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법인을 설립한 대표들 중에는 상법상 발기인 수를 채우려고 형, 매형, 처남, 조카 같은 친척 이름을 빌려 주식을 나눠 등재해 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회사가 자리를 잡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실 자체를 잊고 지내다가, 가업승계나 지분 정리를 준비하는 시점에 와서야 남의 이름으로 걸려 있는 자기 주식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문제는 지금 그 주식을 원래 주인 이름으로 되돌리려는 순간이다. 회사 가치가 설립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커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명의를 옮기는 행위 자체가 새로운 증여로 잡혀 세금 폭탄을 맞는 것은 아닌지가 가장 먼저 걸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세청이 명의신탁주식 실소유자 확인제도를 통해 실제소유자로 인정하면 주식을 되찾는 행위 자체에는 증여세가 붙지 않는다. 다만 이 인정을 받으려면 정해진 요건을 갖춰 소명해야 하고, 인정을 받는 것과 30년 전 최초로 명의신탁을 했던 시점의 증여세 문제가 완전히 끝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실제소유자로 인정되면 환원(명의 회복) 자체는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요건을 못 갖춰 불인정되면 명의자에서 실제소유자로의 무상이전으로 추정되어 증여세가 전액 과세될 수 있고, 최초 명의신탁 당시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면 그 부분은 확인 여부와 무관하게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명의신탁주식 실소유자 확인제도, 어떤 회사가 신청할 수 있나
이 제도는 아무 명의신탁 주식에나 적용되지 않고, 설립 시기와 명의신탁 사유가 특정 조건에 들어맞는 경우로 신청 대상이 좁혀져 있다. 2001년 7월 23일 이전에는 상법상 발기인이 일정 인원 이상이어야 법인 설립이 가능했다. 1996년 9월 30일 이전에는 7인 이상, 그 이후부터 2001년 7월 23일까지는 3인 이상이 필요했고, 이 요건 때문에 실제로 자본을 대지 않은 형제·매형·조카 명의를 발기인 명부에 올리는 관행이 널리 퍼졌다. 2001년 7월 24일 상법 개정으로 1인 회사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이런 명의신탁을 해야 할 이유 자체가 사라졌다. 국세청이 실소유자 확인제도의 적용 대상을 2001년 7월 23일 이전 설립 법인으로 한정해 둔 배경이다.
요건을 하나씩 보면, 첫째로 주식발행법인이 2001년 7월 23일 이전에 설립되었고 실명전환일 현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2조가 정하는 중소기업에 해당해야 한다. 둘째로 실제소유자와 명의수탁자가 모두 법인설립 당시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던 사람이어야 하고, 그 당시 명의신탁한 주식을 그대로 환원하는 경우여야 한다. 설립 이후에 새로 신탁한 주식이나 애초에 발기인이 아니었던 사람 명의는 이 제도의 대상이 아니다. 셋째로 종전에는 실명전환하는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실제소유자별·발행법인별로 30억원 미만이어야 했다. 국세청이 2026년 8월 31일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이 금액 기준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 확정 시행 전 단계이므로, 신청 시점에 실제 적용되는 기준은 관할 세무서에 다시 확인이 필요하다.
| 설립 시기 | 상법상 발기인 수 | 실소유자 확인제도 대상 |
|---|---|---|
| 1996.9.30 이전 | 7인 이상 | 대상 |
| 1996.10.1~2001.7.23 | 3인 이상 | 대상 |
| 2001.7.24 이후 | 제한 없음(1인 가능) | 대상 아님 |
실소유자로 인정받으면 증여세는 정말 안 나오는가
인정 여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갈린다. 실제소유자로 확인되면 주식 명의를 되찾는 행위는 새로운 재산 이전이 아니라 원래 있던 권리관계를 회복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 환원 자체에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확인제도를 통과했다고 해서 이 사안의 모든 세금 문제가 끝났다고 보는 것은 실무자들이 가장 자주 지적하는 오해다. 최초 명의신탁 당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에 따른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가 성립했는지는 확인 여부와 별개로 판단된다.
조세회피목적 판단에서 대법원은 명의신탁이 조세회피 외의 다른 이유로 이루어졌고 그로 인한 조세경감이 사소한 정도에 그친다면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두31460 판결 등 참고). 발기인 수를 채우기 위한 명의신탁은 상법상 강제 요건을 지키려는 목적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조세회피 목적을 부정할 여지가 있는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힌다. 그러나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납세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고, 국세청은 그 기간 동안 배당을 받은 적이 있는지, 명의자가 실제로 회사 경영에 관여했는지까지 함께 살핀다.
