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급하게 목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서 "이자는 나중에 갚을 때 같이 챙겨드릴게요"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이런 무이자 대출을 이자를 아낀 만큼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출 원금이 약 2억 1,739만원을 넘으면 그 순간부터 증여세 문제가 생긴다. 그 이하 금액이라면 이자를 한 푼도 주지 않아도 세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 기준선을 넘는지 여부만큼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는데, 차용증을 썼다는 사실만으로는 국세청이 이 돈을 대출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모 자녀 간 무이자 대출은 원금 × 연 4.6%로 계산한 이익이 연 1,000만원 이상이면 그 이익 전액이 증여재산가액이 된다. 원금으로 환산하면 약 2억 1,739만원이 과세 여부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무이자로 빌리면 왜 증여로 보는가
세법은 시장 이자를 내지 않고 돈을 빌린 것 자체를 이익으로 본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4(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는 특수관계인으로부터 금전을 무상으로, 또는 적정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빌린 경우 그 차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계산하도록 정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는 세법상 특수관계인이므로 이 규정이 바로 적용된다.
계산 방법은 같은 법 시행령 제31조의4에 나온다. 이익은 "대출금액 × 적정이자율 - 실제 지급한 이자"로 산정하고, 적정이자율은 당좌대출이자율을 고려해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데 2026년 현재 연 4.6%다. 이자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무이자 대출이라면 실제 지급이자가 0원이므로, 이익은 결국 "원금 × 4.6%"로 단순화된다.
여기서 실무자들이 자주 놓치는 부분이 하나 있다. 시행령이 정한 1,000만원이라는 기준금액은 세금을 깎아주는 공제가 아니라, 과세 여부 자체를 가르는 문턱이라는 점이다. 계산된 이익이 1,000만원에 못 미치면 증여세가 전혀 없지만, 1,000만원 이상이면 초과분만이 아니라 이익 전액이 증여재산가액으로 잡힌다. "1,000만원까지는 빼주고 나머지만 과세되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문턱을 넘는 순간 계산된 이익 전체가 그대로 과세 대상이 된다.
얼마부터 증여세가 부과되는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연간 이익이 1,000만원이 되는 원금을 역산하면 1,000만원 ÷ 4.6% ≈ 2억 1,739만원이 나온다. 이 금액을 무이자로 빌리는 것까지는 세법상 아무 문제가 없고, 이 금액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초과 원금이 아니라 계산된 이익 전체가 증여로 잡힌다.
| 대출 원금 | 연간 이익(원금×4.6%) | 1,000만원 기준 | 증여세 과세 여부 |
|---|---|---|---|
| 1억원 | 460만원 | 미달 | 과세 제외 |
| 2억원 | 920만원 | 미달 | 과세 제외 |
| 2억 1,739만원 | 약 1,000만원 | 기준선 | 분기점 |
| 3억원 | 1,380만원 | 초과 | 전액(1,380만원) 과세 |
| 5억원 | 2,300만원 | 초과 | 전액(2,300만원) 과세 |
더 무서운 부분은 이 계산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대출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세법은 그 기간을 1년으로 보고, 1년이 지난 뒤에도 대출이 그대로 유지되면 그 다음 날 새로 대출받은 것으로 보아 이익을 다시 계산한다. 즉 원금을 갚지 않고 계속 놔두면 매년 같은 이익이 반복해서 증여재산가액에 쌓인다.
예를 들어 자녀가 부모에게 5억원을 무이자로 빌리고 상환 없이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자. 연간 이익은 5억원×4.6%=2,300만원이다. 다른 증여가 없었다면 성년 자녀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이 있으므로 1~2년차까지는 누적 4,600만원이 공제 범위 안에 들어 세금이 없다. 그런데 3년차에 누적 6,900만원이 되면서 공제 5,000만원을 넘는 1,900만원에 10% 세율이 적용돼 190만원의 증여세가 발생한다. 대출을 계속 유지하면 4년차부터는 매년 2,300만원 전액에 세금이 새로 붙는다.
1,000만원 기준금액은 초과분만 공제해주는 장치가 아니다. 이익이 1,000만원을 넘으면 그 이익 전체가 증여재산가액이 되고, 원금을 갚지 않고 대출을 계속 유지하면 이 계산이 매년 새로 반복된다.
