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손녀의 학원비를 조부모가 대신 내주는 집이 늘고 있다. 맞벌이 자녀 부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지만, 매달 학원비를 보내다 보면 이것도 증여인지 의문이 든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부모가 손자에게 쓴 돈이 전부 증여세 대상은 아니다. 다만 생활비·교육비 비과세는 몇 가지 요건을 갖췄을 때만 인정되고, 요건을 벗어나면 증여재산공제(2천만원 또는 5천만원)를 넘는 순간 증여세가 부과된다. 이 글에서는 어디까지가 비과세이고 어디부터 신고 대상인지 2026년 기준으로 짚어본다.
조부모가 학원이나 학교에 직접 낸 교육비는 부모가 부양 능력이 없을 때만 비과세로 인정된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데도 조부모가 대신 부담하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조부모가 손자에게 돈을 주면 원칙적으로 증여세 대상이다
조부모가 손자에게 대가 없이 재산을 이전하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다. 현금이든 부동산이든, 학원비든 용돈이든 무상으로 넘어간 경제적 이익은 일단 증여로 본다.
다만 세법은 가족 간 통상적인 자금 이전까지 전부 과세하지는 않는다. 직계존속인 조부모가 직계비속인 손자에게 증여할 때는 증여재산공제가 적용된다. 손자가 성인이면 5천만원, 미성년자면 2천만원까지 10년간 공제된다. 이 공제 한도는 조부모와 부모에게 각각 따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직계존속 전체로부터 받은 금액을 10년 단위로 합산해 계산한다.
공제 한도를 넘는 금액에는 10~50%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게다가 조부모가 부모를 건너뛰어 손자에게 직접 증여하면 세대생략증여로 분류돼 산출세액의 30%가 할증된다. 미성년자인 손자가 20억원을 초과해 증여받으면 할증률은 40%로 올라간다.
증여세 신고기한은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다. 이 기한 안에 자진 신고하면 산출세액의 3%를 신고세액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다.
| 증여자 | 수증자 | 공제 한도 | 비고 |
|---|---|---|---|
| 배우자 | 배우자 | 6억원 | 10년 합산 |
| 직계존속(부모·조부모) | 직계비속(성인 자녀·손자) | 5천만원 | 조부모·부모 합산 10년 |
| 직계존속(부모·조부모) | 직계비속(미성년자) | 2천만원 | 조부모·부모 합산 10년 |
| 직계비속 | 직계존속 | 5천만원 | 10년 합산 |
| 기타 친족 | 기타 친족 | 1천만원 | 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 |
학원비·용돈이 비과세되려면 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학원비·용돈이 증여세 없이 인정되려면 누구에게 줬는가보다 어떻게 줬는가가 더 중요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6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35조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치료비를 비과세 증여재산으로 규정한다. 다만 이 비과세는 아무 조건 없이 적용되지 않는다.
비과세로 인정받으려면 다음 네 가지를 함께 충족해야 한다. 첫째, 부양의무가 있는 사람이 부양의무 이행으로 지급한 것이어야 한다. 둘째, 필요할 때마다 그 목적에 직접 지급해야 한다. 셋째,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이어야 한다. 넷째, 돈을 받는 손자가 자기 능력으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여야 한다.
넷째 요건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된다. 손자를 1차로 부양할 의무는 부모에게 있다. 부모가 소득이 있고 학원비를 낼 경제적 여력이 충분하다면, 조부모가 대신 냈다고 해도 손자가 자력으로 생활을 유지할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 이 경우 조부모의 대납은 비과세 요건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급 방식도 중요하다. 조부모가 학원이나 학교에 직접 납부하면 그 돈이 교육 목적으로만 쓰였다는 사실이 증빙으로 남는다. 반면 손자 명의 계좌로 돈을 보내고 그중 일부가 예금이나 투자로 쌓인다면, 국세청은 이를 생활비가 아니라 재산 이전으로 본다.
