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명의 비상장주식을 자녀 계좌로 옮겼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1년 만에 다시 아버지 이름으로 돌려놓은 뒤 상담을 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은행 여신 조건이나 회사 내부 규정 때문에 잠깐 명의를 바꿔둔 것뿐인데, 국세청은 명의개서일을 기준으로 자녀가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반환한 지 이미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처분을 뒤집을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떤 논리로 다퉈야 하는지가 실제로 승패를 가른다.
1년 뒤 반환은 "돌려주면 없던 일"이라는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조 제4항의 반환 특례 기간을 이미 넘긴 시점이다. 그럼에도 처분이 취소된다면 그 근거는 반환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명의신탁 증여의제(제45조의2)가 애초에 요구하는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성립 요건부터 짚어야 반박이 가능하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재산을, 명의자가 실제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법이 강제로 간주하는 규정이다. 실제 증여가 오갔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명의만 옮겨도 세법상으로는 증여로 취급한다는 뜻이라, 일반 증여세와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다만 아무 재산에나 적용되지는 않는다.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등록·명의개서 같은 공시 절차가 필요한 재산이 대상이고, 정작 명의신탁이 가장 흔한 부동산은 부동산실명법이 별도로 규율하기 때문에 이 조항에서는 제외된다. 주식은 명의개서일이 곧 증여의제일이 되므로, 언제 명의가 바뀌었는지가 사실관계에서 가장 먼저 확정돼야 할 지점이다.
| 요건 | 내용 | 비고 |
|---|---|---|
| 대상 재산 | 등기·등록·명의개서로 권리가 공시되는 재산 | 부동산 제외(부동산실명법 별도 규율) |
| 명의 불일치 | 등기부·주주명부상 명의자와 실제소유자가 다름 | 주식은 명의개서일이 판단 기준일 |
| 조세회피목적 | 명의신탁으로 조세를 회피하거나 회피할 가능성 | 없음이 인정되면 의제 자체가 적용되지 않음(단서) |
반환한 지 1년 됐다면, "3개월 규정"은 왜 못 쓰나
"돌려주면 없던 일이 된다"는 말은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조 제4항이 정한 특정 기간 안에서만 맞다. 이 조항은 원래 실제 증여를 전제로 만들어졌지만, 명의신탁 증여의제에도 명의개서일을 증여일로 보아 반환특례를 유추 적용해온 실무례가 쌓여 있다. 실제로 국심2007중1582 결정은 쟁점 주식이 명의개서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실제소유자에게 반환된 사안에서,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증여세 부과 자체를 취소했다.
이 사건처럼 반환까지 1년이 걸린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제4조 제4항은 두 단계로 갈린다. 증여세 신고기한인 3개월 이내에 돌려주면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원래 세금까지 통째로 사라지고, 신고기한이 지나도 그 후 3개월 이내에 돌려주면 반환 그 자체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지만 애초의 증여세는 그대로 남는다. 그리고 그 이후에 돌려주면 반환 자체를 또 하나의 증여로 보아 다시 과세한다. 1년은 이 세 구간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조항만으로는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 반환 시점 | 원래 증여(명의신탁)에 대한 과세 | 반환 자체에 대한 과세 |
|---|---|---|
| 신고기한(3개월) 이내 |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봄 | 해당 없음 |
| 신고기한 경과 후 3개월 이내 | 그대로 유지 | 과세하지 않음 |
| 그 이후(예: 1년) | 그대로 유지 | 재증여로 과세 |
"어차피 돌려줄 거니까 나중에 문제되면 그때 반환하면 된다"는 판단은 위험하다. 반환 시점이 신고기한과 그 후 3개월을 넘기면, 원래의 증여세는 반환과 무관하게 그대로 확정되고 반환 자체도 별도의 증여세를 부를 수 있다. 이 시점을 넘긴 뒤에는 반환이 아니라 애초에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사실관계를 준비하는 쪽으로 대응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렇다면 조세심판원은 무엇을 보고 조세회피목적이 없다고 판단했나
