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재산을 정리해보니 집도 없고 사업체도 없이 통장 몇 개와 보험증서 한 장뿐인 경우가 있다. 상속세라는 말만 들어도 부담스럽지만, 정작 계산해보면 세금이 전혀 안 나오거나 예상보다 훨씬 적게 나오는 경우가 이런 구성에서 특히 많다. 예금과 사망보험금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정한 금융재산 상속공제라는 별도 항목으로 최대 2억원까지 추가로 깎아주기 때문이다.
이 글은 순금융재산 10억원, 예금 7억원과 사망보험금 3억원만 남은 사례를 그대로 계산해 공제액과 최종 납부세액이 얼마가 되는지 숫자로 보여준다.
예금·적금·보험금 같은 순금융재산은 규모에 따라 최대 2억원까지 별도로 공제된다. 배우자가 없어도 일괄공제 5억원과 합치면 순금융재산 10억원 기준 상속세는 4,695만원까지 줄어든다.
금융재산 상속공제, 정확히 무엇을 얼마나 깎아주나
금융재산 상속공제는 상속개시일 현재 예금·적금·보험금·주식 등 금융재산에서 대출 같은 금융채무를 뺀 순금융재산가액을 기준으로, 그 전액부터 최대 2억원까지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별도로 빼주는 공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2조에 근거를 두고 있고, 공제 여부를 상속인이 신청할 필요 없이 신고 과정에서 자동으로 반영된다.
금융재산의 범위는 넓다. 예금·적금·부금·계금·출자금·신탁재산·보험금·공제금·주식·채권·수익증권·출자지분 등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금전과 유가증권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두 가지는 제외된다. 최대주주 또는 최대출자자가 보유한 주식 등은 아무리 금융회사를 통해 거래되더라도 이 공제 대상에서 빠지고,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신고하지 않은 타인 명의 금융재산도 포함되지 않는다.
| 순금융재산가액 | 공제 방식 | 공제액 예시 |
|---|---|---|
| 2천만원 이하 | 전액 공제 | 1,500만원 → 1,500만원 |
| 2천만원 초과 ~ 1억원 이하 | 2천만원 고정 | 6,000만원 → 2,000만원 |
| 1억원 초과 ~ 10억원 이하 | 순액의 20% | 7억원 → 1억4,000만원 |
| 10억원 초과 | 2억원 고정(한도) | 15억원 → 2억원 |
예금 7억, 보험금 3억이면 실제로 세금이 얼마나 나올까
채무 없이 예금 7억원과 사망보험금 3억원, 순금융재산 10억원만 남긴 상속이라면 배우자가 없어도 최종 납부세액은 4,695만원 선에서 끝난다. 아래는 그 계산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구성이 의외로 많다. 부모님 한 분이 먼저 세상을 뜨고 남은 배우자마저 사망한 이른바 2차 상속에서, 남긴 재산이 부동산 없이 예금과 종신보험 사망보험금뿐인 경우다. 자녀 두세 명이 상속인이 되는데, 이 구조에서는 배우자공제라는 완충장치가 없어서 금융재산 상속공제가 세금을 좌우하는 거의 유일한 변수가 된다.
| 단계 | 내용 | 금액 |
|---|---|---|
| 상속재산 | 예금 7억원 + 사망보험금 3억원 | 10억원 |
| 장례비용 공제 | 실제 지출액 반영 | -800만원 |
| 상속세 과세가액 | 채무 없음 | 9억9,200만원 |
| 일괄공제 | 배우자 없이 자녀만 상속 | -5억원 |
| 금융재산 상속공제 | 순금융재산 10억원의 20% | -2억원 |
| 상속세 과세표준 | 2억9,200만원 | |
| 산출세액 | 과세표준×20%-1,000만원 | 4,840만원 |
| 신고세액공제(3%) | 기한 내 신고 | -145만원 |
| 최종 납부세액 | 4,695만원 |
같은 사례에서 금융재산 상속공제를 반영하지 않으면 과세표준이 4억9,200만원이 되어 납부세액이 8,575만원으로 늘어난다. 이 공제 하나를 놓치는지 여부로 3,880만원 차이가 난다.
일괄공제 5억원과 기초공제+인적공제, 어느 쪽을 골라야 하나
자녀가 5명 이하라면 거의 항상 일괄공제 5억원이 유리하고, 자녀가 6명을 넘거나 미성년자·장애인 공제가 겹칠 때만 기초공제와 인적공제를 따로 더해 비교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자녀공제는 1인당 5,000만원이다. 기초공제 2억원에 자녀공제를 더해도 자녀 5명까지는 2억원+5,000만원×5명=4억5,000만원으로 일괄공제 5억원보다 작다. 상속인 대부분이 이 구간에 있어서, 실무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일괄공제를 선택한다.
둘째, 자녀가 6명을 넘거나 미성년 상속인·장애인이 포함돼 인적공제가 커지는 경우에는 기초공제와 인적공제의 합계가 5억원을 넘을 수 있다. 이때는 반드시 두 방식을 각각 계산해 큰 쪽을 선택해야 한다. 국세청 신고 시스템이 자동으로 유리한 쪽을 골라주지 않는다.
셋째,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받는 경우는 예외다. 민법상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 상황(자녀 등 다른 상속인이 없는 경우)에서는 일괄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고 기초공제와 그 밖의 인적공제 합계액만 공제된다. 다만 자녀가 있는데 상속인들이 협의분할로 배우자에게 재산을 전부 넘기는 경우는 이 예외에 해당하지 않아 일괄공제 5억원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이 구분을 헷갈려 배우자에게 전부 상속하면서 공제까지 놓치는 사례가 실제로 있다.
| 구분 | 일괄공제 | 기초공제+인적공제 |
|---|---|---|
| 공제액 | 5억원 고정 | 2억원+자녀 1인당 5,000만원 등 |
| 유리한 경우 | 자녀 5명 이하 | 자녀 6명 이상, 미성년자·장애인 공제 多 |
| 배우자 단독상속(법정) | 선택 불가 | 기초공제만 적용 |
| 실무 비중 | 대부분 | 예외적 |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함정 네 가지
금융재산 상속공제는 계산 방식은 단순해도 대상을 판정하는 과정에서 자주 걸리는 함정이 네 가지 있다.
사망보험금은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모두 피상속인이어야 상속재산이자 금융재산 상속공제 대상이 된다. 자녀가 계약자가 되어 보험료를 내고 자녀가 수익자로 받은 보험금은 애초에 상속재산이 아니어서 이 공제와 무관하다. 최대주주나 최대출자자가 보유한 주식은 지분율이 아무리 낮아도 이 공제에서 제외되므로, 상장주식이라도 최대주주 명단에 오른 지분은 따로 빼서 계산해야 한다. 타인 명의로 돼 있던 금융재산은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신고하지 않으면 공제 대상에서 빠진다는 점도 놓치기 쉽다. 마지막으로 대출이나 미지급 카드대금 같은 금융채무를 순액 계산에서 빼지 않으면 공제액이 실제보다 크게 잡혀 나중에 국세청 검증 과정에서 정정될 수 있다.
예금과 보험금만 남은 상속은 금액보다 구조가 세금을 결정한다.
상속받은 재산이 통장과 보험금뿐이라고 안심할 것도, 겁먹을 것도 아니다. 순금융재산 규모와 상속인 구성을 정확히 넣어 계산해봐야 실제 세액이 나온다. 계약자 구조나 인적공제 조합처럼 숫자 하나로 결과가 바뀌는 지점은 신고 전에 한 번 더 확인할 값어치가 있다.