| 구분 | 비과세 인정 사례 | 과세 대상 전환 사례 |
|---|---|---|
| 지급 방식 | 학원·학교에 직접 송금 | 손자 명의 계좌로 입금 후 예치 |
| 금액 수준 | 통상 필요한 실비 수준 | 실제 필요액을 초과하는 정기 고액 |
| 부모 상황 | 부모의 부양 능력이 부족 | 부모가 경제적으로 충분히 부양 가능 |
| 사용 결과 | 학원비·급식비 등으로 즉시 소진 | 예금·투자·부동산 매입 등에 사용 |
부모가 여유 있는데도 조부모가 대신 내면 무슨 일이 생기나
부모가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가 있는데도 조부모가 계속 학원비나 용돈을 대신 낸다면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앞서 본 비과세 요건 중 손자가 자력으로 생활을 유지할 능력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부모의 소득만으로도 학원비를 감당할 수 있다면, 조부모의 대납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부양이 아니라 재산 이전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둘째, 조부모가 학원에 직접 돈을 냈다고 해도 실질을 따지면 원래 부모가 지출했어야 할 돈을 조부모가 대신 부담한 것이므로, 그만큼 부모의 재산이 줄지 않고 유지된 효과가 생긴다. 실무에서는 이런 경우를 손자에 대한 비과세 여부와 별개로 부모에 대한 이익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 판단이 갈린다.
셋째, 손자 명의 계좌로 매달 정기적으로 큰 금액이 들어가고 그 돈이 예금이나 투자로 쌓이면, 훗날 손자가 그 돈으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거나 주택을 살 때 자금출처조사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 경우 10년간 받은 금액을 합산해 증여재산공제(미성년자 2천만원, 성인 5천만원)를 초과하는 부분에 증여세가 부과되고, 무신고 상태였다면 가산세까지 함께 추징된다.
신고 없이 넘어간 금액도 손자 명의로 부동산을 사거나 큰 지출을 할 때 자금출처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증여일부터 지난 기간에 대한 납부지연가산세(일 0.022%)까지 함께 추징된다.
그래도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면
조부모 입장에서는 어차피 손자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라면, 부모를 거치지 않고 직접 넘기는 편이 유리한지 궁금할 수 있다. 결론은 금액과 시점에 따라 다르다.
세대생략증여, 즉 조부모가 부모를 건너뛰어 손자에게 직접 증여하는 방식은 산출세액의 30%가 할증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조부모에서 부모로, 부모에서 손자로 두 번 거쳐야 할 과세 단계를 한 번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 상속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세대를 압축해 재산을 이전하고 싶다면, 할증을 감수하더라도 총 세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조부모가 부모에게 먼저 증여하고 부모가 다시 손자에게 증여하는 방식은 할증이 붙지 않는다. 다만 부모에게서 손자로 다시 증여하는 시점에 별도로 증여세가 한 번 더 부과될 수 있어, 소액을 나눠 여러 세대에 걸쳐 이전할 때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이전하려는 금액, 손자의 나이, 상속 개시가 예상되는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금액이 클수록 사전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부분이므로, 구체적인 세액 비교는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 구분 | 세대생략증여(조부모→손자 직접) | 부모경유 증여(조부모→부모→손자) |
|---|---|---|
| 공제 한도 | 5천만원(미성년자 2천만원) | 단계별로 각각 5천만원(미성년자 2천만원) |
| 할증과세 | 산출세액의 30%(미성년 20억 초과 40%) | 없음 |
| 과세 횟수 | 원칙적으로 1회 | 재증여 시 2회 과세 가능 |
| 적합한 경우 | 상속까지 오래 남아 세대를 압축하고 싶을 때 | 소액을 나눠 여러 세대에 걸쳐 이전할 때 |
조부모의 학원비·용돈 대납은 부모의 부양 능력과 지급 방식에 따라 비과세와 과세가 갈린다.
손자 세대까지 재산을 넘기려는 조부모가 늘면서 생활비·교육비 명목의 자금 이전도 함께 늘고 있다. 다만 비과세 요건은 생각보다 좁고, 부모의 경제 상황과 지급 방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금액이 크거나 정기적으로 반복된다면 신고 여부를 미리 점검해 두는 것이 가산세를 피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