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이미 고소득 전문직이거나 본인 명의 재산이 상당한 경우, 조부모의 재산이 아버지를 거쳐 손자에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증여세나 상속세를 두 번 물게 되는 상황을 걱정하는 상담이 늘고 있다. 그런데 손자에게 바로 증여하면 세대생략 할증과세로 산출세액의 30%가 추가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계획을 접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계산기를 돌려보면 결론이 반대로 나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조부모에서 자녀로, 자녀에서 손자로 두 번 나눠 증여하면 각 단계마다 누진세율 구간에서 새로 세금을 계산하고 5,000만원 공제도 각각 한 번씩만 쓸 수 있다. 반면 손자에게 곧바로 증여하면 세금 계산은 한 번으로 끝나고, 거기에 30%만 얹힌다.
이 글은 증여재산 7억원을 손자에게 직접 증여했을 때와 자녀를 거쳐 순차로 증여했을 때, 2026년 세율로 실제 세액을 나란히 계산해 어느 쪽이 유리한지 밝히고, 그 판단이 뒤집히는 조건과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함정까지 정리한다.
결국 손자에게 넘어갈 재산이라면, 조부모가 직접 증여해 30% 할증을 부담하는 쪽이 자녀를 거쳐 두 번 증여하는 것보다 총세금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자녀가 그 재산을 계속 보유할 생각이었다면 할증 30%는 그대로 손해다.
세대생략 할증과세, 정확히 언제 얼마나 붙나
세대생략 할증과세는 증여자의 자녀가 아닌 직계비속, 즉 손자녀나 외손자녀가 재산을 받을 때 적용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7조는 이 경우 증여세 산출세액에 30%를 가산하도록 정하고 있고, 받는 사람이 미성년자이면서 증여재산가액이 20억원을 초과하면 가산율이 40%로 올라간다.
예외도 있다. 증여자의 자녀, 즉 원래 재산을 받았어야 할 중간 세대가 먼저 사망해서 손자녀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에는 할증과세를 적용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할아버지가 미성년 손자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때는 손자가 사실상 자녀의 지위를 대신하는 것이어서, 세대를 건너뛴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 증여와 순차 증여, 세금은 얼마나 차이 날까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가 있다. 강남에서 상가 임대업을 하는 70대 자산가가, 대기업 임원으로 이미 억대 연봉을 받는 아들 대신 대학생 손자에게 임대보증금 7억원을 곧바로 증여하고 싶다며 찾아온다. 아들 명의로 재산이 들어갔다 나중에 손자에게 다시 넘어가면, 아들 단계에서 한 번, 손자 단계에서 또 한 번 세금을 물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증여세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10%에서 50%까지 5단계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앞서 논의됐던 최고세율 인하안은 입법화되지 않아, 아래 세율과 누진공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 과세표준 | 세율 | 누진공제 |
|---|---|---|
| 1억원 이하 | 10% | - |
| 1억원 초과 ~ 5억원 이하 | 20% | 1,000만원 |
| 5억원 초과 ~ 10억원 이하 | 30% | 6,000만원 |
| 10억원 초과 ~ 30억원 이하 | 40% | 1억6,000만원 |
| 30억원 초과 | 50% | 4억6,000만원 |
성년 손자녀 기준으로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적용하면 7억원 증여의 과세표준은 6억5,000만원이 되고,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구간(세율 30%, 누진공제 6,000만원)에 해당해 산출세액은 1억3,500만원이 나온다. 손자에게 직접 증여하면 여기에 30% 할증이 붙어 최종 세액은 1억7,550만원이다.
같은 7억원을 아들을 거쳐 손자에게 넘긴다고 가정하면 계산이 달라진다. 1단계, 조부모가 아들에게 7억원을 증여할 때 과세표준과 산출세액은 직접 증여와 똑같이 6억5,000만원, 1억3,500만원이다. 아들 손에 남는 돈은 7억원에서 이 세금을 뺀 5억6,500만원이다. 2단계, 아들이 이 돈을 다시 손자에게 증여하면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뺀 과세표준은 5억1,500만원이 되고, 여기에 30% 세율과 6,000만원 누진공제를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9,450만원이 나온다. 두 단계를 더하면 총세금은 2억2,950만원이다.
| 구분 | 과세표준 | 산출세액 | 부담세액 |
|---|---|---|---|
| 직접 증여(세대생략) | 6억5,000만원 | 1억3,500만원 | 1억7,550만원(30% 할증 포함) |
| 순차 증여 1단계(조부모→아들) | 6억5,000만원 | 1억3,500만원 | 1억3,500만원 |
| 순차 증여 2단계(아들→손자) | 5억1,500만원 | 9,450만원 | 9,450만원 |
| 순차 증여 합계 | - | - | 2억2,950만원 |
직접 증여 1억7,550만원과 순차 증여 2억2,950만원의 차이는 5,400만원이다. 30% 할증을 감수하고도 손자에게 바로 증여하는 쪽이 세금을 5,400만원 덜 낸다. 아들 단계에서 낸 세금만큼 손자에게 넘길 재산 자체가 줄어들고, 그 줄어든 금액에 다시 공제와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이다 보니, 두 번 나눠 내는 쪽이 30% 할증보다 결과적으로 더 비싸지는 것이다.