이자를 조금이라도 주면 달라지는가
결론은 "줄어들 뿐 사라지지 않는다"이다. 실제 이자를 지급하면 이익은 "원금×4.6% - 실제 지급이자"로 줄어들지만, 그 줄어든 이익도 1,000만원을 넘으면 여전히 전액이 과세된다. 예를 들어 3억원을 빌리고 연 1%(300만원) 이자를 지급했다면 이익은 1,380만원-300만원=1,080만원이 되는데, 여전히 1,000만원 이상이므로 1,080만원 전액이 증여로 잡힌다. 이자를 조금 준다고 기준금액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증여세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함정이 하나 더 있다. 부모가 실제로 이자를 받는다면, 그 이자는 부모 입장에서 "비영업대금의 이익"에 해당하는 이자소득이 된다. 이 경우 이자를 지급하는 자녀가 원천징수 의무자가 되어 이자 지급액의 27.5%(소득세 25%+지방소득세 2.5%)를 원천징수한 뒤 다음 달 10일까지 신고·납부해야 한다. "무이자보다는 이자를 조금이라도 챙겨드리는 게 안전하겠다"고 판단했다가, 정작 원천징수 신고 자체를 빠뜨리는 사례가 실무에서 적지 않다.
| 구분 | 무이자 | 연 1% 이자 지급 | 연 4.6% 이상 지급 |
|---|---|---|---|
| 연간 이익 | 1,380만원 | 1,080만원 | 0원 |
| 증여세 과세 | 전액 과세 | 전액 과세 | 과세 없음 |
| 이자소득 원천징수(27.5%) | 해당 없음 | 발생(자녀가 원천징수) | 발생(자녀가 원천징수) |
여기서 판단 기준이 나온다. 원금이 2억 1,739만원 이하라면 무이자가 가장 단순하다. 증여세도, 원천징수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 금액을 넘겨서 빌려야 한다면 어중간하게 낮은 이자를 주는 것보다 처음부터 적정이자율 4.6% 이상으로 정식 이자를 주고 원천징수까지 챙기는 편이 총 부담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다. 이익 자체가 0원이 되어 증여세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함정과 판단 기준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는 이렇다. 30대 자녀가 아파트 잔금 2억~3억원을 부모에게 빌리며 차용증만 작성해 두고, 정해진 이자나 원금 상환 없이 시간이 흐른다. 몇 년 뒤 다른 재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금출처를 소명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과세관청은 이 차용증만으로는 실제 대출임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계좌에서 정기적으로 이자나 원금이 빠져나간 기록이 없으면, 처음부터 상환할 생각이 없었던 증여로 보고 증여세와 가산세를 함께 부과하는 식이다.
차용증은 이 네 가지 중 첫 번째 조건일 뿐이다. 국세청은 계좌이체로 확인되는 실제 이자·원금 상환 내역, 그리고 그 상환이 가능할 만한 소득이나 자산이 있었는지를 함께 본다. 이 중 상환의 실체가 빠지면 차용증 자체는 큰 의미가 없어진다.
판단 기준은 결국 상환 계획의 확실성에 달려 있다. 짧은 기간 목돈이 필요하고 상환 능력과 계획이 분명하다면 2억 1,739만원 이내에서는 무이자 차용이 가장 간단한 선택이다. 반대로 상환 계획 자체가 불투명하거나 사실상 갚을 생각이 없는 자금이라면, 처음부터 증여로 신고해 증여재산공제(성년 자녀 5,000만원, 혼인·출산 시 기본공제와 합쳐 최대 1억 5,000만원)를 활용하는 편이 세부담과 리스크 모두에서 낫다. 예를 들어 상환 계획 없이 3억원을 그냥 받는다면 증여세는 (3억원-5,000만원)×20%-누진공제 1,000만원=4,000만원으로 확정되지만, 이를 무이자 대출로 위장했다가 나중에 걸리면 같은 세액에 무신고가산세(최대 40%)와 미납 기간에 비례한 납부지연가산세까지 얹혀 부담이 훨씬 커진다.
무이자 대출이 증여인지 아닌지는 원금 크기보다 상환의 실체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
2억 1,739만원이라는 숫자는 계산의 결과일 뿐, 그 아래 금액이라도 상환 계획 없이 흘러가는 자금은 언제든 증여로 재구성될 수 있다. 금액이 크거나 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차용증과 실제 상환 기록을 함께 남겨두는 습관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