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을 때 가장 먼저 걸리는 게 세대생략 할증과세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세대를 건너뛴 증여에 산출세액의 30%, 조건에 따라 40%를 더 얹는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자녀에게 줬다가 자녀가 다시 손자에게 증여하면 할증을 피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자주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증여재산가액이 3억원을 넘는 대부분의 구간에서 손자녀 직접 증여 쪽 총세금이 더 적다. 할증률보다 이중과세로 원금이 두 번 깎이는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조부모→자녀→손자녀로 두 번 증여하면 같은 재산에 증여세가 두 번 부과됩니다. 조부모→손자녀 직접 증여는 한 번만 과세되고 할증 30~40%가 붙는 구조라, 증여재산가액이 커질수록 직접 증여 쪽의 세금 차이가 더 벌어집니다.
세대생략증여, 할증률은 어떻게 정해지나
세대생략증여는 조부모가 자녀 세대를 건너뛰고 손자녀 등 직계비속에게 재산을 직접 증여하는 것을 말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7조는 이 경우 증여세 산출세액에 30%를 가산하도록 정한다. 세대를 건너뛰면 원래 두 번 걷혔어야 할 세금이 한 번만 걷히므로, 그 차이를 할증으로 메우겠다는 취지다.
할증률이 30%에서 40%로 올라가는 조건은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될 때다. 수증자가 미성년자이고, 증여재산가액이 2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다. 둘 중 하나만 해당하면 30%가 유지된다.
예외도 있다. 상속 개시 전에 상속인이 될 자녀가 먼저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되어, 그 자녀의 직계비속인 손자녀가 대신 상속·증여를 받는 대습의 경우에는 세대생략 할증과세를 적용하지 않는다. 손자녀가 스스로 세대를 건너뛰기로 선택한 게 아니라 대신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직접 증여와 자녀 경유, 실제 세금은 얼마나 차이 나나
증여재산가액 5억원을 성년인 손자에게 직접 증여한다고 하자. 증여재산공제 5천만원을 뺀 과세표준은 4억5천만원이고, 세율 20%에 누진공제 1천만원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8천만원이다. 여기에 30% 할증을 더하면 총세금은 1억400만원이다.
같은 5억원을 자녀에게 먼저 증여하고, 자녀가 세금을 낸 나머지를 다시 손자에게 증여하면 계산이 달라진다. 1단계에서 조부모가 자녀에게 5억원을 증여하면 과세표준·세율이 같으므로 세금은 똑같이 8천만원이다. 자녀 손에 남는 돈은 4억2천만원이다. 2단계에서 자녀가 이 4억2천만원을 손자에게 증여하면, 증여재산공제 5천만원을 뺀 과세표준 3억7천만원에 세율 20%·누진공제 1천만원을 적용해 6천400만원이 나온다. 두 단계를 합치면 총세금은 1억4천400만원이다.
직접 증여가 4천만원 적다. 할증 30%를 물어도 한 번만 과세되는 쪽이, 할증 없이 두 번 과세되는 쪽보다 유리한 이유다. 금액을 달리해 계산해봐도 이 격차의 방향은 대부분 같다.
| 증여재산가액 | 직접 증여 총세금(할증 포함) | 자녀 경유 총세금(2회 합산) | 직접 증여가 적은 금액 |
|---|---|---|---|
| 3억원 (성년 손자) | 5,200만원 | 7,200만원 | 2,000만원 |
| 5억원 (성년 손자) | 1억 400만원 | 1억 4,400만원 | 4,000만원 |
| 10억원 (성년 손자) | 2억 9,250만원 | 3억 8,250만원 | 9,000만원 |
| 25억원 (미성년 손자, 40% 할증) | 11억 6,480만원 | 13억 2,400만원 | 1억 5,920만원 |
격차가 왜 벌어지는지, 예외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들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경유 증여는 같은 원금에서 세금을 두 번 떼어가고, 두 번째 단계도 대부분 여전히 높은 세율 구간에 걸린다. 증여재산가액이 커질수록 이 이중과세 효과가 30~40% 할증보다 커지는 구간이 넓어진다.
다만 몇 가지는 따져봐야 한다. 자녀가 이미 조부모에게서 다른 증여로 5천만원 공제를 전부 써버렸다면, 경유 증여 1단계에서 공제를 받지 못해 격차가 더 벌어진다. 반대로 손자녀가 여러 명이라면, 한 명에게 몰아서 직접 증여하는 대신 나눠서 직접 증여하는 편이 각자 낮은 세율 구간에 걸려 총세금이 더 줄어든다. 두 경우 모두 결론은 같다. 직접 증여 쪽이 유리한 폭만 달라질 뿐, 방향이 바뀌지는 않는다.
세금 이외의 이유로 경유를 선택하는 경우도 실제로 있다. 손자녀가 아직 어려 자금을 관리할 능력이 없거나, 부모 세대가 자금 사용 목적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경우다. 이럴 때는 세금 차이를 감수하고 자녀를 거치거나, 미성년자 증여재산의 관리·처분을 제한하는 방식을 함께 검토하는 게 실무에서는 더 흔하다.
자녀를 거쳐 두 번 증여하면 정말 할증을 피할 수 있나
세금만 놓고 보면 자녀를 거치는 쪽이 손해인데도, 할증 자체를 피하고 싶어 경유를 선택하려는 상담이 꾸준히 들어온다. 문제는 이 방법이 실제로는 할증을 피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가 있다. 손자 유학자금이나 전세보증금을 마련해 주면서, 조부모가 일단 자녀 계좌로 목돈을 보내고 자녀가 며칠 안에 같은 금액을 손자 계좌로 그대로 옮기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두 번의 증여지만, 자금 흐름을 보면 조부모의 돈이 자녀 손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손자에게 간 것과 다르지 않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는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해, 제3자를 거치거나 두 번 이상의 거래를 거친 경우라도 그 경제적 실질이 직접 거래한 것과 같고 그로 인해 세금이 부당하게 줄었다고 인정되면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아 과세하도록 정한다. 국세청이 이 규정을 적용하면 자녀를 거친 두 번의 증여는 조부모에서 손자로 이어진 하나의 세대생략증여로 재구성된다.
재구성되면 세금이 더 늘어난다. 원래 신고했던 두 번의 증여세 대신 세대생략 할증까지 포함한 증여세가 다시 계산되고, 애초에 할증분을 신고·납부하지 않았던 부분에는 가산세가 붙는다.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세대생략증여로 신고하고 할증 30~40%를 무는 것보다 세금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송금 시점이 짧게 붙어 있거나 금액이 그대로 일치하면, 국세청이 계좌 자금 흐름만으로도 우회증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자녀를 거쳐 증여할 계획이라면 시차를 두고, 자녀가 실제로 그 재산을 일정 기간 보유·사용한 실질을 남겨두는 게 안전하다.
세대생략증여는 할증을 피하는 방법을 찾는 문제가 아니라, 할증을 물고도 이중과세를 피하는 게 더 유리한지 금액으로 확인하는 문제다.
증여재산가액이 3억원을 밑돌면 격차가 크지 않아 굳이 세대생략을 고집할 실익이 작다. 10억원을 넘어가면 격차가 9천만원 이상으로 벌어지므로 직접 증여 쪽이 뚜렷하게 유리하다. 자녀의 기존 공제 소진 여부, 손자녀 수, 자금관리 필요성까지 함께 따져본 뒤 신고 방식을 정하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