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상가건물을 자녀 명의로 넘기면서 공시가격, 이른바 기준시가로 증여세를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상가주택이나 꼬마빌딩은 아파트와 달리 비교할 매매사례가액을 찾기 어려워, 세법이 허용하는 보충적 평가방법인 기준시가로 신고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신고를 마친 뒤 6개월에서 1년쯤 지나 국세청이 감정평가법인 두 곳에 감정을 의뢰하고, 그 평균액으로 증여재산가액을 다시 산정해 세금을 더 내라는 통지가 오는 일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재과세 처분은 법이 정한 절차 요건을 갖췄다면 원칙적으로 정당하다. 다만 그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처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국세청의 소급감정 재과세는 ① 법정결정기한 이내에, ②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③ 감정서 작성일까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정당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처분을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국세청은 무슨 근거로 신고 이후에 다시 감정을 의뢰하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는 상속·증여재산의 가액을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에 따르도록 정한다. 문제는 꼬마빌딩처럼 거래가 뜸한 부동산은 시가를 확인할 매매사례 자체가 드물다는 점이다. 그래서 법은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공시가격 등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하는 것을 허용한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상가주택을 공시가격으로 신고한 것 자체는 법이 정한 절차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국세청이 신고 이후에 감정을 의뢰할 수 있는 근거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에 있다. 원칙적인 평가기간은 증여일 전 6개월부터 후 3개월까지이고, 이 기간 안에 매매·감정·수용·경매·공매가액이 있으면 그 금액을 시가로 본다. 단서 규정은 이 평가기간이 지났더라도 법정결정기한, 즉 증여세 신고기한으로부터 6개월이 되는 날까지의 기간 중 매매등 가액이 있고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인정되면,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그 가액을 시가로 볼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 규정을 근거로 2020년부터 비주거용 부동산과 나대지를 대상으로 감정평가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상은 무작위가 아니다. 기준시가로 신고돼 시가와 격차가 크고, 금액이 큰 물건을 우선 선별한다.
| 구분 | 평가기간 원칙 | 법정결정기한까지(단서) |
|---|---|---|
| 증여재산 평가기간 | 증여일 전 6개월~후 3개월 | 신고기한 후 6개월까지 추가 인정 가능 |
| 인정 요건 | 매매·감정·수용 등 가액 존재 |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심의 통과 |
| 가격변동 요건 | 통상 문제되지 않음 | 작성일까지 특별한 사정 없어야 함 |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는 이렇다. 상가주택이나 다세대 건물을 공시가격 10억~20억 원대로 신고한 뒤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관할 세무서로부터 감정평가 실시 통지를 받는 경우다. 신고 당시에는 인근에 비교할 매매사례가 없었지만, 국세청이 별도로 의뢰한 감정에서는 신고가액보다 30~50% 높은 금액이 나오는 일이 드물지 않다.
최근 대법원은 이 방식 자체를 적법하다고 봤을까
결론은 그렇다, 다만 조건부다. 대법원은 2026년 4월 30일 선고한 2024두61780 판결에서, 신고 이후 국세청이 실시한 소급감정도 시행령이 정한 요건을 갖췄다면 시가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상속세 사안이지만, 시행령 제49조 제1항은 상속과 증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조항이어서 증여세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사건의 당사자는 2019년 4월 모친이 사망한 뒤 서울 서대문구 토지를 상속받아 그해 10월 가액을 약 74억 원으로 신고하고 상속세 약 27억 원을 납부했다. 그런데 신고 8개월 뒤인 2020년 6월 서울지방국세청이 두 곳의 감정기관에 소급감정을 의뢰했고, 감정가액은 각각 121억5,000만 원과 119억3,000만 원으로 나왔다. 납세자 측도 별도로 두 곳에 감정을 의뢰했는데, 과세관청은 이 네 감정가액의 평균인 115억5,000만 원을 시가로 보아 상속세 21억9,000만 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5년 넘게 이어진 소송 끝에 대법원은 처분 대부분을 유지했고, 취소된 세액은 약 1억 원에 그쳤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확인한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감정이 법정결정기한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시행령 문언 그대로다. 둘째,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실제로 거쳐야 한다. 심의는 단순한 요식 절차가 아니라 시가로 인정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실체적 요건이어서, 심의가 없었다면 감정가액 자체가 시가로 인정될 수 없다. 셋째가 실무적으로 가장 다툼이 많은 부분인데,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이 평가기준일부터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의 전체 기간에 걸쳐 충족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원심은 평가기준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까지만 보면 된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신고일과 실제 감정서가 나오는 날 사이에는 통상 수개월에서 길게는 1~2년의 시차가 생기는데, 그 사이의 시세 변동까지 과세관청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증명 책임은 납세자가 아니라 과세관청에 있다.
