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형제 두 명이 법정상속분대로 상속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몇 달 뒤, 부모님을 오래 모신 장남 쪽에서 "내가 더 가져가는 게 맞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형제끼리 합의만 되면 등기를 다시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등기까지 이미 끝난 상속재산을 형제들끼리 재협의로 다시 나누는 순간, 국세청은 이를 상속이 아니라 증여로 볼 수 있다. 초과로 더 가져간 몫에 증여세가 붙는지는 딱 하나, 재분할이 이루어진 시점이 상속세 신고기한 안이었는지에 달려 있다.
상속세 신고기한(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안에 재분할하면 증여세가 없고, 기한을 넘겨 재분할하면 초과 취득분 전체가 증여로 과세됩니다. 등기를 이미 마쳤는지가 아니라 신고기한 도과 여부가 실질적인 분기점입니다.
왜 재분할은 상속이 아니라 증여로 보는가
민법 제1015조는 협의분할의 효력이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한다고 정한다. 이 소급효 덕분에 형제 한 명이 법정상속분보다 많이 가져가더라도, 그 재산은 처음부터 피상속인으로부터 직접 물려받은 것으로 취급되어 증여세가 붙지 않는다. 대법원도 공동상속인 간 협의분할로 한 명이 고유 상속분을 초과해 취득했더라도 이는 상속 개시 당시 피상속인으로부터 승계받은 것이지 다른 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은 아니라고 판시해 왔다.
문제는 이 소급효가 최초 한 번의 분할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형제들이 이미 법정상속분대로 협의분할을 마치고 등기까지 끝냈다면, 그 시점에서 각자의 상속분은 확정된다. 이후 다시 나누는 두 번째 분할은 법적으로 상속이 아니라 이미 확정된 재산을 형제들끼리 주고받는 별개의 거래로 취급된다.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조 제3항은 이 재분할로 당초 상속분을 초과해 취득하는 재산을, 상속분이 줄어든 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신고기한 안이냐 밖이냐 — 증여세를 가르는 기준
재분할이 상속세 신고기한(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안에 이루어졌는지가 과세 여부를 가르는 유일한 실질적 기준이다. 신고기한 안에 재협의분할이 이루어지면 최초 협의분할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아, 재분할한 내용대로 상속받은 것으로 인정된다. 등기를 이미 한 번 마쳤더라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6개월을 넘긴 뒤의 재분할은 상속이 아니라 형제 간 재산 이전, 즉 증여로 취급된다.
| 구분 | 재분할 시점·상황 | 증여세 과세 여부 |
|---|---|---|
| 원칙 | 신고기한(6개월) 이내 재분할 | 과세 안 됨 |
| 원칙 | 신고기한 경과 후 재분할 | 초과 취득분 과세 |
| 예외 1 | 채권자대위권 행사로 법정상속분 등기된 재산의 재분할 | 과세 안 됨 |
| 예외 2 | 무효·취소 등 정당한 사유로 인한 재분할(시행령 제3조의2) | 과세 안 됨 |
예외로 인정되는 사유는 넓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는 공동상속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채권자가 민법 제404조에 따른 대위권을 행사해 법정상속분대로 강제로 등기해 버린 뒤, 상속인들이 원래 의도대로 다시 협의분할하는 경우다. 이때는 강제로 정해진 지분이 상속인들의 진짜 의사가 아니었으므로, 이후의 재협의를 최초 분할로 인정해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초과 취득분 2억원, 세금은 실제로 얼마인가
형제 두 명이 10억원짜리 상속재산을 법정상속분대로 각 5억원씩 나눠 등기까지 마쳤다가, 신고기한이 지난 뒤 장남이 7억원·차남이 3억원을 갖는 것으로 재분할했다고 하자. 장남의 초과 취득분 2억원은 차남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형제자매 간 증여는 직계존비속이 아닌 기타친족으로 분류되어 증여재산공제 1천만원이 적용되고, 나머지 1억 9천만원에 세율 20%(누진공제 1천만원) 구간이 적용된다.
| 계산 단계 | 금액·내용 |
|---|---|
| 최초 협의분할(등기 완료) | 형제 2인 각 5억원 취득 |
| 재분할(신고기한 경과 후) | 장남 7억원 · 차남 3억원으로 변경 |
| 장남의 초과 취득분 | 2억원 (차남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 |
| 증여재산공제(형제자매, 기타친족) | 1천만원 |
| 증여세 과세표준 | 1억 9천만원 |
| 산출세액 (1억 9천만원 × 20% − 누진공제 1천만원) | 2,800만원 |
| 신고세액공제(3%) | −84만원 |
| 자진납부할 세액 | 2,716만원 |
과세표준이 신고기한 도과 전후로 갈리는 실질적 분기점은, 상속세 신고를 이미 마쳤는지가 아니라 재분할 등기 시점이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6개월을 넘었는지다. 상속세 신고를 이미 끝냈어도 6개월 안에만 재분할 등기를 마치면 증여세는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신고를 안 했더라도 6개월을 넘겨 재분할하면 과세 대상이 된다.
재분할로 초과 취득이 확정되면 증여세 신고 의무가 별도로 새로 생깁니다. 증여세는 재분할 등기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하며, 기한을 넘기면 무신고가산세(통상 20%, 부정행위는 40%)와 납부지연가산세가 함께 붙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함정들
등기원인을 "재산분할협의해제"로 적으면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는, 부모님을 오래 모신 장남이 상속세 신고까지는 법정상속분대로 마쳤다가, 신고 후 반 년 넘게 지나서야 형제들과 새로 합의서를 쓰고 등기를 다시 하는 경우다. 이때 법무사를 통해 등기원인을 "협의분할해제 및 재협의분할"로 기재해도, 과세관청은 문구가 아니라 실제 재산 이전의 실질, 즉 누가 무엇을 언제 더 가졌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문구를 바꾼다고 신고기한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채권자대위권 예외도 실무에서 오해가 많다. 이 예외는 상속인들이 원하지 않았는데 채권자가 강제로 법정상속분 등기를 넣은 경우에만 적용된다. 상속인들이 스스로 법정상속분대로 등기해 놓고 나중에 "사실은 채권 문제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는 식으로는 인정받기 어렵다. 예외 사유는 좁게 해석된다는 점을 전제로 판단해야 한다.
초과 취득분에는 증여세만 걸리는 것이 아니다. 재분할로 인한 초과 취득이 유상취득이 아닌 무상취득으로 분류되면서 취득세율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놓치기 쉽다. 정확한 취득세율은 취득 유형과 지역별 조례에 따라 달라지므로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재분할로 상속인별 상속재산가액이 바뀌면, 이미 마친 상속세 신고 내용도 함께 수정신고하거나 경정청구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등기까지 마친 상속재산의 재분할은, 신고기한 6개월을 넘기는 순간 상속이 아니라 증여가 됩니다.
형제들 간의 합의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세법은 그 합의가 언제 이루어졌는지를 따진다. 재분할을 계획하고 있다면 등기부터 서두르기 전에 상속개시일과 신고기한부터 계산해 보는 편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