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소액으로 사둔 비트코인이 어느새 큰 자산이 됐는데, 세금 얘기는 늘 "유예됐다"는 소식만 듣고 넘어간 경우가 많다. 2027년 1월 1일부터는 이 흐름이 끝난다. 세 차례 미뤄졌던 가상자산 양도소득세가 실제로 시행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해야 할 일은 절세 상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언제부터 보유했는지"를 증명할 자료를 모으는 일이다. 법은 2027년 이전부터 보유한 가상자산에 대해 실제 취득가액과 2026년 12월 31일 시가 중 큰 금액을 인정해주는데, 오래 보유한 자산일수록 이 규정 하나로 세금이 몇 배씩 차이 난다.
이 글은 2027년 과세 구조, 의제취득가액이 실제로 얼마나 차이를 만드는지 숫자로 계산한 예시, 지금 확보해야 할 자료, 상속·증여와 비교했을 때의 판단 기준을 순서대로 정리한다.
2027년 이후 가상자산 양도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22%)된다. 2027년 1월 1일 전부터 보유한 자산은 실제 취득가액과 2026년 12월 31일 시가 중 큰 금액을 필요경비로 인정받으므로 장기 보유자는 대부분 자동으로 유리해진다. 다만 이 혜택은 보유 이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받을 수 없다.
2027년 가상자산 양도소득세, 과세 구조부터 정리하면
2027년 1월 1일 이후 가상자산을 팔거나 빌려주고 얻은 소득은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분리과세된다(소득세법 제21조제1항제27호).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이 소득만 따로 떼어 세율을 적용하며, 세율은 소득세 20%에 지방소득세 2%를 더한 22%다. 연간 250만원까지는 기본공제로 빠지므로 1년 동안의 가상자산 양도소득이 250만원 이하면 실제로 낼 세금은 없다.
가상자산이 애초에 세법의 사각지대였던 건 아니다. 과세 시행은 원래 2022년 1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거래소 폐업과 시장 급락이 이어지면서 2023년, 2025년으로 두 차례 미뤄졌고, 2024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다시 2년이 늦춰져 2027년 1월 1일 시행으로 확정됐다. 신고와 납부는 소득이 발생한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5월 1일~31일)에 확정신고 방식으로 이뤄진다. 2027년에 판 코인이라면 2028년 5월에 신고한다는 뜻이다.
오래 보유했을수록 유리해지는 이유 — 의제취득가액
2027년 1월 1일 전부터 이미 갖고 있던 가상자산이라면 취득가액을 실제 산 값 그대로 쓰지 않는다. 소득세법은 실제 취득가액과 2026년 12월 31일 0시 기준 시가 중 큰 금액을 필요경비로 인정한다(소득세법 제37조). 오래 보유한 자산일수록 실제 취득가액은 낮고 2026년 말 평가액은 높을 가능성이 크므로, 대부분의 장기 보유자는 이 규정만으로 세금이 크게 줄어든다.
시가는 아무 가격이나 쓰는 게 아니다. 국세청이 시가고시가상자산사업자로 고시한 거래소(주요 원화 거래소)에서 2027년 1월 1일 0시 기준으로 공시한 가상자산별 가격의 평균을 쓴다. 고시 대상이 아닌 소규모 알트코인은 고시가상자산사업자 외 거래소의 공시 가격을 별도 기준으로 삼는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로 설명하면 체감이 다르다. 2017년경 비트코인 2개를 개당 300만원, 합계 600만원에 매수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팔지 않은 자영업자가 있다고 하자. 2026년 12월 31일 0시 기준 고시가격이 개당 1억5,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 실제 시세는 그날 확정되므로 지금은 어디까지나 가정치다 — 평가액은 3억원이 된다. 실제 취득가액 600만원보다 훨씬 크므로 의제취득가액인 3억원이 필요경비로 인정된다.
| 구분 | 금액 |
|---|---|
| 양도가액 (2027년 전량 매도 가정) | 3억 5,000만원 |
| 실제 취득가액 (2017년 매수가) | 600만원 |
| 2026년 12월 31일 시가(의제취득가액, 가정) | 3억원 |
| 필요경비로 인정되는 금액 | 3억원 (둘 중 큰 금액) |
| 양도소득금액 | 5,000만원 |
| 기본공제 | 250만원 |
| 과세표준 | 4,750만원 |
| 산출세액 (22%) | 1,045만원 |
의제취득가액 규정이 없다고 가정하면 필요경비는 실제 취득가액 600만원만 인정돼 과세표준이 3억4,150만원으로 뛰고 세액은 7,513만원이 된다. 규정 하나의 적용 여부로 세부담이 7배 넘게 벌어지는 셈이다.
