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회사를 통해 사업을 정리하거나 지분 구조를 재편하면서, 아버지 개인 소유의 토지나 건물을 회사에 넘기는 사업주가 적지 않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넘기면 당장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문제는 그 회사 주식을 자녀가 들고 있을 때 벌어진다. 국세청은 현금이 한 푼도 오가지 않아도, 회사 지분 가치가 오른 만큼을 자녀가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 규정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회사가 상증세법상 '특정법인' 요건을 충족하고 저가양도 폭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자녀는 지분율만큼 증여세를 낼 수 있다. 실제로 이익을 인출하지 않았어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와 그 가족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법인에 재산을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대가로 넘기면, 그 법인 주식을 가진 자녀는 지분율만큼 증여세를 낼 수 있습니다. 다만 자녀 몫으로 계산된 증여의제이익이 1억원 미만이면 과세되지 않습니다.
특정법인과의 거래, 언제 자녀에게 증여세가 붙는가
아버지 소유 법인이 상증세법 제45조의5가 정한 '특정법인'에 해당하고, 그 법인에 재산을 저가로 넘기는 거래가 있을 때 자녀에게 증여세가 붙는다. 특정법인이란 지배주주와 그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직접 또는 간접으로 보유한 주식비율을 합쳐 30% 이상이 되는 법인을 말한다. 아버지가 대표이사이면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자녀나 배우자가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가진 가족법인이라면 대부분 이 요건을 충족한다.
과세 대상이 되는 거래 유형은 시행령에 열거돼 있다. 재산이나 용역을 무상으로 제공받는 경우, 통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추어 현저히 낮은 대가로 양도·제공받는 경우, 반대로 현저히 높은 대가로 양도·제공하는 경우, 채무를 면제·인수·변제해 주는 경우 등이다. 토지를 회사에 싸게 파는 상황은 두 번째 유형, '현저히 낮은 대가로 양도'에 해당한다.
개인 간 저가양도와 무엇이 다른가
아버지가 자녀 개인에게 직접 땅을 싸게 넘기는 것과, 아버지가 지배하는 법인에 넘기는 것은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과세 구조가 다르다. 개인 간 저가양도는 상증세법 시행령 제26조에 따라 매수한 사람, 즉 실제로 싸게 산 자녀 한 명에게만 증여세를 매긴다. 법인을 거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법인의 순자산가치가 오르면서 그 법인 지분을 가진 모든 특수관계인 주주에게, 각자 지분율만큼 증여세를 매긴다.
| 구분 | 개인 간 저가양도(시행령 제26조) | 특정법인 거래(상증세법 제45조의5) |
|---|---|---|
| 과세 대상 | 매수한 자녀 1인 | 지분 보유 주주 전원(지분율만큼 각자) |
| 저가 판단 기준 | 시가-대가 차액이 시가 30%·3억원 중 작은 금액 초과 | 동일 기준 적용 |
| 이익 계산 | 차액 전액 | (차액-법인세 상당액)×지분율 |
| 기준금액 | 없음, 차액 전부 과세 | 1억원 이상인 경우만 |
| 신고기한 | 증여일 속한 달 말일부터 3개월 | 법인 법인세 신고기한 속한 달 말일부터 3개월 |
저가 판단 기준 자체는 두 방식 모두 같다. 시가와 실제 대가의 차액이 시가의 30%와 3억원 중 작은 금액을 넘으면 '현저히 낮은 대가'로 본다. 차이는 그다음부터다. 개인 간 거래는 차액 전부가 과세 대상이지만, 법인 거래는 법인이 그 이익에 대해 이미 부담한 법인세 상당액을 뺀 나머지에 지분율을 곱해 계산한다. 법인세를 낸 만큼은 이중으로 과세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계산하면 세금이 얼마나 나오는가
구체적인 숫자로 짚어보면 체감이 다르다. 시가 20억원짜리 토지를 아버지가 본인이 55% 지분을 보유하고 자녀가 35%, 배우자가 10%를 보유한 법인에 12억원에 넘겼다고 하자. 시가와 매매가의 차액은 8억원이다. 시가의 30%인 6억원과 3억원 중 작은 금액은 3억원이므로, 8억원은 그 기준을 훌쩍 넘는 '현저히 낮은 대가'다.
2026년 기준 법인세율(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20%)로 계산하면 이 이익 8억원에 대한 법인세 상당액은 약 1억4,000만원이다. 법인의 이익은 8억원에서 이 금액을 뺀 6억6,000만원이 된다. 여기에 각 주주의 지분율을 곱하면 개인별 증여의제이익이 나온다.
자녀 몫은 6억6,000만원의 35%인 2억3,100만원이다. 1억원 기준금액을 넘으므로 증여세 신고 대상이다. 배우자 몫은 10%인 6,600만원으로 1억원에 못 미쳐 과세되지 않는다. 재산을 직접 넘긴 아버지 본인은 지배주주등 범위에서 제외돼 자기 지분에 해당하는 부분은 애초에 계산하지 않는다.
자녀 몫 2억3,100만원에서 직계존속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10년간 다른 증여가 없다고 가정)을 빼면 과세표준은 1억8,100만원이다. 증여세율 20% 구간(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누진공제 1,000만원)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2,620만원이다. 회사가 이미 낸 법인세와 별도로, 자녀가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다.
지분 구조를 어떻게 짜야 하고, 어디서 놓치기 쉬운가
지분율만 30% 밑으로 설계하면 이 규정 자체를 피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자녀 지분을 29%로 낮추면 특정법인 요건(30% 이상) 자체를 충족하지 않아 제45조의5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이것만으로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증세법은 열거되지 않은 이익도 실질에 따라 과세할 수 있는 완전포괄주의 규정을 두고 있고, 조세심판원 결정례 중에도 지분 설계의 형식보다 실제 이익 귀속을 근거로 과세를 인정한 사례들이 확인된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은 신고기한이다. 일반 증여는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하면 되지만, 특정법인 거래는 다르다. 그 법인의 법인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이 되는 날까지 신고해야 한다. 12월 결산 법인이라면 법인세 신고기한이 이듬해 3월 31일이므로, 증여세 신고기한은 그해 6월 30일이 된다. 거래일 기준으로 3개월을 계산해 미리 신고하거나, 반대로 뒤늦게 신고기한을 넘겨 가산세를 무는 사례가 실무 상담에서 드물지 않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는 부동산 임대법인이나 매매업 법인을 세워 부모 소유 부동산을 감정평가 없이 공시가격 수준으로 넘기는 경우다. 시가를 공시가격보다 낮게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이후 세무조사에서 감정가액이나 유사매매사례가액을 기준으로 시가가 재산정되면 그 차액을 근거로 자녀에게 예상치 못한 증여세 고지서가 날아간다. 자녀가 실제로 받은 돈은 없는데도 세금은 실제로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다.
12월 결산 법인은 신고기한이 이듬해 6월 30일입니다. 거래일 기준으로 3개월을 계산하면 신고 시점을 놓치거나 가산세가 붙을 수 있습니다.
특정법인 거래는 아버지 혼자만의 세금 문제가 아니라, 그 회사 주식을 가진 가족 전원의 증여세 문제다.
거래 전에 지분 구조와 시가를 함께 따져보지 않으면, 세금 고지서는 거래 당사자가 아닌 자녀 앞으로 날아온다. 지분율과 저가양도 폭, 두 가지만 미리 계산해봐도 과세 여부는 상당 부분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