증여세는 국세부과제척기간(원칙 10년, 무신고·부정행위가 있었던 경우 15년)이 지나면 부과할 수 없어 1990년대 명의신탁은 이미 이 기간이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국세기본법 제26조의2에는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에 해당하는 부정행위로 포탈한 세액과 관련된 재산가액이 5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과세관청이 상속 또는 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는 제척기간이 지났더라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특례를 두고 있다. 실소유자 확인 신청 과정에서 국세청이 명의신탁 사실을 새로 확인하는 순간이 이 기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다만 대부분의 발기인 명의신탁은 주식가액이 50억원에 못 미치므로, 이 특례가 실제로 작동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실제 계산으로 비교해보는 인정과 불인정의 차이
숫자로 보면 인정과 불인정 사이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분명해진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를 들면,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A씨는 1996년 법인 설립 당시 발기인 7인 요건을 맞추려 매형 명의로 액면 5천원짜리 보통주 4천주(액면가 합계 2천만원)를 등재했다. 2026년 현재 회사의 비상장주식 보충적 평가액이 주당 25만원까지 오르면서, 실명전환 대상 주식가액은 10억원(4,000주×25만원)이 됐다.
| 구분 | 실제소유자 인정 | 실제소유자 불인정(증여 추정) |
|---|---|---|
| 실명전환 주식가액 | 10억원 | 10억원 |
| 과세 성격 | 원상회복, 과세대상 아님 | 매형→A씨 무상이전으로 추정 |
| 증여재산공제 | 해당 없음 | 기타친족 공제 1,000만원 |
| 과세표준 | - | 9억9,000만원 |
| 적용 세율(10억원 이하 구간) | - | 30%, 누진공제 6,000만원 |
| 산출세액 | 0원 | 2억3,700만원 |
| 신고세액공제(3%) 적용 후 | 0원 | 약 2억2,989만원 |
이 계산에서 보듯 실질적인 분기점은 금액 자체가 아니라 소명자료의 완성도다. 발기인총회 의사록, 설립 당시 정관, 명의신탁 사실과 환원 경위를 보여주는 확인서, 실제 자금을 낸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통장 내역 정도를 갖추고 있는지가 인정과 불인정을 가른다. 특히 실명전환 대상 주식가액이 20억원을 넘으면 관할 세무서가 자체 판단하지 않고 명의신탁주식 실명전환자문위원회 자문을 거치므로, 소명자료의 수준을 그만큼 더 꼼꼼히 갖춰야 한다.
기타친족(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 합산해 1,000만원에 그칩니다. 배우자·직계존비속 간 증여와 달리 공제 폭이 작아, 불인정 시 세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구조라는 점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신청 전에 챙겨야 할 자료와 절차,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함정
확인신청은 서류를 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절차마다 확인해야 할 지점이 다르다.
신청인 주소지 관할 세무서 재산세과를 먼저 방문해 대상 요건에 해당하는지,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사전 확인을 받는 편이 안전하다. 이후 명의신탁주식 실제소유자 확인신청서와 함께 당초 명의신탁 사실 및 실제소유자에게 환원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빙, 예를 들면 정관, 발기인 명부, 주식 취득자금 출처, 배당금 수령 내역 등을 갖춰 제출한다. 실명전환 주식가액이 20억원 이상이거나 실제소유자 여부가 불분명하면 명의신탁주식 실명전환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처리된다.
확인통지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세금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명의자가 그동안 받은 배당소득을 본인 소득으로 신고했다면, 실제소유자로 확인된 뒤에는 그 배당소득이 실제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재정리되면서 종합소득세 문제가 새로 불거질 수 있다. 배당 이력이 있는 회사라면 신청 전에 배당소득 처리 방향까지 함께 정리해야 한다. 명의수탁자가 이미 사망했거나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상속인 전원의 동의나 별도 확인 절차가 추가로 필요해 처리 기간이 길어진다는 점도 미리 감안해야 한다.
명의신탁주식을 되찾는 일은 서류 몇 장을 내는 절차가 아니라, 30년 전 그 명의가 왜 남의 이름으로 남아 있었는지를 지금 다시 증명하는 작업이다.
발기인 수를 채우기 위한 명의신탁은 조세회피 목적을 부정할 여지가 큰 유형이지만, 그 여지를 실제 인정으로 연결하려면 30년 전 자료를 지금 갖춰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남는다. 가업승계나 지분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면 실명전환 신청은 그 계획보다 먼저 움직여야 하는 절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