취득가액을 입증하지 못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 — 지금 확보해야 할 자료
여기서 실무자들이 자주 착각하는 지점이 있다.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어려우면 양도가액의 5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준다던데"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 규정은 2027년 1월 1일 이후 새로 취득한 가상자산에 한정된 예외다. 2027년 이전부터 보유해온 자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장기 보유자에게 정말 필요한 건 실제 취득가액 자체보다, "이 자산을 2027년 이전부터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다.
국세청은 가상자산 주소별로 이동평균법 또는 선입선출법에 따라 취득가액을 산정한다. 여러 차례 나눠서 사고 일부만 팔았던 이력이 있다면, 어느 시점에 산 코인을 먼저 판 것으로 볼지가 세액에 영향을 준다. 거래소가 폐업했거나 해외 거래소를 거쳐 개인 지갑으로 옮긴 이력이 있다면 지금 정리해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다.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나 수탁형 해외 지갑에 보유한 코인을 포함해 해외금융계좌 잔액이 해당 연도 매월 말일 중 하루라도 5억원을 초과하면, 다음 해 6월 1일부터 30일까지 관할 세무서에 별도로 신고해야 합니다. 이는 2027년 과세와 무관하게 이미 시행 중인 의무이며, 누락하면 과태료 대상입니다. 본인이 직접 개인키를 관리하는 콜드월렛・비수탁형 지갑은 현재 신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지금 증여할지, 계속 보유하다 상속할지 — 판단 기준
재산 규모가 커질수록 "지금 자녀에게 나눠주는 게 나을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결론은 재산가액과 처분 시점에 따라 갈린다. 코인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자녀가 곧 처분할 계획이라면 지금 증여하는 쪽이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당장 처분 계획이 없고 상속공제를 넉넉히 쓸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계속 보유하다 상속받는 쪽이 유리한 경우도 많다.
첫째, 증여세와 상속세는 과세표준이 커질수록 세율이 10%에서 50%까지 누진 적용된다. 가상자산 양도소득세는 금액과 무관하게 22%로 고정된 분리과세다. 재산가액이 크고 증여·상속 공제를 다 채운 상태라면, 증여세·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양도소득세 22%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점부터 계산해야 한다.
둘째, 가상자산은 부동산이나 주식과 달리 증여 후 일정 기간 안에 팔아도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그대로 적용하는 이월과세(소득세법 제97조의2) 대상이 아니다. 수증자는 증여일 평가액을 자신의 취득가액으로 인정받는다. 부동산은 10년, 상장주식은 1년이라는 이월과세 적용 기간이 있지만 가상자산에는 이 규정이 없다.
셋째, 그렇다고 증여 직후 팔아도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특수관계인에게 증여한 뒤 짧은 기간 안에 양도해 부모가 직접 팔 때보다 세부담이 뚜렷하게 줄어든다고 판단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우회양도) 규정에 따라 증여자가 직접 양도한 것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이 규정이 가상자산 사례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금액과 시기에 따라 달라지므로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 구분 | 계속 보유하다 상속 | 지금 증여 후 자녀가 양도 |
|---|---|---|
| 적용 세금 | 상속세 | 증여세 + 자녀의 양도소득세 |
| 세율 구조 | 과세표준별 10~50% 누진 | 증여세 10~50% 누진 + 양도세 22% 분리과세 |
| 자녀 기준 취득가액 | 상속개시일 전후 2개월 평균시가 | 증여일 전후 2개월 평균시가 |
| 신고기한 |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 말일부터 6개월 | 증여일이 속한 달 말일부터 3개월 |
| 유의할 점 | 상속재산 전체가 조사 대상에 노출 | 단기간 내 재양도 시 부당행위계산부인 검토 대상 |
장기 보유자에게 중요한 건 얼마에 샀는지가 아니라 언제부터 갖고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일이다.
2027년 시행일이 다가올수록 거래소 자료 보관 기간은 짧아지고 개인 지갑 이력 복원은 더 어려워진다. 올해 안에 거래 이력과 지갑 이력을 정리해두는 쪽이, 시행 이후 서둘러 증빙을 찾아다니는 쪽보다 결과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