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 이름으로 저축성보험에 가입해 놓고 보험료를 계속 대신 내온 경우, 실제 상담에서 정말 자주 나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 만기가 되어 보험금을 자녀 명의 계좌로 받으면 그 돈에 증여세가 붙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붙는다. 보험료를 낼 때가 아니라 보험금을 받는 시점에, 자녀가 부담하지 않은 보험료에 해당하는 보험금 상당액이 증여재산으로 잡힌다. 신고를 안 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자금 흐름이 드러나 가산세까지 무는 사례가 상속·증여 상담에서는 드물지 않다.
부모가 대신 낸 저축성보험료로 쌓인 만기보험금은 자녀가 부담하지 않은 금액만큼 증여재산가액으로 잡힌다. 증여 시기는 보험료 납입일이 아니라 만기(보험사고) 발생일이며, 그날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만기보험금이 증여재산이 되는 이유
보험금과 증여재산을 연결하는 근거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4조다. 보험금 수령인과 보험료를 실제로 낸 사람이 다르면, 수령인이 아닌 사람이 부담한 보험료에 해당하는 보험금 상당액을 수령인의 증여재산가액으로 본다. 증여로 보는 시점은 보험료를 낸 날이 아니라 보험사고, 즉 만기보험금 지급을 포함한 사고가 발생한 날이다.
계약자나 수익자 명의를 자녀로 해놓아도 실제 돈을 낸 사람이 부모라면 세법은 명의가 아니라 실질 부담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부모 계좌에서 보험료가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다 만기 시점에 보험금이 자녀 계좌로 들어가는 구조가 상담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증여재산가액은 얼마로 계산되나
증여재산가액은 자녀가 실제로 부담한 보험료 비율만큼을 빼고 계산한다. 계산식은 보험금에 총 납입보험료 중 자녀가 아닌 사람, 즉 부모가 낸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곱하는 방식이다. 부모가 전액을 냈다면 자녀 부담분이 0이므로 보험금 전액이 그대로 증여재산가액이 된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로 계산해 보자. 부모가 자녀 명의 저축성보험에 20년간 매월 50만 원씩, 총 1억2,000만 원을 대신 납입했고 만기보험금으로 1억8,000만 원이 지급됐다고 가정한다. 자녀가 낸 보험료는 0원이므로 증여재산가액은 보험금 전액인 1억8,000만 원이다. 성년 자녀가 10년 안에 다른 증여를 받은 적이 없다면 증여재산공제 5,000만 원을 뺀 과세표준은 1억3,000만 원이 된다. 세율 20% 구간(누진공제 1,000만 원)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1,600만 원이고, 기한 내 신고로 3% 세액공제를 받으면 실제 납부세액은 1,552만 원이다.
| 과세표준 | 세율 | 누진공제액 |
|---|---|---|
| 1억원 이하 | 10% | 없음 |
| 1억원 초과 ~ 5억원 이하 | 20% | 1,000만원 |
| 5억원 초과 ~ 10억원 이하 | 30% | 6,000만원 |
| 10억원 초과 ~ 30억원 이하 | 40% | 1억6,000만원 |
| 30억원 초과 | 50% | 4억6,000만원 |
같은 총납입액 1억2,000만 원, 보험금 1억8,000만 원을 부담 방식별로 나눠보면 세부담 차이가 뚜렷하다.
| 구분 | 자녀 전액 부담 | 공동부담(부모 9천만/자녀 3천만) | 부모 전액 부담 |
|---|---|---|---|
| 증여재산가액 계산 | 해당 없음 | 1.8억 × (9천만/1.2억) | 보험금 전액 |
| 증여재산가액 | 0원 | 1억3,500만원 | 1억8,000만원 |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함정과 판단 기준
가장 흔한 오해는 "현금으로 미리 증여했으니 보험금은 다시 과세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현금을 먼저 증여하고 그 돈으로 자녀가 직접 보험료를 낸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이때는 현금을 증여받은 시점에 그 현금 자체가 한 차례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고, 이후 만기보험금이 납입한 보험료 합계보다 많다면 그 차액도 별도로 증여재산가액이 된다. 이중과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금증여와 보험차익증여라는 별개의 두 거래를 각각 과세하는 구조다.
부모가 직접 보험료를 대신 내는 방식과, 현금을 먼저 준 뒤 자녀가 직접 내는 방식은 과세 시점과 횟수에서 갈린다. 전자는 만기 시점 한 번, 후자는 현금증여 시점과 만기 시점 두 번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이 실무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미성년 자녀 명의로 든 보험은 세부담이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증여재산공제가 2,000만 원으로 성년 자녀의 5,000만 원보다 작기 때문에, 같은 금액의 만기보험금이라도 과세표준이 더 크게 잡힌다.
증여세 신고기한은 만기보험금을 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다. 기한을 넘기면 무신고가산세 20%(부정행위인 경우 40%)와 하루 0.022%(연 약 8.03%)의 납부지연가산세가 추가로 붙는다.
신고는 언제, 어떻게 하나
신고기한은 만기일, 즉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다. 이 기간 안에 보험사에서 발급하는 만기보험금 지급확인서와 보험료 납입증명원을 확보해 실제 보험료 부담자를 확인하고, 그 비율에 따라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한 뒤 관할세무서에 증여세 신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보험금은 만기에 받지만 증여세 판단은 보험료를 누가 냈는지에서 시작된다.
계약자·수익자 명의보다 실제 자금 흐름이 우선이므로, 만기 전에 보험료 납입 내역과 자금출처를 미리 정리해 두는 편이 신고 단계에서 훨씬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