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이 아니라 엄연히 상장된 회사인데도 주가가 업종 평균에 몇 해째 못 미치는 곳들이 있다.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 없는 주가지만, 자녀에게 지분을 넘길 계획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주식 평가액이 낮을수록 증여세 부담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구조를 '주가 누르기'로 규정하고, 2027년 4월 1일 이후 상속·증여분부터 국세청이 평가액을 강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규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가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회사라면 지금처럼 낮은 가격으로 자녀에게 넘기는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다만 요건 자체가 좁게 설계돼 있고, '증여'가 아니라 '시장에서 파는 방법'을 택하면 완전히 다른 조항이 적용된다는 점은 따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PBR이 업종 하위권에 장기간 머문 상장사 주식을 증여하면, 2027년 4월부터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가 개입해 평가액을 최소 3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납세자가 직접 입증하지 못하면 강화된 평가액이 그대로 적용된다. 요건을 기계적으로 피하려는 시도는 제도 설계의 허점을 건드리는 것이어서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주가 누르기'로 판정되는 요건은 정확히 무엇인가
판정은 두 갈래 중 하나에 해당하면 이뤄진다. 첫째는 PBR 요건으로, 최근 6년6개월(13개 반기) 가운데 12개 반기 이상 업종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코스피는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에 머문 경우다. 둘째는 행위+하락 요건으로, 최근 1년 이내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EB) 발행처럼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가 있었고, 그 결과 현재 평가액이 최근 6개월·1년·2년·3년 평균 종가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보다 30% 이상 낮아진 경우다. 둘 중 하나만 충족해도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된다.
12개 반기라는 숫자가 만드는 틈
요건을 뒤집어보면 허점이 보인다. 13개 반기 가운데 12개 반기 이상이 기준이므로, 나머지 1개 반기는 하위권에서 벗어나 있어도 PBR 요건 자체는 그대로 성립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제도를 처음 설계한 쪽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안은 판정 기준을 '주가 누르기'라는 불확정개념에 의존해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의 재량에 맡기면서도, 요건 자체는 완화돼 실제 적용 대상이 100개사 안팎으로 좁아졌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코스피·코스닥을 합쳐 200여 개사가 해당할 것으로 추산한다. 두 숫자가 엇갈리는 이유는 결국 판정 기준의 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요건 자체를 피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리스크다
배당을 일시적으로 늘리거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해 특정 반기의 PBR만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12개 반기 기준을 비켜가려는 시도는 이론적으로 떠올려볼 수 있다. 그러나 제도를 처음 설계한 쪽에서 정부안을 두고 '오히려 장기적으로 주가를 누르라고 권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을 만큼, 이런 허점은 이미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쟁의 대상이 됐다. 보완 입법이 함께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틈을 노려 신고 전략을 세우는 것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법의 허점에 기대는 셈이어서 실무적으로 권하기 어렵다.
이 규정은 2026년 8월 발표된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에 포함돼 2026년 9월 국회에 제출된 단계다.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으므로 반기 수, 할증 폭, 시행일 같은 세부 내용은 심의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 실제 증여를 실행하기 전에는 확정된 법률과 시행령 원문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 구분 | 코스피 | 코스닥 |
|---|---|---|
| PBR 요건(6년6개월 중) | 업종별 하위 25%, 12개 반기 이상 | 업종별 하위 10%, 12개 반기 이상 |
| 행위+하락 요건(최근 1년) | 중복상장·EB발행 등 + 시가 30%↓ | 좌동 |
| 확정 절차 |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 심의 | 좌동 |
| 시행일 | 2027년 4월 1일 이후 상속·증여분(정부안, 국회 심의 중) | |
증여로 넘기느냐, 시장에서 파느냐 — 적용되는 법 자체가 다르다
같은 목적이라도 방법에 따라 걸리는 규정이 완전히 다르다. 자녀에게 무상으로 증여하면 상증세법 제63조의 보충적 평가방법과, 저PBR 요건에 해당할 경우 신설되는 평가 특례가 그대로 적용된다. 반면 증권시장에서 자녀 계좌로 실제 매도하는 방법을 택하면, 특수관계인 간 저가양수에 대한 증여의제를 규정한 상증세법 제35조부터 다시 봐야 한다. 이 조항은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재산을 넘긴 경우를 규율하는데, 상장주식으로서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것은 애초에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시가 자체가 이미 시장가격이라는 점
제35조가 상장주식의 장내 거래를 적용 대상에서 빼는 이유는 간단하다. 거래소에서 형성된 가격 자체가 세법상 '시가'이므로, 그 가격으로 거래하면 애초에 '저가'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시가 자체가 오랫동안 인위적으로 눌려 있었다면 어떻게 되느냐다. 2027년 4월 시행 예정인 규정이 정확히 이 지점을 건드린다. 저PBR로 판정된 회사는 거래소 종가를 그대로 시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국세청이 더 높은 금액으로 다시 평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 재평가는 상속·증여로 무상 이전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평가 특례이지, 실제 매매가 이뤄진 유상 거래의 양도가액 자체를 부정하는 규정은 아니다.