다만 이 문제가 완전히 정리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같은 시기 서울행정법원을 비롯한 일부 하급심에서는 오히려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 자체가 상위법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 무효라는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소급감정에 따른 상속세 부과처분 164억 원이 전부 취소된 사례도 있다. 대법원 판결 하나로 모든 사건이 같은 결론에 이르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므로, 처분을 받았다면 사건마다 요건 충족 여부를 개별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실제로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나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다음은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계산 예시다.
성년 자녀가 부모로부터 상가주택을 증여받아 공시가격 12억 원으로 신고했다고 가정하자. 직계존속으로부터 받는 증여재산공제 5,000만 원(10년간 합산 한도, 다른 공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가정)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은 11억5,000만 원이다. 2026년 기준 증여세율 구간(10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 40%, 누진공제 1억6,000만 원)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3억 원이고, 법정신고기한 안에 자진신고하면 3%의 신고세액공제가 적용돼 실제 납부세액은 2억9,100만 원이다.
| 구분 | 기준시가 신고(당초) | 감정가액 평균 재과세(경정) |
|---|---|---|
| 증여재산가액 | 12억원 | 18억원 |
| 증여재산공제 | 5,000만원 | 5,000만원 |
| 과세표준 | 11억5,000만원 | 17억5,000만원 |
| 산출세액 | 3억원 | 5억4,000만원 |
| 신고세액공제(3%) | -900만원 | 적용 안 됨 |
| 납부(결정)세액 | 2억9,100만원 | 5억4,000만원 |
국세청이 소급감정을 의뢰해 두 기관 평균 18억 원으로 증여재산가액을 재산정했다고 하면, 과세표준은 17억5,000만 원으로 올라가고 세율 구간은 그대로지만 산출세액은 5억4,000만 원으로 뛴다. 여기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다. 경정으로 추가 고지되는 세액에는 신고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자진신고에 대한 혜택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추가로 내야 하는 본세만 2억4,900만 원에 이른다.
추가 본세 2억4,900만 원에는 납부지연가산세가 별도로 붙는다. 당초 신고기한 다음날부터 고지서상 납부기한까지는 1일 10만분의22(연 8.03% 수준)이 가산되고, 2026년 7월 1일 이후 지정납부기한이 지난 부분부터는 월 1만분의67로 계산 방식이 달라진다. 경정까지 시일이 걸릴수록 가산세 부담도 함께 커진다.
신고 단계에서 이 위험을 아예 없애는 방법도 있다. 매매사례나 유사물건 감정가액을 찾기 어려운 부동산이라도, 국세청 감정평가사업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고가·비주거용 부동산이라면 신고 전에 직접 감정평가를 받아 그 가액으로 신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감정 비용은 통상 수백만 원 수준이지만, 사후에 소급감정으로 재산정될 경우의 세액 차이와 가산세를 고려하면 신고 전 감정이 결과적으로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이 통지를 받았을 때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무조건 승복하거나 무조건 다투는 것은 둘 다 좋은 대응이 아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절차다.
첫째, 감정가액평가서의 작성일을 확인한다. 신고일부터 작성일까지 그 지역 부동산 시세에 급등이나 급락처럼 특별한 사정이라 부를 만한 변동이 있었다면, 그 사정을 뒷받침할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인근 유사물건 매매사례 등)를 확보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이 부분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하는 요건이므로, 과세관청의 소명이 부족하다면 그 자체로 다툴 여지가 생긴다.
둘째,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실제로 거쳤는지 확인한다. 심의 절차 없이 감정가액만으로 재산정했다면 절차상 하자를 주장할 수 있다.
셋째, 감정이 법정결정기한 안에 이뤄졌는지 확인한다. 증여세는 신고기한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에 이뤄진 감정은 원칙적으로 시가로 인정되지 않는다.
세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고지 전에는 과세전적부심사를, 고지 후에는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를 통해 다툴 수 있다. 심판청구는 고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며, 이 기간을 넘기면 절차적으로 다툴 방법이 크게 줄어든다.
소급감정 통지를 받았다면 세액보다 먼저 절차 요건부터 확인해야 한다.
감정평가서와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심의 자료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세액이 많다거나 적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 확인할 것은 언제나 절차이고, 절차가 무너지면 세액도 함께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