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계약서에 없는 사람에게 매장 운영을 넘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판이 바뀌고 업종이 달라졌는데 임대차계약서상 이름은 그대로일 때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동의 없는 전대는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임대인이 즉시 해지할 수 있는 사유입니다. 다만 방치한 기간이나 전대의 실질에 따라 해지권 자체가 막히는 경우도 실무에서 자주 나옵니다. 이 글은 해지가 가능한 조건과 막히는 조건, 그리고 실제로 해지를 진행할 때 밟아야 하는 순서를 정리합니다.
동의 없는 전대는 민법 제629조에 따라 계약기간 중에도 즉시 해지 사유가 됩니다. 다만 배신행위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임대인이 전대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해지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매장을 넘기는 방법에는 '양도'와 '전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임차인이 다른 사업자에게 매장 운영권을 넘기는 방법은 법적으로 두 가지로 나뉩니다. 임차권 양도(임차인 지위 자체가 통째로 제3자에게 넘어가는 것)와 전대차(임차인 지위는 그대로 유지한 채 사용권만 다시 빌려주는 것)입니다. 둘 다 민법 제629조에 따라 임대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동의 없이 이뤄지면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권이 생깁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는 형태는 전대 쪽입니다. 임차인이 계약서상 명의는 그대로 두고, 실제 매장 운영은 다른 사람이 하도록 넘긴 뒤 매달 일정 금액을 받는 구조죠. 사업자등록만 확인해서는 알기 어렵고, 간판이 바뀌거나 업종이 달라졌는데 임대차계약서상 임차인 이름과 실제 운영자가 다를 때 의심해볼 만합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
신사동 인근 15평 상가에서 보증금 3억 원, 월차임 300만 원에 커피숍을 운영하던 임차인이 매출 부진으로 폐업을 고민하다가, 권리금 협상 없이 다른 사업자에게 매달 400만 원을 받고 매장 운영권을 넘긴 사례가 있습니다. 계약서상 임차인 명의는 바뀌지 않았고, 임대인에게 사전 통지나 동의 요청도 없었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권리금 협상 없이도 매달 100만 원(400만 원-300만 원)의 차액을 챙길 수 있으니 전대를 선택할 유인이 분명합니다. 임대인이 뒤늦게 이 구조를 발견했을 때 계약을 유지할 이유는 없습니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지금 바로 해지할 수 있습니다
무단 전대를 발견한 시점이 계약 만료 훨씬 전이라도, 임대인은 그 시점에 바로 해지 통보를 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629조는 임대인의 동의 없는 전대 사실 자체를 즉시 해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어서, 계약 만료를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반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4호는 조금 다른 상황에서 작동합니다. 임차인이 계약 만료 전 갱신을 요구해 왔을 때, 무단전대 사실이 있으면 임대인이 그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조항이죠. 즉시 해지가 아니라 계약을 더 연장하지 않을 근거입니다.
이 갱신거절 조항은 환산보증금 액수와 무관하게 모든 상가임차인에게 적용됩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3항이 계약갱신요구권 관련 규정(제10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을 보증금 액수와 상관없이 적용하도록 정해두었기 때문입니다. 보증금이 지역별 환산보증금 기준을 넘는 임대차라도 무단전대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 구분 | 민법 제629조 (즉시 해지)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갱신 거절) |
|---|---|---|
| 행사 시점 | 무단전대 사실을 안 즉시, 계약기간 중에도 가능 | 계약 만료 전 갱신 요구가 들어왔을 때만 |
| 효과 | 계약을 바로 종료, 명도소송으로 진행 | 기존 기간 만료로 계약 종료, 연장만 거부 |
| 적용 범위 | 모든 임대차, 보증금 액수 무관 | 환산보증금 초과 여부와 무관하게 전 상가임차인 적용 |
| 실무 포인트 | 임대인이 주도적으로 즉시 행사 가능 |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해온 경우에만 방어적으로 작동 |
그런데 해지가 막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단전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항상 해지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이른바 '배신행위론'을 적용해 왔습니다.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매장을 사용·수익하게 했더라도, 그 행위가 임대인과의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배신적 행위로 평가되지 않을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해지권 자체가 제한된다는 법리입니다. 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5308 판결은 임차권 양수인이 임차인의 배우자로서 같은 매장에서 함께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던 사정을 그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101275 판결도 같은 취지를 확인했습니다.
