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까지 마친 임차인에게 건물주가 갑자기 월세를 두 배, 세 배 부르면 계약은 그 자리에서 무산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건물주가 신규임차인에게 요구한 차임이나 보증금이 '현저히 고액'으로 인정되면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행위가 되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료를 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책임이 인정되지는 않고, 인상 폭과 주변 시세, 건물주의 사정을 함께 따집니다. 2026년 7월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부산 약국 사건은 그 경계선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월세 인상 요구가 '현저히 고액'으로 인정되면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이며, 건물주는 신규임차인 권리금 계약액과 임대차 종료 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한도로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건물주에게 어떤 의무가 생기나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점까지, 건물주는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으로부터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가 정한 의무입니다.
권리금은 상가의 위치, 시설, 영업 노하우와 단골 관계 같은 무형의 가치를 다음 임차인에게 넘기는 대가입니다. 법이 건물주에게 요구하는 것은 권리금을 대신 지급하라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을 기회를 막지 말라는 것입니다.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 신규임차인이 권리금을 주지 못하게 막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의 계약 자체를 거절하는 행위, 그리고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높은 차임·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가 모두 방해행위에 해당합니다.
중소형 빌딩 건물주가 자주 놓치는 지점은 적용 범위입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건물 임대차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 건물은 환산보증금이 커서 상가임대차법 적용을 안 받는다"고 판단해 임대료 협상을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이 조항만큼은 예외 없이 걸립니다.
월세를 얼마나 올려야 '현저히 고액'으로 인정될까
배율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기존 차임과 신규 요구액의 차이, 주변 시세, 거래 관행과 경제 상황을 종합해서 법원이 판단합니다.
2026년 7월 16일 대법원은 부산의 한 상가에서 벌어진 권리금 분쟁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파기환송했습니다. 약사 B씨는 2001년부터 해당 상가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2018년 보증금 1억원, 월 차임 600만원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2023년 4월 건물주가 월 차임을 24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고, 합의가 되지 않자 계약 갱신을 거절했습니다. B씨는 신규임차인과 권리금 22억원에 계약을 맺고 이를 건물주에게 알렸지만, 건물주가 신규임차인에게 보증금 5억원·월 차임 2000만원을 제시하면서 새 계약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원심은 방해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주변 시세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기존 차임과의 차이, 적정 차임, 거래 관행, 경제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며 사건을 되돌려 보냈습니다.
| 판단 요소 | 확인 포인트 | 왜 중요한가 |
|---|---|---|
| 기존 차임 대비 인상폭 | 인상률·금액 차이 | 배율이 클수록 방해 의도로 추정되기 쉽다 |
| 주변 상가 시세 | 인근 동일 업종 임대료 | 요구액이 시세를 크게 벗어나는지 비교 기준이 된다 |
| 거래 관행과 경제 상황 | 업종 특성·물가 변동 | 같은 인상률도 업종·시기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
| 적정 차임 산정근거 | 감정평가 등 객관 자료 | 건물주 주장이 아닌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
예를 들어 보증금 3천만원, 월세 200만원으로 8년째 운영해온 음식점이 있다고 하자. 건물주가 신규임차인에게 보증금 5천만원, 월세 450만원(기존 대비 2.25배)을 제시했을 때, 인근 동일 업종 평균 월세가 350만~400만원 선이라면 인상 폭이 시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인근 시세가 250만원 안팎인데도 450만원을 고수한다면 방해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같은 배율이라도 주변 시세와의 격차가 실질적인 분기점입니다.
건물주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 정당한 사유 4가지
차임을 크게 올렸더라도 법이 정한 4가지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하면 방해행위로 보지 않습니다.
- 신규임차인이 보증금이나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그 밖에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 임대할 부분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계획인 경우(재건축·철거 등)
- 건물주가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이미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세 번째 사유는 실무에서 다툼이 가장 많습니다. 재건축·철거 계획을 사유로 들려면 설계 계약이나 인허가 신청처럼 구체적인 일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막연히 "나중에 재건축할 예정"이라는 말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인 10년이 지났으니 권리금도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판단하는 건물주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별개의 제도로 봅니다. 10년이 지나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방해하면 손해배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범위와 시효는 어떻게 되나
배상액 상한은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이고, 청구권은 임대차 종료일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소멸하지 않습니다.
앞서 살펴본 부산 약국 사건에 적용해 보면,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은 22억원이었습니다. 만약 감정평가 등으로 산정한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이 20억원으로 나온다면, 배상액 상한은 22억원이 아니라 더 낮은 20억원이 됩니다.
| 구분 | 금액 | 비고 |
|---|---|---|
|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 | 22억원 | 권리금 계약서 기준 |
|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시가) | 20억원(가정) | 감정평가 등으로 산정 |
| 손해배상액 상한 | 20억원 | 둘 중 낮은 금액 |
시효 계산에서 실수가 잦은 지점은 기산일입니다. 많은 임차인이 방해행위가 있었던 시점부터 3년으로 착각하지만, 소멸시효는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진행됩니다. 계약 종료일이 언제인지, 묵시적 갱신이 있었는지를 먼저 확정해야 시효 계산이 정확해집니다.
임대료 조정과 권리금 회수 방해는 한 끗 차이입니다. 그 한 끗을 가르는 기준을 모르면 건물주도 소송 리스크를 떠안습니다.
신규 임차인과의 조건 협상은 임대차 운영에서 가장 분쟁이 잦은 지점입니다. 임대료를 얼마나, 어떤 근거로 조정할지는 공실 기간을 줄이는 문제이면서 동시에 손해배상 리스크를 가르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안택스 에셋은 임대차 계약 갱신부터 권리금 협상, 신규 임차인 조건 조율까지 임대차 운영 전 과정을 관리 데이터로 뒷받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