조세회피목적의 유무는 명의신탁 당시 명의신탁자의 내심의 의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내심의 의도를 직접 증명할 방법은 없으니, 실무에서는 그 전후의 객관적 정황을 간접사실로 모아 종합 판단한다. 대법원은 반복적으로, 명의신탁이 조세회피와 무관한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고 그에 부수해 생기는 조세경감이 사소한 수준에 그친다면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이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은 국세청이 아니라 명의자 쪽에 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패턴이 있다. 지방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대표가 은행 여신 약정상 요구되는 지분 분산 조건을 맞추려고 비상장주식 일부를 성년 자녀 계좌로 옮겼다가, 대출을 상환한 직후 곧바로 본인 명의로 되돌린 경우다. 그 1년 사이 자녀는 배당을 한 번도 받지 않았고, 주주총회에 참석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한 적도 없었다. 국세청은 명의개서 시점을 기준으로 기계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했지만, 이런 사안에서 조세심판원이 처분을 취소하는 논리는 대개 다음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 명의신탁을 하게 된 동기가 세금과 무관하고 구체적으로 소명되는지를 본다. 여신 조건, 회사 내부 규정, 지분 요건 같은 사업상 이유가 자료로 뒷받침되는지가 중요하다. 둘째, 그 기간 동안 명의자가 실제로 경제적 이익을 취했는지를 본다. 배당을 받았거나 의결권을 행사했다면 형식적 명의신탁이라는 주장이 약해진다. 셋째, 애초에 그 명의신탁으로 회피할 실익이 있는 세금이 존재했는지를 본다. 예컨대 과점주주 취득세나 배당소득 종합과세 구간을 피할 이유 자체가 없었다면,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하기 어려운 쪽으로 기운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확정되면 일반 증여보다 얼마나 더 무거운가
조세회피목적을 뒤집지 못하면 세금 자체도 일반 증여보다 무거워진다. 상속세및증여세법 제53조의 증여재산공제 —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을 때 10년간 5,000만원, 미성년자는 2,000만원 — 는 명의신탁 증여의제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판단된 명의신탁에 굳이 공제까지 얹어줄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결과적으로 같은 금액이라도 과세표준 자체가 공제액만큼 그대로 불어난다.
시가 3억원 상당 비상장주식을 아버지에서 성년 자녀 명의로 옮긴 경우로 계산해보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정상적인 증여로 인정되면 과세가액 3억원에서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뺀 2억5,000만원이 과세표준이 되고, 세율 20%(1억원 초과~5억원 이하 구간, 누진공제 1,000만원)를 적용해 산출세액은 4,000만원이다. 반면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돼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과세되면 공제가 통째로 빠지면서 과세표준이 3억원 그대로 남고, 같은 세율 구간에서 산출세액은 5,000만원으로 올라간다. 공제 하나가 빠진 대가로 세액이 1,000만원, 비율로는 25%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신고 여부까지 얽히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명의신탁 당사자들은 애초에 이를 증여로 인식하지 못해 신고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국세청이 뒤늦게 이를 적발하면 무신고가산세 20%(부정행위로 판단되면 40%)가 산출세액에 그대로 얹히고, 여기에 미납 기간 동안 1일 0.022%의 납부지연가산세가 더해진다. 5,000만원짜리 세금이 신고를 안 했다는 이유만으로 6,00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구조다.
| 구분 | 정상 증여 | 명의신탁 증여의제 |
|---|---|---|
| 과세가액 | 3억원 | 3억원 |
| 증여재산공제 | 5,000만원 | 0원(적용 배제) |
| 과세표준 | 2억5,000만원 | 3억원 |
| 세율 구간 | 20%(누진공제 1,000만원) | 20%(누진공제 1,000만원) |
| 산출세액 | 4,000만원 | 5,000만원 |
명의신탁 증여의제를 다툴 때 관건은 "언제 돌려줬는가"가 아니라 "애초에 세금을 피하려 했는가"다.
1년이라는 시간은 반환 특례로 구제받기엔 이미 늦은 기간이지만, 조세회피목적을 다투기엔 오히려 그 사이의 행적이 판단 자료로 쌓인 기간이기도 하다. 명의를 옮긴 이유와 그 사이의 행동을 처음부터 기록해두는 쪽이, 나중에 처분을 다툴 때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