실질적으로 같은 사람이 운영을 계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제3자와 새로운 업종으로 바뀌었는지가 판단의 갈림길입니다. 배우자나 직계가족이 같은 매장에서 사실상 동일한 사업을 잇는 경우처럼 신뢰관계를 해쳤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법원은 해지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기웁니다. 반대로 업종 자체가 바뀌고 원래 임차인은 매장에 발길을 끊은 채 수수료만 챙기는 구조라면 배신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무 함정 — 방치가 곧 동의로 해석되는 경우
법령 원문이나 공식 안내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실무에서 해지 자체가 막히는 가장 흔한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임대인이 전차인의 존재를 알면서도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거나, 전차인에게서 직접 월세나 관리비를 받아온 경우입니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임대인의 묵시적 동의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명시적인 동의서가 없어도, 알고서도 가만히 있었다는 행위 자체가 동의로 평가되는 셈이죠. 전대 정황을 인지한 날짜와 그 이후 처음 이의를 제기한 날짜 사이의 간격이 길수록 이 주장에 불리해집니다.
해지를 실행하려면 이 순서로 움직여야 합니다
무단전대를 확인했다고 곧바로 소송부터 들어가는 것은 순서가 아닙니다. 증거를 먼저 갖추지 못하면 임차인이 전대 사실 자체를 부인할 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사업자등록 명의, 간판·상호 변경 시점, 임대인의 서면 동의 부재, 관리비·월세의 실제 입금자 이 네 가지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해지 통보보다 앞섭니다.
증거를 갖췄다면 다음은 통보와 소송 절차입니다. 내용증명은 임차인뿐 아니라 실제 매장을 운영 중인 전차인에게도 함께 보냅니다. 이후 점유이전금지가처분으로 현재 점유 상태를 고정한 뒤, 명도소송으로 넘어가는 순서가 일반적입니다.
절차마다 걸리는 기간과 비용은 사건 난이도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2026년 기준으로 통상 잡히는 범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정확한 금액은 사건 내용에 따라 달라지므로 진행 전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 절차 | 통상 소요 기간 | 대략 비용 |
|---|---|---|
| 내용증명 발송·회신 대기 | 2~4주 | 5만 원 내외 |
| 점유이전금지가처분 | 2~4주 | 인지대·송달료 20만~30만 원 + 담보공탁금 |
| 명도소송 1심 판결까지 | 6개월~1년 | 변호사 보수 300만~800만 원 + 인지대 |
| 강제집행(판결 확정 후) | 1~2개월 | 집행비용 100만~300만 원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에 따른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같은 법 제10조 제1항 각 호의 갱신 거절 사유가 있으면 적용되지 않습니다. 무단전대는 그 사유 중 하나이므로, 이 사유로 해지하면 임차인은 신규 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임대인에게 요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임차인이 전대 사실 자체를 다투는 경우가 많으므로, 증거 확보가 해지 통보보다 항상 먼저입니다.
무단전대는 계약서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관계의 문제입니다.
임대차 계약을 유지하는 일은 계약서 문구를 지키는 것을 넘어, 매장을 실제로 누가 운영하고 있는지를 계속 확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안택스 에셋은 강남권 중소형 빌딩의 임대차 운영을 관리하면서, 이런 전대 정황을 조기에 포착하는 것이 분쟁 비용을 가장 크게 줄이는 방법이라는 점을 여러 현장에서 확인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