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8년 전 아들에게 상가를 증여했다. 그 상가는 이미 아들 명의로 등기까지 끝났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상속세를 신고하려니 세무사가 이 상가도 다시 계산에 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아들 재산인데 왜 상속재산으로 다시 잡히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상담이 적지 않다.
답은 명확하다. 상속인에게 준 재산은 상속이 개시되기 전 10년을 채우지 못하면 상속재산에 다시 합산된다.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준 재산은 5년이 기준이다. 그 기간을 채우고 나서 돌아가셔야 비로소 그 재산은 상속세 계산에서 완전히 빠진다.
이 글은 왜 이런 규정이 있는지, 합산되면 세금이 실제로 얼마나 달라지는지,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함정은 무엇인지, 자녀와 손자 중 누구에게 먼저 증여하는 게 유리한지를 2026년 기준으로 짚는다.
상속인에게 한 증여는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한 증여는 5년 이내 것만 상속재산에 합산된다. 이미 낸 증여세는 상속세에서 세액공제로 돌려받지만, 이 공제에는 한도가 있어 상황에 따라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왜 10년 전 증여까지 상속재산에 다시 넣을까
상속인에게 미리 준 재산을 그대로 두면, 세율 구간을 여러 번 나눠 쓰는 방법으로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3조는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과, 5년 이내에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재산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하도록 정한다.
여기서 '상속인인지 아닌지'는 증여받은 시점이 아니라 상속이 개시된 시점, 즉 사망일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증여할 당시엔 상속인이 아니었던 사람이라도 상속개시 시점에 상속인 지위를 갖게 되면 10년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며느리에게 증여한 뒤 아들이 먼저 사망해 며느리가 대습상속인이 되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사안은 가족관계와 증여·사망 시점이 복잡하게 얽히므로 개별적으로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이 규정이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숫자로 확인하면 이해가 빠르다. 같은 10억원짜리 재산을 한 번에 상속받을 때와, 3억원을 미리 증여하고 나머지 7억원을 상속받을 때(합산 규정이 없다고 가정)를 비교하면 이렇다.
| 구분 | 한 번에 상속(10억원) | 증여+상속으로 분산(3억원+7억원, 합산 없다고 가정) |
|---|---|---|
| 과세표준 | 5억원(10억원-일괄공제 5억원) | 증여 2억5,000만원 + 상속 2억원 |
| 적용 세율 | 20% 단일 구간 | 증여 20%, 상속 10%·20% 혼합 |
| 산출세액 | 9,000만원 | 7,000만원 |
| 차이 | - | 2,000만원 적게 부담 |
재산을 쪼개 여러 번 낮은 세율 구간을 통과시키면 실제로 세금이 줄어든다. 상증법 13조가 없다면 이 방법은 합법적인 절세 수단이 된다. 합산 규정은 정확히 이 지점을 막는다. 상속인에게 준 재산을 10년 안에 상속으로 이어받으면, 처음부터 한 번에 상속받은 것처럼 세율을 다시 계산한다.
합산되면 상속세는 실제로 얼마나 달라지나
위 사례를 상증법 13조대로 다시 계산하면, 미리 증여했든 안 했든 최종 세부담은 거의 같아진다.
3억원을 미리 증여하고 7억원을 상속받는 사례를 상증법대로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증여 당시: 성년 자녀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은 2억5,000만원이다. 세율 20%, 누진공제 1,000만원을 적용해 산출세액은 4,000만원, 신고세액공제 3%를 적용한 기납부 증여세는 3,880만원이다.
상속개시 시: 잔여 상속재산 7억원에 10년 이내 사전증여재산 3억원을 더하면 과세가액은 10억원이다. 상속공제(일괄공제) 5억원을 빼면 과세표준은 5억원, 세율 20%·누진공제 1,000만원을 적용한 산출세액은 9,000만원이다. 이미 낸 증여세 3,880만원을 세액공제로 빼면 5,120만원, 신고세액공제 3%를 다시 적용하면 최종 상속세는 약 4,966만원이다.