그렇다고 장내 매도가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장내에서 시가대로 팔았다면 제35조의 저가양수 증여의제도, 신설되는 평가 특례도 문자 그대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세청에는 실질과세원칙이라는 별도의 도구가 있다. 국세기본법 제14조와 상증세법 제4조의2는 거래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에 따라 과세하도록 정하고 있다. 최대주주가 특정 시점에 맞춰 낮은 호가로 반복 매도하고 자녀가 같은 시점에 매수하는 패턴이 확인되면, 국세청은 형식상 매매라도 실질은 증여로 보아 과세를 재구성할 수 있다. 법원은 대체로 거래의 반복성, 가격 결정 방식, 매매 시점의 우연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 실질을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 구분 | 증여(무상이전) | 증권시장 매도(유상) |
|---|---|---|
| 적용 조항 | 상증세법 §63(보충적 평가) + 신설 특례 | 상증세법 §35(저가양수 증여의제) |
| 상장주식 시장거래 여부 | 해당 없음(무상 이전) | 적용 배제(시가=시장가로 간주) |
| 저PBR 판정 시 영향 | 평가액 최소 30%↑ 상향 | 매매가 자체는 유지 |
| 남는 리스크 | 평가심의위원회 소명 부담 |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재구성 위험 |
실제로 세금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 숫자로 보면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를 단순화하면 이렇다. 코스닥에 상장된 부품 제조업체 B사는 매출액이 3천억원대인 중견기업이고, 최대주주 지분은 35%다. 매출 규모상 기존 최대주주 할증평가(상증세법 §63③, 지분 평가액에 20% 정률 가산)는 매출액 5천억원 미만 중견기업 면제 대상이어서 여기서는 신설 규정의 순수한 효과만 비교한다. 발행주식 600만주인 이 회사는 최근 6년6개월 중 12개 반기 이상 코스닥 부품업종 PBR 하위 10%에 머물러 PBR 요건에 해당한다. 최근 2개월 평균 종가는 5,000원, 최근 3년 평균 종가는 7,500원이다. 최대주주가 자녀에게 지분 10%(60만주)를 증여할 계획이라고 가정한다.
| 구분 | 현행 평가방법 | 신설 규정 적용 시 |
|---|---|---|
| 평가기준 | 2개월 평균 종가 5,000원 | 130%·3년평균 중 높은 값 7,500원 |
| 지분 10%(60만주) 평가액 | 30억원 | 45억원 |
| 증여재산공제(5천만원) 후 과세표준 | 29억5,000만원 | 44억5,000만원 |
| 적용세율 / 누진공제 | 40% / 1억6,000만원 | 50% / 4억6,000만원 |
| 산출세액 | 10억2,000만원 | 17억6,500만원 |
| 신고세액공제(3%) 후 납부세액 | 약 9억8,940만원 | 약 17억1,205만원 |
납부세액은 약 7억2,265만원(73% 안팎) 늘어난다. 평가액 자체는 50% 오른 데 그쳤지만 세금은 그보다 훨씬 크게 뛰는데, 과세표준이 30억원 구간을 넘어서면서 세율이 40%에서 최고세율 50%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과세표준이 30억원 전후에 걸쳐 있는 회사라면, 평가액이 얼마나 오르느냐보다 그 상향으로 세율 구간 자체가 넘어가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실제 부담 증가폭을 가늠할 수 있다.
평가심의위원회의 판단을 피해갈 여지는 있는가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음을 입증하면 기존 평가방식이 유지된다. 다만 입증 책임은 납세자에게 있다.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사전에 공시해뒀다면 비교적 소명이 쉽지만, 신규 설비투자나 인수합병으로 일시적 실적 부진을 겪은 경우는 재무 자료를 갖춰 별도로 설명해야 한다. 동종업계 전체가 구조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주장은 개별 회사만의 사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장 설득력을 갖추기 어렵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다. 회사가 정말로 조세회피 의도 없이 저평가돼 있었더라도, 배당정책이나 투자 이력을 서류로 남겨두지 않았다면 심의 단계에서 소명 자체가 막막해진다는 점이다. 증여를 실행하기 훨씬 전부터 배당·투자 관련 이사회 의결과 공시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심의 결과를 좌우하는 실질적인 변수가 된다.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전략은 이제 상속·증여 설계가 아니라 상속·증여세 부담을 키우는 변수로 봐야 한다.
자녀에게 지분을 넘길 계획이 있는 최대주주라면, 회사의 PBR 이력과 최근 3년 주가 흐름부터 확인하는 것이 다음 단계다. 요건에 해당하는지도 모른 채 낮은 가격으로 신고했다가 평가심의위원회 심의에서 뒤집히면, 가산세까지 더해져 부담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