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1층에 입점한 노래연습장이나 음식점에서 불이 났는데, 알고 보니 임차인이 화재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은 화재가 나고 나서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무는 임차인에게 있으니 건물주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피해자 측 변호사가 소송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임차인의 실제 지급 능력입니다. 임차인이 보험도 없고 회수할 재산도 없다면, 피해자는 건물 자체의 하자를 근거로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화재 원인이 임차인의 영업 과실에 있는 한 건물주는 배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화재 원인이 건물의 전기·소방 설비에 있거나, 화재가 임차 공간을 넘어 번진 경우에는 책임 구조 자체가 건물주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는 임차인에게 있고 건물주가 대신 가입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화재 원인이 건물 자체의 하자에 있거나 임차인이 무자력인 경우, 건물주는 민법 758조 공작물책임을 근거로 소송에 끌려들어갈 수 있습니다.
화재배상책임보험, 누구의 의무이고 안 들면 어떻게 되나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는 건물주가 아니라 다중이용업소를 실제로 운영하는 영업주, 즉 임차인에게 있습니다. 2013년 시행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13조의2에 따라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유흥주점, 단란주점, 영화상영관, 학원, 고시원, 산후조리원, 노래연습장, PC방, 목욕장업 등 22개 업종의 영업주는 반드시 이 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건물 자체가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상 특수건물(연면적·용도 기준으로 정해진 대형 건물)에 해당하면, 그 건물에 입점한 다중이용업소는 개별 가입 대상에서 빠집니다. 건물주가 이미 무과실책임 특약부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어 피해자가 그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남·서초·마포권 중소형 빌딩은 대부분 이 연면적 기준에 미달해 특수건물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입점한 다중이용업소는 개별 가입 대상으로 봐야 합니다.
보험이 있었다면 피해 규모에 따라 아래 한도 내에서 보상됩니다. 다중이용업주가 이 한도를 몰라 임의로 보험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미루는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습니다.
| 구분 | 보상 한도 (2026년 기준) |
|---|---|
| 사망 | 피해자 1인당 최대 1억5,000만원 |
| 부상 | 피해자 1인당 최대 3,000만원(손해액 2,000만원 미만이어도 2,000만원 지급) |
| 후유장애 | 피해자 1인당 최대 1억5,000만원 |
| 재산상 손해 | 사고 1건당 최대 10억원 |
임차인이 낸 불, 건물주는 원칙적으로 책임지지 않는다 — 그러나 두 가지 예외가 있다
화재 원인이 임차인의 영업 과실에 있다면, 건물주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민법 758조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 하자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1차적으로 점유자, 즉 임차인이 책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점유자가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했음을 증명한 경우에 한해 소유자인 건물주가 최종 책임을 집니다.
여기서 갈림길은 하자의 소재입니다. 조리기구 방치나 화기 취급 부주의처럼 임차인의 영업 행위 자체에서 불이 시작됐다면 건물주가 책임질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로 노후한 공용 배전반, 작동하지 않는 소방설비처럼 건물주의 지배·관리 영역에 문제가 있었다면, 법원은 그 설비의 하자를 이유로 임차인의 책임을 면제하고 건물주를 최종 책임자로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 화재 원인 | 1차 책임자 | 건물주 책임 가능성 | 근거 |
|---|---|---|---|
| 임차인 부주의(화기 취급, 조리기구 방치) | 임차인 | 낮음 | 민법 제750조 |
| 임차인 전용 설비 노후(개인 설치 기기) | 임차인 | 낮음~중간 | 민법 제758조 제1항 |
| 건물 공용부분 하자(공용 배선·소방설비 미작동) | 건물주 | 높음 | 민법 제758조 제1항 단서 |
| 화재가 임차 외 부분까지 확산 | 임차인(원칙) | 중간(입증책임 전환) | 대법원 2012다86895 전원합의체 |
화재 감정 결과가 '원인 불명'으로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때는 화재 원인 규명 자체가 공방의 핵심이 되는데, "임차인 과실이니 나와 무관하다"고 단정해 소방·전기설비 점검 기록을 남기지 않은 건물주가 정작 소송에서 하자 없음을 증명하지 못해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재가 경과실로 발생한 것이라면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배상의무자가 법원에 배상액 경감을 청구할 수 있지만,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이 경감 청구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보험 없는 임차인이 낸 불, 건물주에게 돌아오는 두 갈래 책임
임차인이 화재배상책임보험도 없고 배상할 재산도 부족하면, 건물주에게 책임이 돌아오는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제3자 피해자가 건물주를 상대로 공작물책임을 주장하는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건물주 자신이 피해자가 되어 임차인에게 배상을 청구했다가 오히려 불리한 입증책임을 떠안는 경로입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입니다. 강남권 5층 규모 상가 건물 1층에 입점한 노래연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피 과정에서 손님 1명이 흡입화상으로 치료비 1,800만원이 나온 사안이었습니다. 임차인은 화재배상책임보험 미가입 상태였고, 보증금은 이미 밀린 월세로 상계돼 남은 게 거의 없었습니다. 보험이 있었다면 부상 손해 1,800만원은 보상 한도(1인당 최대 3,000만원, 최소 2,000만원 보장) 안에 들어가 전액 지급됐을 사안입니다. 보험이 없다 보니 피해자는 임차인을 상대로는 회수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해, 건물 전기설비 노후를 근거로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함께 제기했습니다.
두 번째 경로는 화재가 임차 부분을 넘어 다른 점포나 건물 공용부까지 번진 경우입니다. 이때는 건물주 자신도 피해자가 되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는데, 오히려 건물주가 임차인의 관리 소홀을 증명해야 하는 입장에 놓입니다. 과거에는 화재 원인이 불분명하면 임차인이 자신에게 잘못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했지만, 대법원 2017년 5월 18일 선고 2012다86895(본소), 2012다86901(반소)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로는 임차 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건물주가 임차인의 의무위반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화재배상책임보험조차 없는 임차인을 상대로 이 증명을 해내지 못하면, 건물주는 자기 건물이 불탄 손해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떠안게 됩니다.
건물주가 지금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임대차 계약이 진행 중이라면, 화재가 나기 전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소송이 걸린 뒤에 준비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라, 평소에 쌓아둬야 하는 자료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첫째, 건물이 특수건물 기준에 해당하는지 확인합니다. 해당한다면 건물주 본인이 신체손해배상특약부화재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미가입 시 오히려 건물주가 제재 대상이 됩니다. 둘째, 임대차 계약 특약에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와 매년 가입증명서 제출 조항을 명시합니다. 셋째, 공용부분 전기·소방설비의 정기 점검 기록을 계약 기간 내내 보관합니다. 소송에서 건물 하자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사실상 유일한 자료가 이 점검 기록입니다.
화재배상책임보험은 임차인의 의무이지만, 화재 이후의 책임 공방은 결국 건물 전체의 관리 수준으로 판가름납니다.
임차인의 보험 가입 여부를 계약 시점에 확인하지 않는 건물주가 많지만, 화재가 난 뒤에는 그 확인 하나가 소송의 방향을 가릅니다. 안택스 에셋은 임대차 계약 단계부터 화재배상책임보험 증빙과 소방·전기설비 점검 이력을 함께 관리하는 방식으로 건물주의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을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