그래도 손해를 보는 경우 — 직접 증여가 유리한 조건과 아닌 조건
위 계산은 아들이 어차피 그 돈을 손자에게 넘겨줄 생각이었다는 전제에서 성립한다. 이 전제가 바뀌면 결론도 바뀐다.
첫째, 아들이 이미 자기 소득과 자산만으로도 상속세 최고구간에 가까운 상황이라면 손자 직접 증여가 유리하다. 아들 사망 시 그 재산에 40~50%대 상속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면, 한 세대를 통째로 건너뛰어 30% 할증만 부담하는 편이 낫다.
둘째, 조부모와 아들 모두 그 재산이 결국 손자에게 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면, 굳이 아들 명의를 거칠 이유가 없다. 명의 이전 자체가 두 번의 과세 이벤트를 만들기 때문이다.
셋째, 반대로 아들이 그 재산을 계속 보유하며 쓸 계획이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경우 손자에게 직접 증여하는 것은 원래 없었을 30% 할증을 새로 만들어내는 선택일 뿐이다. 아들에게 증여하고 아들이 그 재산을 그대로 갖고 있는 시나리오와 비교하면, 세대생략 증여는 순수하게 추가 비용이다.
넷째, 금액이 크지 않아 두 단계 모두 공제 한도 안에서 해결되는 경우는 어느 쪽을 택해도 세금 차이가 거의 없다. 이때는 세금보다 10년 단위 공제 한도를 손자·아들 세대에 걸쳐 어떻게 나눠 쓸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조부모가 손자 명의로 나갈 증여세까지 대신 내주면, 국세청은 그 대납액 자체를 새로운 증여로 본다. 원래 증여재산가액에 대납한 세금이 합산되면서 과세표준이 커지고, 커진 과세표준에 세대생략 할증 30%가 다시 적용되어 세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손자 명의로 세금을 낼 현금까지 미리 마련해두거나, 증여액 자체를 세금 낼 몫까지 포함해 역산해야 한다.
상속으로 물려줄 계획이라면 달라지는 것들 — 사전증여와 유증의 차이
지금까지는 살아있는 동안 증여하는 상황을 계산했다. 조부모가 사망할 때까지 재산을 갖고 있다가 상속으로 넘기는 쪽을 고려한다면 따져야 할 지점이 하나 더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3조는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미리 준 재산 중 상속인에게 준 것은 상속개시 전 10년 이내분을,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준 것은 상속개시 전 5년 이내분만 상속재산에 다시 합산하도록 정하고 있다. 손자녀는 아들이 살아있는 한 원칙적으로 상속인이 아니므로, 손자에게 한 사전증여는 5년만 지나면 나중에 조부모가 사망해도 상속재산에 다시 합쳐지지 않는다. 아들에게 한 증여는 10년을 넘겨야 같은 효과를 본다.
다만 이 5년 룰은 아들이 조부모보다 먼저 사망해 손자가 대습상속인이 되는 순간 사라진다. 그때부터 손자는 상속인 신분으로 바뀌어 10년 합산 규정과, 앞서 살펴본 세대생략 할증 배제 규정을 동시에 적용받는다.
손자에게 유언으로 재산을 남기는 방식(유증)은 사전증여와 다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4조는 상속공제를 적용할 때, 선순위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유증한 재산가액만큼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먼저 빼고 남은 금액을 한도로 잡는다. 손자에게 아파트를 유증하면 그 아파트 가액만큼 배우자공제·일괄공제 같은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다. 살아있는 동안 미리 증여하는 것과 사망 후 유증으로 넘기는 것은 세금 계산 방식이 다르므로 나이와 건강 상태를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손자에게 바로 줄지, 아들을 거쳐 줄지는 할증 30%가 아니라 그 재산이 결국 누구 손에 남을 것인가로 판단해야 한다.
세대생략 증여는 할증 세율 하나만 보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두 번 나눠 낼 세금과 한 번에 30% 얹어 낼 세금 중 어느 쪽이 더 큰지, 그리고 그 계산의 전제가 되는 '결국 손자에게 갈 재산이 맞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금액이 크고 대상자가 여럿일수록 계산 결과가 크게 갈리므로, 실행하기 전에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해보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