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안 나오는 매장을 붙잡고 있다가 연말에 문을 닫기로 결정하면, 곧바로 걱정되는 건 남은 재고와 집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팔지 않고 폐업일에 남아있는 재고자산과 비품에도 부가가치세가 부과됩니다. 재고는 원가가 아니라 시가(정상 판매가 수준) 기준 10%로, 비품 같은 감가상각자산은 취득가액에서 사용한 기간만큼을 뺀 금액의 10%로 계산합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만나는 소매·요식업 사업자 대부분은 재고를 매입원가로 신고하면 되는 줄 알거나 비품에는 세금이 아예 안 붙는 줄 알고 넘어갔다가 폐업 다음 달 신고에서 당황합니다. 얼마가 나오는지, 어떤 조건이면 부담을 줄이거나 아예 안 낼 수도 있는지를 실제 숫자로 짚어보겠습니다.
폐업 시 남은 재고는 시가 기준 10%, 비품·기계장치는 취득가액에서 감가상각분을 뺀 금액의 10%가 부가가치세로 부과됩니다. 사업을 포괄적으로 양도하면 이 세금 자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폐업할 때 왜 팔지 않은 재화에까지 세금이 붙을까
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6항은 사업자가 폐업할 때 남아있는 자기생산·취득재화를 자기 자신에게 공급한 것으로 봅니다. 실제 거래 상대방이 없어도, 그동안 매입세액을 공제받아온 재화가 폐업과 동시에 사업 밖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라 마지막에 한 번 정산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과세 대상도 매입할 때 부가세를 공제받은 재화로 한정됩니다. 간이과세로 세금계산서 없이 사들인 재고나 면세 재화처럼 애초에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항목은 잔존재화 계산에서 빠집니다. 반대로 사업 초기에 세금계산서를 받고 매입세액을 공제받은 상품·비품이라면, 폐업일 현재 남아있는 수량과 장부가액을 그대로 신고 대상에 올려야 합니다. 신고 시점을 따로 챙길 필요는 없습니다. 폐업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25일까지 내는 부가가치세 확정신고서 안에 잔존재화 몫을 포함시키면 됩니다.
재고자산과 비품, 계산법이 다릅니다
재고자산(상품·제품·원재료 등)은 시간이 지난다고 가치가 줄어든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폐업일 시가, 즉 그 시점에 정상적으로 팔았을 때 받을 수 있는 가격을 그대로 과세표준으로 씁니다. 매입원가가 아니라는 점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걸리는 부분입니다. 원가 800만 원에 사들인 재고를 시가 1,200만 원으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과세표준은 800만 원이 아니라 1,200만 원입니다. 반면 비품·기계장치·차량 같은 감가상각자산은 사용 기간만큼 가치가 줄었다고 보고 그만큼을 과세표준에서 뺍니다. 계산식은 취득가액에 (1-25%×경과된 과세기간의 수)를 곱하는 방식이며, 건물·구축물만 감가율이 5%로 더 낮게 적용됩니다.
| 구분 | 대상 | 과세표준 계산 | 소멸 시점 |
|---|---|---|---|
| 재고자산 | 상품·제품·원재료 등 | 시가(정상 판매가 수준) 그대로 | 소멸되지 않음 |
| 비품·기계장치 등 | 집기·인테리어·차량 등 | 취득가액×(1-25%×경과 과세기간 수) | 4개 과세기간(약 2년) 경과 시 0원 |
| 건물·구축물 | 건물, 구축물 | 취득가액×(1-5%×경과 과세기간 수) | 20개 과세기간(약 10년) 경과 시 0원 |
'경과된 과세기간의 수'를 만 나이처럼 계산하는 실수가 흔합니다. 부가가치세 과세기간은 매년 1~6월과 7~12월로 나뉘고, 경과 기간 수는 취득일이 속한 과세기간의 개시일부터 폐업일이 속한 과세기간의 개시일까지를 6개월 단위로 셉니다. 구입 시점이 상반기냐 하반기냐에 따라 실제로 인정되는 경과기간 수가 며칠 차이로도 달라질 수 있어, 신고 전에 취득일자와 폐업일자를 놓고 다시 계산해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제로 계산해보면 얼마가 나올까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강남 인근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던 한 사업자는 매출 부진 3년 차에 12월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원두·부재료 등 재고자산은 매입원가 기준 800만 원어치가 남아 있었는데, 정상 판매가로 환산한 시가는 1,2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커피머신·냉장고·인테리어 집기 등 비품은 취득가액 3,000만 원, 구입 후 1년 6개월이 지나 3개 과세기간이 경과한 상태였습니다.
계산하면, 재고자산 부가세는 시가 1,200만 원의 10%인 120만 원입니다. 비품은 3,000만 원에 (1-25%×3), 즉 25%를 곱한 750만 원이 과세표준이 되고 여기에 10%를 곱한 75만 원이 부가세입니다. 두 금액을 더하면 195만 원이 매출과 무관하게 폐업 신고서에 얹히는 잔존재화 몫입니다.
같은 비품을 6개월만 더 쓰고 4개 과세기간(약 2년)을 채운 뒤 폐업했다면, 비품 과세표준은 0원이 되어 75만 원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재고 몫 120만 원은 시가로 남아 있는 한 그대로이지만, 비품 비중이 큰 업종이라면 폐업 시점을 한 과세기간 늦추는 것만으로 세금이 달라진다는 걸 따져볼 값어치가 있습니다.
세금을 줄이거나 아예 피할 방법이 있을까
셋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입니다. 재고를 폐업 전에 최대한 소진하면 시가로 잡히는 대상 자체가 줄어듭니다. 할인 판매로 처분한 재고는 이미 매출로 신고되어 잔존재화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입니다. 비품은 감가상각이 100%에 도달하는 시점, 취득 후 4개 과세기간이 지난 뒤로 폐업일을 미루면 그 몫의 부가세가 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사업 자체를 통째로 넘기는 포괄양수도라면 잔존재화 부가세가 아예 발생하지 않습니다. 인적·물적 시설과 영업권, 채권·채무까지 양수인에게 그대로 승계시켜 양도인과 동일시될 정도로 지위를 넘기는 거래는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 자체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방식은 사업을 그대로 이어받을 인수자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매출 부진으로 문을 닫는 상황에서는 인수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인수 희망자가 실제로 있는지가 재고 소진이나 시점 조율보다 먼저 판단해야 할 조건입니다.
신고 자체를 빠뜨리면 잔존재화 세액에 무신고가산세 20%(부정행위로 판단되면 40%)가 붙고, 여기에 매일 0.022%씩 쌓이는 납부지연가산세가 별도로 더해집니다. 폐업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25일까지 내는 부가가치세 확정신고서에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재고는 시가가, 비품은 남은 과세기간이 세금을 정합니다.
폐업 신고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얹히는 잔존재화 계산이 실제 세금을 좌우합니다. 안택스는 폐업 신고를 진행할 때 재고와 비품 목록을 따로 짚어 과세표준을 계산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