였다.
반대로 넘긴 비율만 보고 위장이혼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대법원은 이혼 후 재결합했다는 사실만으로 세금을 피하기 위한 위장이혼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6두58901 판결). 조세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국세청이 위장이혼을 근거로 과세하려면 이혼 의사 자체가 없었거나 조세회피 목적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정황을 별도로 증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 구분 | 정상적 재산분할 | 증여로 재구성되는 재산분할 |
|---|---|---|
| 분할 비율의 근거 | 기여도·혼인기간에 부합 | 기여도로 설명 어려움 |
| 대상 재산의 범위 | 혼인 중 형성재산 한정 | 특유재산까지 포함 |
| 조세회피 정황 | 없음 | 있음(체납 회피, 자산 이전 등) |
| 문서상 표시 | 재산분할로 명확히 기재 | 위자료·재산분할 혼용, 불명확 |
혼인 전부터 한쪽 명의였던 상가나 상속·증여로 받은 재산처럼 부부 공동의 노력과 무관하게 형성된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 특유재산까지 재산분할 명목으로 함께 넘기면 그 부분은 애초에 재산분할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평가되어 증여로 볼 여지가 커진다.
재산 대부분을 넘겼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가
넘긴 금액의 크기보다 먼저 확인할 것은 혼인 중 실제로 형성된 재산의 범위와 각자의 기여도를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느냐다. 과세관청은 재산분할 비율 자체보다 그 비율이 나온 근거를 먼저 들여다본다. 혼인기간 30년 넘게 전업주부로 가사와 육아를 전담한 배우자에게 재산의 70~80%를 넘기는 경우와, 혼인 5년차에 소득이 거의 없던 배우자에게 재산 90%를 몰아준 경우는 비율이 비슷해도 전혀 다르게 평가된다.
혼인 중 형성재산의 범위를 확정하는 작업이 먼저다. 배우자 명의라도 혼인 전부터 보유했거나 상속·증여로 받은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분리해야 한다. 그다음 소득 자료, 가사노동과 자녀양육 기간, 배우자의 사업이나 자산 형성에 기여한 구체적 정황을 근거로 남겨야 한다. 협의서나 조정조서에는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뭉뚱그려 쓰지 않고 항목별로 구분해 기재하는 것이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이혼 이후 실제 생활과 재산 관리 실태가 조세회피 목적과 무관하다는 점을 뒷받침할 정황도 함께 정리해두는 편이 좋다.
초과분이 증여로 판정되면 세금이 얼마나 커지는가
재산분할이 증여로 재구성되면 세금 부담이 예상보다 훨씬 커지는 이유는 증여재산공제에 있다. 혼인 중인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10년간 6억원까지 공제받지만, 재산분할은 이혼이 성립된 뒤에 이뤄지는 절차다. 민법 제775조에 따라 이혼하면 인척관계도 함께 소멸하므로, 초과분이 증여로 판정되는 시점에 전 배우자는 더는 배우자도 기타친족도 아닌 관계로 취급되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 경우 적용받는 증여재산공제는 500만원 수준에 그친다는 뜻이며, 정확한 공제액은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유형을 단순화해 계산해보면 체감이 쉽다. 혼인기간 15년인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이 아파트 15억원과 예금 5억원, 합계 20억원이라고 하자. 이와 별도로 남편이 혼인 전부터 보유한 상가 5억원은 특유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 협의이혼을 하면서 남편이 아내에게 아파트와 예금 전부인 18억원을 재산분할로 이전했다면, 이는 공동형성재산의 90%에 해당한다. 이후 세무조사 과정에서 아내의 기여도를 절반 수준으로 평가해 상당한 재산분할액을 10억원으로 보고, 나머지 8억원을 초과분으로 재구성했다고 가정하면 세금은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 구분 | 금액 |
|---|---|
| 과세가액(초과분) | 8억원 |
| 증여재산공제(그 밖의 자) | 500만원 |
| 과세표준 | 7억9,500만원 |
| 세율(10억원 이하 구간) | 30%, 누진공제 6,000만원 |
| 산출세액 | 1억7,850만원 |
여기에 신고 자체를 하지 않았다면 무신고가산세 20%가 더해지고, 납부가 늦어진 기간만큼 납부지연가산세도 별도로 붙는다. 재산분할로 처리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 문제가 끝났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재산분할과 자주 혼동되는 세금 문제도 구분해둘 필요가 있다. 재산분할로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받으면 증여세와 별개로 취득세는 내야 한다. 지방세법상 재산분할에는 특례세율 1.5%가 적용되어 일반적인 무상취득 세율 3.5%보다는 낮다. 또한 이혼 전에 배우자에게 이미 증여했던 재산이라면 소득세법 제97조의2에 따른 이월과세가 별도로 적용될 수 있다. 2023년 개정으로 증여일로부터 양도일까지의 적용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는데, 이는 혼인 중 증여받은 재산을 양도할 때의 문제이지 재산분할로 받은 재산 자체에 적용되는 규정은 아니다. 이 둘을 재산분할과 혼동해 세금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안심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다.
재산분할이 증여세에서 자유로운 이유는 넘긴 금액이 아니라 그 근거에 있습니다.
넘긴 재산의 크기만으로 증여 여부가 정해지지 않는다. 혼인 중 형성한 재산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 안에서 기여도를 뒷받침할 근거를 갖추고, 조정조서와 협의서에 재산분할이라는 성격을 정확히 남기는 작업이 실제 과세 여부를 가른다. 재산 대부분을 넘기기로 했다면, 그 결정의 근거를 넘기는 시점에 미리 정리해두는 편이 이후 세무조사 단계에서 훨씬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