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시가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자녀에게 팔면서 계약금 1억 원만 받고, 나머지 9억 원은 몇 년째 이자 없이 미뤄주는 경우가 있다. 매매계약서를 쓰고 등기까지 자녀 앞으로 넘어갔으니 세법상 문제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거래는 국세청이 양도가 아니라 증여로 재구성할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4조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재산을 양도하면 그 재산가액 전체를 증여받은 것으로 우선 추정하고, 대금이 실제로 오갔다는 사실을 납세자가 입증하도록 요구한다. 매매 자체는 인정받더라도 잔금을 무이자로 오래 묶어두면 그 이자 상당액만 따로 증여세 대상이 된다.
2026년 4월 감사원이 국세청 정기감사에서 지적한 사례도 정확히 이 패턴이었다. 이 글은 국세청이 매매와 증여를 가르는 기준, 잔금을 무이자로 미룰 때 실제로 붙는 세금, 실무에서 이 문제를 피하는 방법을 다룬다.
부모·자녀 등 특수관계인 간 부동산 매매는 상증세법 제44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증여로 추정됩니다. 대금 지급 사실을 계좌이체와 소득·재산 출처로 입증하지 못하면 거래 전체가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고, 입증에 성공해도 잔금을 무이자로 미룬 기간의 이자 상당액(2026년 기준 연 4.6%)은 상증세법 제41조의4에 따라 별도로 증여세가 매겨집니다.
특수관계인 간 부동산 매매를 국세청이 증여로 의심하는 이유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재산을 팔았다는 사실 자체가 상증세법 제44조의 적용 대상이 된다. 제1항은 배우자·직계존비속에게 양도한 재산은 양도한 때에 그 가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특수관계인을 거쳐 우회 양도한 경우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한다. 실질이 양도인지 증여인지는 관할 세무서장이 계약 내용과 대금 지급 사실을 직접 조사해 판단한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은, 계약서를 쓰고 등기를 넘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매매대금이 실제로 자녀의 계좌에서 부모의 계좌로 이동했는지, 그 자금이 자녀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이미 신고된 상속·증여재산에서 나온 것인지를 함께 확인한다. 계약금만 실제로 오가고 잔금은 장부상으로만 존재한다면, 매매 자체가 증여로 재구성될 위험이 커진다.
정상적인 매매로 인정받으려면 무엇을 입증해야 하나
상증세법 시행령 제33조 제3항은 증여추정을 깨는 예외 사유를 열거하는데,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소득·재산 출처로 대가를 지급한 사실의 입증과 등기·등록이 필요한 재산을 서로 맞바꾼 교환거래다.
| 배제 사유 | 법적 근거 | 실무 준비 서류 |
|---|---|---|
| 대가 지급 사실 입증 | 시행령 제33조 제3항 | 계좌이체 내역, 매매계약서, 소득금액증명원 |
| 재산 교환 | 시행령 제33조 제3항 | 등기·등록 재산 상호 교환계약서 |
| 법원 결정에 의한 경매·공매 | 시행령 제33조 제3항 | 법원·한국자산관리공사 관련 서류 |
여기서 실무자들이 강조하는 함정이 하나 있다. 부모 명의 계좌에서 자녀 명의 계좌로 돈이 오갔다는 이체 기록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반대 방향, 즉 자녀가 실제로 잔금을 갚아 나가는 흐름이 정기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몇 년째 원금도 이자도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잔금은 매매대금이 아니라 사실상 증여재산으로 취급되기 쉽다.
잔금을 무이자로 미루면 세금이 얼마나 붙는가
매매 자체가 인정받더라도 잔금을 무이자로 계속 미루면 상증세법 제41조의4(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가 별도로 적용된다. 무상 또는 적정이자율보다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린 경우, 적정이자율로 계산한 이자와 실제 지급한 이자의 차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본다. 2026년 기준 적정이자율은 연 4.6%이고, 그 차액이 1천만 원 미만이면 과세하지 않는다. 대출 기간이 1년을 넘으면 1년이 되는 날마다 새로 대출받은 것으로 보아 매년 다시 계산한다.
시가 10억 원 아파트를 자녀에게 팔면서 계약금 1억 원(10%)만 받고 잔금 9억 원을 무이자로 3년째 미루고 있다고 하자. 연간 이자상당액은 9억 원 × 4.6% = 4,140만 원으로 기준금액 1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 매년 새로 대출받은 것으로 보므로 3년 동안 해마다 4,140만 원씩, 누적 1억 2,420만 원이 증여재산가액에 더해진다. 원금 규모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 미지급 잔금 원금 | 연간 이자상당액(4.6%) | 1천만원 기준 초과 여부 | 3년 누적 증여재산가액 |
|---|---|---|---|
| 2억원 | 920만원 | 미만 · 과세 제외 | - |
| 5억원 | 2,300만원 | 초과 · 과세 | 6,900만원 |
| 9억원 | 4,140만원 | 초과 · 과세 | 1억2,420만원 |
| 15억원 | 6,900만원 | 초과 · 과세 | 2억700만원 |
표에서 보듯 미지급 잔금이 약 2억 1,700만 원(1천만 원 ÷ 4.6%)을 밑돌면 연간 이자상당액이 기준금액에 못 미쳐 41조의4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이 금액이 실무적인 분기점이다. 반대로 이 금액을 넘는 순간부터는 원금을 갚지 않는 한 매년 증여세 신고 의무가 새로 발생한다.
잔금 원금이 약 2억 1,700만 원을 넘으면 무이자 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매년 증여세 신고 의무가 새로 발생합니다. 신고를 누락하면 무신고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가 별도로 붙습니다.
국세청은 이런 거래를 어떻게 찾아내는가
국세청은 자금조달계획서와 사후관리 절차로 특수관계인 간 잔금 유예를 추적한다. 일정 금액 이상 주택을 취득할 때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에는 가족 등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을 별도 항목으로 적어야 하고, 국세청은 이후 실제로 이자를 내는지, 상환 시점에 원금을 갚는지를 사후관리 대상으로 관리한다.
2026년 4월 감사원이 발표한 국세청 정기감사 결과가 바로 이 문제를 보여준다. 감사원은 국세청이 특수관계인 간 재산 양도 거래 22건, 거래액 총 817억 원 규모를 경제적 합리성 검토 없이 정상 양도거래로 인정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중에는 매매대금 중 계약금 10%만 받고 잔금은 4년째 무이자로 두면서 담보권조차 설정하지 않은 거래도 포함돼 있었다. 감사원은 국세청에 주의 11건, 통보 12건 등 총 23건의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국세청조차 놓칠 뻔한 사례가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는 사실은, 이런 거래가 시간이 지난 뒤라도 재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계약서를 쓰고 등기를 넘겼다고 매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금이 실제로 오간 흔적이 있어야 매매로 남는다.
특수관계인 간 부동산 매매에서 잔금을 미루는 선택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그 유예가 몇 년씩 이어지면서 이자도, 상환 계획도, 담보도 없는 상태로 방치되는 경우다. 매매가 증여로 재구성되면 이미 신고한 양도소득세를 경정청구로 돌려받아야 하고 취득세도 유상거래 세율에서 무상 취득 세율로 다시 계산될 수 있는데, 세부 처리는 사안별로 달라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잔금 지급 일정과 이자율을 처음부터 문서로 남겨두는 쪽이 나중의 세무조사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