증여세와 상속세를 합친 총 부담은 3,880만원+4,966만원=8,846만원이다. 한 번에 10억원을 상속받았을 때의 부담(9,000만원의 97%인 8,730만원)과 비교하면 차이는 116만원에 불과하다. 미리 나눠 냈다고 해서 세금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합산 규정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과세표준 | 세율 | 누진공제액 |
|---|---|---|
| 1억원 이하 | 10% | 없음 |
|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 20% | 1,000만원 |
|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 30% | 6,000만원 |
|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 40% | 1억6,000만원 |
| 30억원 초과 | 50% | 4억6,000만원 |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이 하나 있다. 사전증여재산은 상속개시 시점이 아니라 증여 당시의 평가액으로 합산된다. 3억원짜리 재산이 상속개시 시점에 6억원으로 올랐더라도, 상속세 계산에는 증여 당시 가액 3억원만 들어간다. 사전증여로 세금을 당장 줄이는 효과는 크지 않지만, 재산가치가 오르기 전에 미리 넘겨 향후 상승분을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빼는 효과는 분명하다.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함정 — 증여세액공제 한도
재산 대부분을 미리 증여하고 정작 상속개시 시점에 남은 재산이 별로 없으면, 이미 낸 증여세를 상속세에서 다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 상담에서 종종 보는 사례다. 고령의 부모가 보유 재산 대부분을 자녀 한 명에게 미리 넘기고, 정작 사망 시점에는 예금 몇 천만원 정도만 남아 있는 경우다.
9년 전 아버지가 아들에게 상가 지분 8억원을 증여했다고 하자.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적용한 과세표준은 7억5,000만원, 세율 30%·누진공제 6,000만원을 적용한 산출세액은 1억6,500만원, 신고세액공제 3%를 적용해 아들이 실제로 낸 증여세는 약 1억6,000만원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은 재산은 예금 5,000만원뿐이었다. 사전증여재산 8억원을 더하면 상속세 과세가액은 8억5,000만원, 상속공제 5억원을 빼면 과세표준은 3억5,000만원, 세율 20%·누진공제 1,000만원을 적용한 상속세 산출세액은 6,000만원이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증여세액공제 한도는 상속세 산출세액에 '상속세 과세표준 중 사전증여재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곱해 계산한다(상증법 28조). 사전증여재산의 과세표준(7억5,000만원)이 상속세 과세표준(3억5,000만원)보다 크기 때문에 이 비율은 1을 넘고, 이 경우 한도는 상속세 산출세액인 6,000만원으로 제한된다. 아들이 이미 낸 증여세 1억6,000만원 중 6,000만원만 상속세에서 공제받고, 나머지 1억원은 그대로 사라진다.
재산 대부분을 미리 증여해 상속개시 시점에 남은 재산이 거의 없다면, 기납부 증여세를 상속세에서 전액 공제받지 못할 수 있다. 사전증여를 계획할 때는 미리 줄 재산과 남길 재산의 비율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자녀에게 줄까, 손자에게 줄까 — 판단 기준
상속인이 아닌 손자에게 증여하면 5년만 지나면 합산에서 빠지지만, 세대생략 할증세 때문에 무조건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손자·며느리·사위처럼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준 재산은 5년만 지나면 합산 대상에서 빠진다. 반면 자녀에게 준 재산은 10년을 채워야 한다. 기간만 보면 손자 증여가 유리해 보이지만, 손자에게 증여하면 상속세 산출세액에 30%를 할증한다(미성년자인 손자는 40%). 세대를 하나 건너뛰어 상속세를 한 번만 내게 되는 데 대한 페널티다.
이 둘의 유불리는 결국 피상속인이 그 기간을 채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건강 상태나 연령을 볼 때 10년 이상 생존이 확실시된다면, 자녀에게 증여하는 편이 낫다. 할증이 없고, 10년만 지나면 완전히 상속재산에서 빠진다. 반대로 지병이 있거나 고령이라 10년을 채우기 어려워 보인다면, 5년만 넘기면 되는 손자 증여를 검토할 만하다. 할증 30~40%를 감안해도, 상속재산에 그대로 합산돼 상속세 최고세율 구간(40~50%)이 적용되는 것보다 나은 경우가 있다.
정부는 2028년 시행을 목표로 상속세 과세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 과정에서 사전증여재산 합산 기준도 함께 손질될 예정이다.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방안이므로, 지금 증여를 계획한다면 현재 시행 중인 상속인 10년·비상속인 5년 기준으로 판단하되 법 개정 동향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
상속인에게 준 재산은 10년을 채워야 비로소 완전히 남의 것이 된다.
사전증여로 세금을 아낄 수 있는지는 몇 년이 남았는지, 남길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받는 사람이 상속인인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재산이라도 계산 방식에 따라 공제받는 금액이 수천만원씩 차이 나므로, 실제 상황에 맞춰 개별로 계산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