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계산서까지 정상 발행하고 부가세도 이미 신고·납부했는데, 거래처가 부도를 내거나 문을 닫아버려 대금을 떼인 경우 그 부가세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지 묻는 상담이 꾸준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부가가치세법은 회수하지 못한 매출채권에 대해 이미 신고한 매출세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대손세액공제 제도를 두고 있고, 실무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딱 두 가지입니다. 언제를 '대손이 확정된 날'로 볼 것인가, 그리고 그 시점을 어느 신고에 반영해야 늦지 않는가입니다. 이 글은 그 두 기준과 실제 공제세액 계산법을 순서대로 짚습니다.
대손세액공제는 대손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확정신고 때만 받을 수 있고, 예정신고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사유가 아무리 늦게 확정되어도 공급일로부터 10년이 지난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확정신고기한을 넘기면 이후에는 신청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무엇을 근거로 '대손'이라고 확정할 수 있을까
대손세액공제는 "거래처가 안 갚는다"는 사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87조가 정한 법정 사유가 확정된 날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 조항은 소득세법 시행령 제55조 제2항과 법인세법 시행령 제19조의2 제1항이 인정하는 대손금 사유를 그대로 준용하는 구조라, 소득세·법인세에서 대손금으로 인정되지 않는 채권은 부가세 대손세액공제 대상도 아닙니다.
실무에서 자주 부딪히는 대표 사유는 네 갈래입니다. 채무자에 대한 법원의 파산선고나 강제집행불능 결정이 내려진 경우, 지급받은 어음·수표가 부도발생일로부터 6개월 이상 지난 경우(채무자 재산에 저당권을 설정해 둔 채권은 제외),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그리고 채무자의 사망·실종·행방불명으로 회수불능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경우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걸리는 오해가 마지막 칸입니다. "거래처 사업자등록이 말소됐으니 당연히 대손 처리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세청은 폐업이나 사업자등록 말소 자체를 대손 사유로 보지 않습니다. 거래처가 폐업만 하고 잠적한 상황이라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사유는 소멸시효 완성을 기다리거나, 지급명령·강제집행을 신청해 무재산으로 인한 강제집행불능을 법원에서 확인받는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전자는 상사채권 기준 5년(상법 제64조)을 그대로 흘려보내야 하고, 후자는 절차 비용이 들지만 대손 확정 시점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확정신고를 넘기면 그 기회는 사라집니다
대손세액공제는 대손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확정신고 때만 반영할 수 있고, 예정신고서에 넣으면 인정되지 않습니다. 국세청 부가가치세 집행기준도 예정신고 때 대손세액공제를 했다면 그 신고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봅니다. 부도어음을 예로 들면 흐름이 분명해집니다. 2025년 9월 15일에 부도가 발생했다면 6개월이 지나는 날은 2026년 3월 15일이고, 이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은 2026년 제1기(1~6월)이므로 그 확정신고기한인 2026년 7월 25일까지 대손세액공제를 신청해야 합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기한이 겹쳐 있습니다. 대손세액 공제 범위는 재화·용역을 공급한 날부터 10년이 지난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확정신고기한까지로 한정됩니다(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87조 제2항). 사유가 늦게 확정될수록 이 상한선에 가까워진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2016년 5월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채권이라면, 공급일로부터 10년이 지난 날인 2026년 5월이 속하는 과세기간은 2026년 제1기이고, 그 확정신고기한인 2026년 7월 25일이 사실상 마지막 신청 기회가 됩니다. 소멸시효 완성만 기다리다가 이 상한을 넘기면 대손이 실제로 확정되어도 공제를 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대손세액공제는 예정신고서에 반영하면 인정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확정신고서에 대손세액공제(변제)신고서와 증빙서류를 첨부해 제출해야 하며, 확정신고기한을 넘기면 그 과세기간의 공제 기회는 그대로 사라집니다.
| 대손 사유 | 대손 확정일(기준 시점) | 반영해야 하는 신고 |
|---|---|---|
| 파산·강제집행 | 법원의 파산선고·강제집행불능 결정일 | 그 결정일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확정신고 |
| 부도어음·수표 (저당권 설정분 제외) | 부도발생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날 | 그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확정신고 |
| 소멸시효 완성 |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날(상사채권 5년 등) | 그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확정신고 |
| 사업의 폐지·사망·실종 | 회수불능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날 | 그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확정신고 |
실제로 얼마를, 어떤 절차로 돌려받나
대손세액은 대손금액(부가세 포함)에 10/110을 곱해서 계산합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를 하나 들면, 상가 인테리어 시공업체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시설공사대금으로 공급가액 3,000만 원, 부가세 300만 원, 합계 3,300만 원짜리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는데 가맹점이 폐업 후 잠적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시공업체가 지급명령을 신청했으나 가맹점 명의로 된 재산이 없어 강제집행불능 확인을 받았다면, 그 확인서를 받은 날이 대손 확정일이 됩니다.
이 사례는 시공업체(공급자) 입장의 절차이고, 반대편인 가맹점(공급받는자)에도 신고 의무가 따로 있습니다. 공급자가 대손세액공제를 받으면 그와 같은 과세기간에 공급받는자는 이미 매입세액으로 공제받았던 금액을 '대손처분받은세액'으로 다시 매입세액에서 차감해 신고해야 합니다. 다만 이 사례처럼 공급받는자가 이미 폐업한 상태라면 실무상 매입세액 차감 신고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국세청은 공급자 쪽 자료를 기준으로 대사합니다.
| 구분 | 신고 항목 | 반영 시기 |
|---|---|---|
| 공급자 (매출채권을 못 받은 쪽) | 대손세액공제 — 매출세액에서 차감 | 대손 확정일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확정신고 |
| 공급받는자 (대금을 못 준 쪽, 폐업 전) | 대손처분받은세액 — 매입세액에서 차감 | 공급자가 공제받은 과세기간과 동일 |
돈을 나중에 받으면 어떻게 되나 — 판단 기준
대손세액공제를 받은 뒤 그 채권의 전부나 일부를 실제로 회수하면, 회수한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매출세액에 회수금액의 10/110을 다시 더해서 신고해야 합니다. 대손 처리는 세금을 영구히 면제해 주는 제도가 아니라, 회수 여부에 따라 나중에 정산되는 유예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소멸시효 완성을 기다릴지, 지급명령·강제집행으로 대손을 조기에 확정할지는 채권 금액과 상황에 따라 판단이 갈립니다. 채권 금액이 크지 않다면 — 수백만 원 이하 소액채권이라면 — 법적 절차 비용이 회수 가능액보다 커질 수 있어, 상사채권 기준 5년의 소멸시효 완성을 기다려 대손 처리하는 편이 실익에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채권 금액이 커서 5년을 그냥 흘려보내면 공급일로부터 10년이라는 상한선에 근접하거나, 그 사이 자금 압박이 누적되는 경우라면 초기에 지급명령·강제집행을 신청해 무재산 확인을 받아 대손을 조기에 확정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거래처 대표가 다른 상호로 사업을 재개하는 정황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할 판단 요소입니다.
대손세액공제는 떼인 돈을 돌려받는 절차가 아니라, 이미 낸 세금을 되찾는 절차입니다. 가장 큰 손실은 대손 자체가 아니라 확정신고 기한을 넘기는 것입니다.
대손 사유별 확정 시점 판단이나 신고서 작성이 애매하다면 안택스와 같은 세무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편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